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에 대한 소고

 

베르디 오페라〈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에 대한 소고

 

박정근(문학박사, 황야문학 발행인, 작가, 시인)

 

박정근 교수

술꾼이란 타이틀이 애주가들에게 선의로 들릴까 아니면 비방하려는 악의로 들릴까. 술에 취해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으려는 애주가들의 취향은 매우 개별적인 것으로 다른 참석자들과의 적절한 교감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술꾼은 어쩐지 습관적인 음주를 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있는 것 같아 유쾌한 생각이 들지 않으리라. 사랑과 우정에 실패한 자가 씁쓸하게 마시는 술은 독주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을 쟁취한 자가 삶의 희열을 발산하며 술을 마시는 술은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축배를 들 때는 역시 혼자보다는 친구들이 함께 마시면 더 희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런 낭만적 희극성을 보여주는 노래로 베르디의〈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술을 주제로 하는 노래 중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이 노래에 참여하는 비극적인 연인들은 치명적인 비극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사랑의 희열에 빠져있다.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절정에 이를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연인의 만남은 사회적 기준에서 불균형의 상태이다.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는 전도유망한 귀족의 아들이고 여자 주인공 비올레타는 파리의 화류계의 여인이다. 그녀는 파리의 사교계를 주름잡는 스타이지만 불행하게도 불치병으로 삶의 희망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비올레타는 사교모임에서 알프레도를 만나게 된다. 알프레도는 첫눈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알프레도는 아리아「이 사랑은 나의 것」을 부르면서 사랑을 고백한다. “온 세상이 고동치는 사랑은/손에 잡히지 않는 신비로움이네.내 가슴에 기쁨이며 고통이 넘치네”라고 외치며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한다. 화려한 사교생활을 즐기지만 그녀의 진면목은 고급 창녀일 뿐이니 알프레도의 순수한 사랑이 부담으로 다가왔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거부반응은 알프레도의 끈질긴 구애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화된다. 그녀는 알프레드에게 동백꽃 한 송이를 주며 이 꽃이 시들면 다시 오라고 말한다. 그녀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꽃의 상징적 의미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그의 구애를 수용하겠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알프레도는 사랑의 가능성을 믿고 행복을 느끼며 작별한다. 두 연인의 사랑은 그들의 진실성을 기반으로 자라게 되어 완전한 꽃으로 피우고 싶은 욕망이 강열하게 피어오른다. 그들은 파티에서 〈축제의 노래〉를 듀엣으로 함께 부르며 축배로 사랑을 마음껏 구가한다.

알프레도의 축배는 철저하게 사랑을 치장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는 축배를 통해서 사랑의 짜릿함을 느끼고자 한다. 알프레도가 마시는 축배는 단순한 알콜의 도취가 아니라 사랑에 취하고 전율과 달콤함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알프레도의 아리아는 사랑으로 가득한 찬가라고 볼 수 있다. “마시자, 마시자, 축배에/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됐다네./잠깐, 잠깐 동안/환락에 취하도록/마시자, 달콤한 전율 속에/사랑을 일으킨다네,/그 눈이 내 마음을 전능하게 사로잡기에./마시자, 잔과 함께라면 사랑은/좀 더 뜨거운 입맞춤을 얻으리라.” 알프레도가 축배를 드는 목적은 사랑의 외연적 재현인 입맞춤을 하기 위한 전희이다. 술을 마시는 효과는 혼자의 성을 부수고 연인과 함께 하는 공동체적 환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두 연인을 둘러싼 코러스는 그들의 애정 선언을 고취시키는 격려의 노래이다. 그들의 사랑을 참석자 모두가 지지하고 축하한다는 의미이리라.

 

알프레도의 노래를 이어받는 비올레타의 노래는 더욱 탐미적이고 퇴폐적이다. 사랑과 술은 인간이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순간적인 즐거움이다. 사회는 공동체적 유지를 위해서 법과 질서, 그리고 도덕 등을 내세우지만 연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애물일 뿐이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사랑을 가로막는 신분적 차이나 도덕적 가치는 사랑을 추구하는 애주가들에게는 귀찮은 걸림돌에 불과하다. 비올레타는 세상의 어느 것보다 사랑이 달콤하고 절실하다고 강변한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함께라면 알겠어요/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법을./세상의 모든 것은 바보짓, 바보짓이죠/기쁨 이외의 모든 것은./즐깁시다, 흐르듯 순식간에/사랑의 기쁨을,/피었다 지는 한 송이 꽃을,/더 이상 즐길 수 없는 그것을/즐깁시다, 우릴 부르는, 부르는 열렬한/달콤한 말을.” 비올레타의 절박한 외침은 꽃이 피었다가 져버리듯이 그녀의 사랑도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프레도와 축배를 들며 사랑을 즐기는 이 순간은 너무 달콤한 삶의 본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오페라의 플롯은 축배의 노래에서 꿈꾸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두 연인의 사랑이 더욱 무르익어 그녀의 치명적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골로 간다. 하지만 사랑의 여정은 항상 순탄하지 않은 법이다. 사랑의 꽃을 갉아먹는 벌레가 나타나듯이 연인들에게는 항상 장애물이 나타난다. 많은 멜로드라마는 장애물의 표본으로 스테리오타입의 인물을 내세운다. 대부분 사랑의 속도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완고한 아버지가 그 역할을 한다.

아들의 성공을 비는 아버지는 화류계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있는 아들 알프레도를 구하려고 한다. 그들의 사랑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알프레도 몰래 비올레타를 찾아와 알프레도의 미래를 위해 떠나달라고 간청한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양보한다는 다소 멜로드라마적인 생각으로 알프레드에게서 멀리 사라진다.

 

알프레도는 몰래 떠나버린 비올레타를 오해하고 그녀를 원망한다. 알프레도에게 버림을 받은 비올레타의 병은 더욱 악화되고 죽음의 문턱에 다가선다.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떠남이 아버지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찾아와 구원하고자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이다.〈라트라비아타〉는 문학적 구조는 매우 느슨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오페라에서 보여주는 베르디의 아리아는 매우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축배의 노래」는 수많은 축제나 파티에서 단골 메뉴처럼 불리는 명곡이 된 것이다.

 

사진 : 축배의 노래 (Libiamo ne’ lieti calici) “마시자, 축배에”는 주세페 베르디의 1853년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노래이다. 제1막에 나오는 이 노래는 여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의 파티에 참석하게 된 주인공 알프레도가 친구 가스통의 권유로 비올레타에게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하며, 여기에 비올레타가 답하면서 이중창이 되고 이윽고 모두 함께 부르며 합창으로 발전하는 화려함을 보여준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