꿈을 실현하는 사곡양조원 林憲昌 대표
전통주, 명절 때나 마시는 기념일酒에서 벗어나 대중화 돼야
사곡양조원 올 연말 국내 최고급 밤주 한정판으로 출시 예정
설이나 추석 또는 제사를 지낼 때 빼지 않고 올리는 견과류가 밤(栗)이다. 집안마다 다소 다르긴 해도 진설(陳設)할 때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또는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놓는다고 주장하는 조율시이(棗栗枾梨)가 있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밤은 빠지지 않는다. 왜 일까. 이는 밤은 조상의 뿌리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밤나무는 다 자라고 난 뒤 죽은 밤나무를 캐보면 처음 싹을 틔웠던 밤톨이 그대로 남아있 다고 한다. 바로 이런 밤을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는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서 조상을 기리는 뜻이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정체성, 뿌리의 중요성을 여겨 조상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밤을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다.
밤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칼륨, 비타민, 무기질(미네랄) 같은 5대 영양소가 들어 있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지만 위장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한다.
공주지역에서 수확되고 있는 밤은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만큼 공주는 밤의 특산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문제는 밤은 생각보다 보관하기가 어려운 견과류다.
이런 밤을 생산 하는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해 보자고 발 벗고 나선이가 사곡양조원 임헌창(林憲昌, 53)대표다. 공주지역에서 생산된 밤을 수매하여 밤술을 만들다 보니 그 술맛이 전국으로 알려져 공주하면 밤술을 떠오를 만큼 밤술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임 대표는 밤뿐만 아니라 공주지역 특산품인 오디를 생산하는 농가들을 위해서 오디주도 개발하여 오디와인을 출하하고 있다.
기자는 그동안 사곡양조원을 세 번이나 찾아 사곡양조원의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번에 다시 사곡을 찾은 것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아스파담 문제라든가 2년여 동안 사곡양조원의 변화된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서다.
사곡양조원은 2공장 신축이전 규모의 경제력 높인다
2년여 만에 찾은 사곡양조원에는 그동안 창고가 다섯 동이나 들어서 있었다. 양조장에 웬 창고가 다섯 동이나 될까. 창고에 들어가 보면 증류된 소주가 담겨있는 술항아리들이 가득한 창고가 있다. 일반적인 술 항아리와는 다르다. 둥근 원형이다.
이는 임 대표가 직접 고안해서 주문한 항아리인데 용량이 25ℓ 짜리다. 이런 항아리를 300개를 주문했는데 아직 상당량이 입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손쉽게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에 소주를 숙성시킬 수 있는데 굳이 항아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오크통에 소주를 숙성시키면 맛과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란다. 항아리에 소주를 숙성시키면 맛과 향이 뛰어나게 좋아진다. 스테인리스 통에 숙성시킬 때보다 숙성기간이 짧고 소주 본래의 맛을 유지함은 물론 목넘김이 훨씬 부드러워 진다.
어떤 창고엔 술 빚는데 필요한 자재가 가득하고 어떤 창고엔 발효탱크, 증류기, 큰 가마솥, 숙성탱크 같은 설비들이 꽉 차있다. 상당수 자재들은 새로 지을 공장 부지에 쌓여 있다.
일일이 세워보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량의 양조기기들은 임 대표가 폐업을 한 양조장에서 설비를 사온 것들이라고 한다.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용기들은 사용하던 것들이라도 새것과 진배없다.
임 대표가 이렇게 많은 설비들을 구입해 놓은 것은 양조장 건물을 새로 짓고 규모 있게 꾸미기 위해서란다.
현재 사곡양조원에는 탁․약주를 생산 하는 1공장과 증류식 소주를 생산 하는 2공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앞으로 3공장을 새로 지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임 대표는 밝혔다.
2030세대 겨냥한 주품개발로 인기 끌어
최근 문 닫는 양조장도 많은데 임 대표가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양조사업을 하다 보니 규모가 있어야 경쟁력도 생기고 질 좋은 술도 생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사곡양조원은 전통주를 비롯해 탁주와 약주, 증류주, 리큐르, 과실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으로는 ▲왕밤막걸리 ▲왕율주 ▲밤꽃향기 ▲공주오디주 등이 있다.
사곡양조원이 나날이 발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사곡의 술을 맛본 소비자들이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웰빙주”라고 색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를테면 “밤에는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오디는 골다공증에 좋다. 술을 마시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다”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임 대표는 최근 전통주를 즐겨 마시는 2030세대를 겨냥해 멜론 막걸리 ‘오늘밤엔 메론주’를 적시에 개발하여 소비자 리드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 푸른색을 띠고 있는 막걸리에서는 멜론향이 올라온다. 여성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메론주’는 사곡양조원의 대표 술인 밤막걸리에 멜론 과즙을 첨가, 밤과 멜론의 각기 다른 달콤함이 혼합된 새로운 맛으로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온라인판매로 유통구조 개선
사곡의 주류 판매는 11번가, 쿠팡, 네이버 쇼핑몰 등 온라인판매를 하면서 대형 식당 등에는 직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유통 업자들을 통해 술을 판매했는데 수금도 잘 안되고 일부 유통 업자들이 고의적으로 부도를 내는 바람에 상당한 금액을 손해 봤다고 한다.
그래서 직납을 하거나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판매는 선금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곡양조원은 증류식 소주를 기준으로 연간 6만병 정도를 출하하고 있다. 이 밖에 오디와인, 밤막걸리 등을 판매하고 있어 전통주업계로선는 중상위권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전통주 업계의 유통구조가 바뀌고 있는 이유는 홈술 문화 확산에 상당한 영양을 받고 있다. 술을 마시는 장소 및 상황 등 TPO(time, place, occasion)가 달라지면서, 홈술 상황에서는 맥주, 소주보다는 막걸리와 와인을 증류식 소주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번 마셔본 소비자가 다시 찾는 사곡양조원의 술
전통주업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업계가 아닌데도 사곡양조원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임 대표는 “한 번 마셔본 사람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술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온라인 판매를 위해서는 주병이나 상표 디자인에 신경을 써서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곧 매출과 연결된다.
특히 증류식소주를 생산하여 판매하려면 같은 술병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고급 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임 대표는 말한다.
그래서 사곡양조원이 출하하고 있는 주병들은 예쁘고 고급스럽다. 이는 같은 유리병이라도 어떻게 표면처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련된 직원들이 종사할 수 있도록 근로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양조장 업무가 쉽지 않아 알바 생들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종사원들이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양조장 운영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임 대표는 말한다.
현재 사곡양조원에는 12명의 직원이 있는데 이들은 철저하게 법정근로시간을 지키도록 해준다. 모든 직원들에게 삼성 퇴직연금에 가입이 되어 있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대체휴일 휴무및 국경일 휴무와 년 20일 연차휴가를 자유스럽게 쓸 수 있게 하여 직원들 복지와 여가생활을 할수있게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제도를 실행하므로 장기 근속자를 확보하게 된다. 그래야 좋은 술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가 최고급 밤주 출하 준비 중
임 대표는 그동안 정부의 지원금을 1원도 받지 않고 운영한다. 자신이 피땀 흘려 양조장을 키우고 있다. 그래야만 양조장에 더욱 애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정부가 전통주 업계를 육성시키면 쌀 소비가 늘어나 농민들도 양곡 판로가 수월해지고 양조장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증류식 소주는 마치 설이나 추석 같은 기념일에만 마시는 ‘기념일 술’에서 벗어나 대중주가 되어야 한다”고 임 대표는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 누구나 손쉽게 전통주를 마실 수 있게 하기 위해선 현재보다 가격이 저렴해야 하고 맛, 품질이 균일화 되어야 하고,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술을 빚어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전통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임 대표는 “올가을에 항아리로 숙성한 53도 프리미엄 밤 증류주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 술은 밤 70% 쌀 30%로 빚은 술인데 도자기로 된 술병 가격만도 10만원이 넘는 다고 했다.
아직 판매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는데 현재 국내 전통주업체들이 판매하는 가격보담 훨씬 비쌀 것이라고 했다.
현재 사곡양조원이 생산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는 공주굿밤 360㎖ 병에 담은 20.5%, 25%, 33%, 40% 가 있고, 밤청주술 13.5%인 밤꽃향기 알밤주, 막걸리는 6% 알밤 왕밤주가 있다.
사곡양조원이 출하하는 소주나 막걸리에서는 은은한 밤꽃 향기가 후각을 먼저 자극하고 노란 빛깔을 내는 막걸리는 뇌리에서 더욱 맛있게 다가오는 듯하다.
취재 길에 임 대표가 건네준 막걸리를 반주로 마셔보니 확연히 밤의 맛과 향, 빛깔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공주애 오디와인’은 공주에서 재배한 오디를 원료로 저온발효, 저온숙성을 통해 빚은 오디가 듬뿍 담긴 과실주이다. 알코올 도수 15%인 오디와인은 아름다운 빛깔과 깊은 풍미로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술로 오디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사곡양조원을 번듯한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임 대표는 앞으로 석류와 블루베리를 첨가한 고품격 막걸리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이 또한 기대가 된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