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日酒’ 처럼 오랜 발효·숙성시간을 거치는 술로 ‘삼해주’, ‘호산춘’이 대표적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13)

 

‘百日酒’ 처럼 오랜 발효·숙성시간을 거치는 술로 ‘삼해주’, ‘호산춘’이 대표적

 

 

“술 빚은 지 100일 또는 100일에 걸쳐 술이 빚어진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술이름이 ‘백일주(百日酒)’다. ‘백일주’에 대한 기록은 <규중세화>를 비롯하여 <술 빚는 법>과 <양주방(釀酒方)>, <釀酒集>, <禹飮諸方>, <酒方>, <酒食方(高大閨壼要覽)>, <酒政>, <홍씨 주방문> 등 9개 문헌에 14차례 수록된 것이 전부다.

‘백일주’라는 술이름에 담긴 의미를 찾다보면 몇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첫째는 대부분의 ‘백일주’는 겨울철에 빚는 계절주(季節酒)라는 사실이다. 술을 100일간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추운 계절인 겨울철에 빚게 된다.

둘째는 대부분의 ‘백일주’는 저온장기발효주로서 이양주(二釀酒)와 삼양주(三釀酒)가 주류를 이룬다. 밑술과 덧술, 또는 2차 덧술의 발효기간을 각각 1개월(36일)로 하여 3개월(100일)간 발효시키거나, 밑술에 12일 간격으로 덧술을 두 번에 걸쳐 빚고 숙성기간을 60~70일간 걸쳐 빚는 경우가 많다.

‘백일주’처럼 오랜 발효·숙성시간을 거치는 술로 ‘삼해주’, ‘호산춘’이 대표적이며, 가양주로서 이양주 ‘백일주’로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 3호 ‘계룡백일주(鷄龍百日酒)’와 고흥지방의 토속주인 ‘고흥백일주(高興百日酒)’도 이양주이면서 장기 발효시키는 ‘백일주’다.

따라서 술 빚는 방법이나 요령에 있어서는 삼양주법(三釀酒法)보다 사양주법(四釀酒法)인 ‘백일주’가 더 까다롭고 귀한 고급술이라고 할 수 있다. 밑술과 덧술의 발효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밑술의 과숙이나 과발효로 인해 덧술 과정이 용이하지 못하거나, 덧술에서 100일을 채우지 못하고 발효가 끝나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백일주’를 빚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 가지 패턴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삼양주법의 ‘백일주’는 <술 빚는 법>을 비롯하여 <양주방(釀酒方)>, <釀酒集>, <禹飮諸方>, <酒政>, <홍씨 주방문>에서 6차례 목격할 수 있는데, <술 빚는 법>과 <양주방(釀酒方)>, <酒政>, <홍씨 주방문>에서 보듯 밑술을 구멍 떡으로 하고 덧술은 흰 무리떡, 2차덧술은 고두밥으로 하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釀酒集>에서 밑술과 덧술을 범벅으로 하고, 2차덧술을 고두밥으로 하는 방법을 볼 수 있으며, <홍씨 주방문>에서는 밑술을 죽으로 하고 덧술을 범벅, 2차덧술을 고두밥으로 하는 방법을, <禹飮諸方>에서는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덧술은 흰 무리떡, 2차덧술은 고두밥으로 하는 등 4가지 유형을 볼 수 있다.

또한 삼양주법 ‘백일주’는 밑술에 반드시 밀가루(진말)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차덧술의 경우, 물 없이 쪄낸 고두밥을 차게 식혀서 하는 경우와 고두밥과 물을 각각 차게 식혀서 빚는 경우는 드물고, 갓 쪄낸 고두밥에 끓는 물을 합하여 두었다가 차게 식혀서 빚는 경우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다.

한편, 이양주법 ‘백일주’의 경우에는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덧술을 갓 쪄낸 고두밥에 끓는 물을 합하여 차게 식기를 기다렸다가 사용하는 경우가 주류를 이루고, 밑술을 구멍 떡으로 하고 덧술을 갓 쪄낸 고두밥에 끓는 물을 합하여 차게 식기를 기다렸다가 사용하는 경우가 다음을 잇는다.

이양주법 ‘백일주’에서도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홍씨 주방문>과 <양주방>의 ‘백일주 별법’에서는 밀가루가 사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발효기간이 100일 아닌 14일과 21일로, ‘백일주’ 개념에서 벗어난 주품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酒食方(高麗大閨壼要覽)>의 ‘백일주’ 방문을 보면, 밑술의 재료 배합비율에서 독특한 점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즉, 밑술에 사용되는 주재료인 찹쌀의 양과 누룩, 밀가루의 양이 같다는 것이다. 특히 밀가루의 양이 다른 술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을 비롯, 밑술과 덧술에 사용되는 쌀 양에 비해 누룩의 양이 대단히 많다.

이와 같이 하는 이유는 밑술의 발효기간이 36일이라는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밑술을 빚어 서늘한 곳에 두어 술을 장기간 익히게 되면 자칫 발효가 잘 일어나지 않아, 감패되기 쉽고 발효온도를 높이게 되면 산패가 일어나기 싶다. 더욱이 36일간이라는 발효기간은 전통주로서는 매우 긴 발효기간으로서, 특히 잡균번식에 의한 이상발효와 함께 적정산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밀가루를 이용, 잡균번식에 의한 이상발효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밀가루사용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밀가루는 유기산의 생성을 촉진하여 자칫 필요이상으로 밑술의 산도가 높은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데도 이와 같은 밑술의 방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덧술에 그 해답이 있다고 하겠다. 덧술에도 물을 넣어주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덧술의 재료를 밑술에서와 같이 무리떡인 설기를 지어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대개 덧술은 고두밥 형태였을 때가 많고, 맑은 술을 얻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는 점에서 본 ‘백일주’가 탁주(濁酒)라고 단정 짓기에 무리가 있다. 바로 밑술에 사용되는 많은 양의 밀가루가 덧술이 탁해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밑술이나 덧술을 범벅(담)으로 하고, 덧술과 2차 덧술은 고두밥에 끓는 물을 합하여 고두밥이 끓는 물을 다 먹은 후에 식혀서 사용하는, 진고두밥 형태의 술빚기가 이양주법과 삼양주법의 ‘백일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누룩의 사용 양 또는 횟수와 관련이 깊다.

‘백일주’에서는 공통적으로 밑술에 한번 누룩을 넣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룩의 사용횟수가 늘어나면 발효는 원활하게 끌고 갈 수 있지만, 좋은 향취를 기대할 수는 없다. 때문에 누룩의 사용 양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꾀하게 되는데, ‘백일주’에서와 같이 1회 사용하게 될 경우, 2차덧술에 사용되는 비교적 많은 양의 고두밥을 삭히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호화도를 높인 진고두밥을 사용함으로써 발효를 원활하게 도모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차덧술에 진고두밥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발효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수율이 높아진다는 장점 또한 있다는 것이다.

이상의 문헌마다의 주방문을 통해서 ‘백일주’의 특징을 살펴보았는데, 예의 방문대로 하여 몇몇 문헌의 ‘백일주’들을 빚어 본 결과, 여느 술에 비해 특히 밝고 맑은 빛깔로 황금색을 자랑하는데, 매우 부드럽고 단맛이 느껴지는 미주(美酒)였으며, 삼양주를 빚을 때 장기간에 걸쳐 저온발효를 시키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땅속에 묻어 2달간 발효·숙성시킨 결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담백한 맛과 함께 은은한 향취의 ‘백일주’를 즐길 수가 있었다.

 

백일주방문 <술 빚는 법>

▴술 재료 ▴밑술 : 찹쌀 1말, 누룩가루 1되, 밀가루 1되, 떡 삶은 물 1병 : 덧술 : 멥쌀 2말, 끓는 물 2말 ▴2차덧술 : 멥쌀 2말, 찹쌀 2말

▴술 빚는 법▴밑술 ① 1월 첫 해일에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작말한다. ② (찹쌀가루에 따뜻한 물을 고루 뿌려가면서 섞고, 익반죽한다.) ③ 솥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이고, (익반죽을 한주먹씩 떼어) 구멍 떡을 빚어 넣고 삶는다. ④ 구멍 떡이 익었으면 건져 그릇에 담고, 떡 삶은 물도 다른 그릇에 퍼 놓는다. ⑤ 풀젓개(주걱)로 구멍 떡을 쳐대는데, 떡 삶은 물을 쳐가면서 풀고 하룻밤 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⑥ 구멍 떡에 누룩가루 1되, 밀가루 1되를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⑦ 술밑을 술독에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찬곳에서, 발효시킨다.

▴덧술 ① 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작말한다. ② 쌀가루를 시루에 안쳐서 흰 무리떡을 찌고, (넓은 그릇에 퍼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물 2말에 흰 무리떡과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발효시키는데, 쓴맛이 돌면 덧술을 준비한다.

▴2차덧술 ① 멥쌀 2말과 찹쌀 2말을 백세 하여 각각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건져) 한데 섞고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무르게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고루 펼쳐 서늘하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고두밥에 덧술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안치고, 4월 초까지 발효시킨다.  

백일주법 <홍씨주방문>

▴술재료 ▴밑술 : 찹쌀 3되, 누룩가루 3되, 밀가루 3되, 물 3사발 : 덧술 : 찹쌀 4말, 끓는 물 1말 ▴2차 덧술 : 멥쌀 5말, 끓는 물 1말

▴술 빚는 법 ▴밑술 ① 정월 첫 돌날 찹쌀 3되를 백세하여(백번 씻어 매우 깨끗하게 하여 말갛게 헹궈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 작말한다. ② 물 3사발과 함께 솥에 붓고 팔팔 끓여 죽을 쑨다. ③ 죽이 끓어 퍼지게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죽에 누룩가루 3되, 밀가루 3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0일 가량 발효시킨다.

▴덧술 ① 2월 첫째 하룻날 찹쌀 4말을 백세하여(백번 씻어 매우 깨끗하게 하여 말갛게 헹궈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작말한다. ② 쌀가루를 넓은 그릇에 담아 놓고, 물 1말을 솥에 붓고 팔팔 끓여서 쌀가루에 골고루 퍼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범벅을 쑨다. ③ 범벅이 투명한 죽같이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식은 범벅에 밑술을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소독한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30일 가량 발효시킨다.

▴2차 덧술 ① 삼월에 술빚는 날이 돌아오면, 멥쌀 5말을 백세하여(새 물에 하룻밤 담가 불린다). ② 다음 날 아침에 불린 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③ 고두밥에 쌀 되는 되로 물 1말을 팔팔 끓이다가,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끓는 물과 한데 합하여 섞어 놓는다. ④ 고두밥이 물을 다 먹었으면, 넓은 그릇에 나눠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 고두밥에 덧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 소독한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30일간 발효시켜 술이 익기를 기다려 4월 초순에 말갛게 익으면 채주한다. <원문>정월 첫째 돗날, 점미 서되 작말하여 물 세사발에 죽쑤어 채와 누룩가루 서되, 진말 서되섞어 항에넣어 한데 두었다가 이월 넘간 찹쌀 너말 백세작말하여 물 한말 부어 죽개여 채와 술밑에 버무려두었다가 삼월에 쌀닷말 지에쪄 물되말 식혀 버무려 두었다가, 물든 후에 채와 예삿날 너릇이 버무려 넣어 두었다가 사월초 명몰 거쳐거든 떠 쓰라.

<홍씨주방문> ‘백일주 별법’ 점미 한 되 백세작말하여 구멍떡 만들어 익게 삶아 차거든 좋은 누룩가루 한 되 넣어 고루 펴 좋은 항에 날물기 없이 넣어두었다가 칠일 만에 점미 한 말 백세하여 하루이나 담갔다가 찔 적에 물 병 반 남즉 뿌려 익게 쪄 가장 차거든 밑술에 고루 섞어 넣어 칠일 만에 익나니 맛이 달고 맵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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