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가 허용되지 않는 미국의 음주문화
야외에서 술 마시면 어김없이 100달러가 넘는 벌금 내야
조 성기(아우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최신 동향과 한미 자유교역
미국은 우리 이민사가 오랜 국가다. 따라서 한인사회가 형성되어 있고 우리 술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자유교역협정이 맺어진 후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없어진 셈이다. 그야말로 물류비용과 기타 거래비용을 빼고 나면 두 나라 간의 교역 문턱이 높지않다. 문턱이라면 각국 내 유통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과 제도, 규제의 벽이다. 특히 술은 규제하의 물질로 그 벽을 자유롭게 넘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교역자유화가 되어도 수출이 쉽사리 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 대한 소주 수출 청신호로 제도적 용인 사례와 보드카 시장에의 진입 사례가 있었다. 이같은 노력이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필수적 노력이 된다. 1999년 캘리포니아주와 2002년 뉴옥주에서 증류주 판매면허가 없는 식당에서 증류주인 소주 판매가 허용되었다. 특별법이 통과된 것이다. 업계와 주민들이 많은 노력을 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바 문화가 일상화된 서구와 달리 반주문화가 일반적인 한국인 음주법이 미국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그 결과 소주의 식당판매가 특별히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캘리포니아와 뉴욕주에서나 가능한 일이 된다. 미국은 주별로 규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불고기와 삼겹살을 먹을 때 소주와 함께 하는 것이 문화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보드카를 칵테일의 원료로 사용하는 대신 가격이 보다 저렴한 소주를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린 것도 소주 수출에 일조를 하였다. 그러한 노력은 물론 언제든지 역습을 당할 수 있다. 만약에 그러한 시장점유가 일정량 이상이 될 경우 미국 내 식용에탄올 생산자들이 저가의 소주생산 가능할 경우 시장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류와 함께 소주 판매가 늘어난 이후 미국의 유명한 주류업체인 안호이져 부쉬
(Anheuser-Busch)도 쿠(ku)소주 생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탐문되고 있다. 또한 수출량이 많지 않지만 도수도 19.3도나 되고 브랜드 명칭도 ‘찾을수록’이며, 소주맛이 나는 와인을 캘리포니아의 마켓에서 와인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와인의 생산자는 한국의 과실주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다. 소주의 미국진출은 아직 교포 시장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본의 쇼추가 수출을 위해 소주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된 일이다. 소주가 특별히 식당판매가 가능하고 미국내 지명도가 높아짐에 따라 쇼추라는 이름을 버리고 소주브랜드를 사용할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 쇼추는 소주 판매가능 도수인 24도 이하에 알코올농도를 맞추고 있다. 이 또한 소주의 정체성이나 관련법이 없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또한 소주의 미국내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하나의 징후가 된다.
미국내 소주 수요자의 실태를 조사해 본 결과 여전히 교포들이나 교포와 관련된 현지인들이 소주를 수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마케팅 노력을 할수록 미국 내 소주시장은 시장성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물론 소주 이외에 한국 맥주도 미국시장을 겨냥할 만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라거맥주가 한국 내 시장에서 수입맥주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지만 해외의 시장에서 가격경쟁력과 맛·향 등의 선호도 측면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 내 맥주 시장은 캐나다의 16% 보다는 뒤지지만 외국 브랜드가 13%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 시장을 대상으로 노력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미국은 인구가 증가하는 시장이다. 백인이 줄고 히스패닉과 아시아인 종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 맥주 수출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술집
금요일 저녁 9시경, 미국 워싱턴 주의 수도인 ‘올림피아(Olympia)시’의 한 바(Bar)에 들어가 보았다. 친구가 주인인 술집이었기 때문에 자세한 관찰이 가능했었다. 문 앞에는 건장한 사나이가 몇이서 서 있는데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 가만히 관찰해 보면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술집에서는 미성년자의 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청소년들도 가짜 신분증을 일정비용을 들여 만들고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려는 노력을 하지만 학교앞의 술집에서라면 모를까, 일반 주점에 출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손님들이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려면 통상 바텐더 앞에 줄을 선다. 각자 한 잔씩 자신이 술값을 치르고, 원하는 술을 받아서 빈자리로 찾아간다. 우리와는 달리 술은 병 채로 팔지를 않는다. 빈자리가 없을 경우에는 서서 마셔야 한다. 함께 줄을 서서 술을 사서 한 모금 마시고 좌우를 보라.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에서 흥겹게 제멋대로 춤을 추는 취객들이 보인다. 그 집은 춤추는 공간이 있던 술집이었다.
규칙이 삼엄한 미국의 술집이지만 미국인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도 일단 취하기 위해 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잘 관찰해 보면 잠시 후 문 쪽에서 심상찮은 표정을 한 사나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손님 중 젊은이들이 모여 마시고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신분증을 검사한 후 그는 다시 방향을 바꾼다. 이제 그는 만취한 사람이 있는지를 찾아보려고 좌우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는 바로 알코올 통제국(Alcohol Control Board)에서 나온 검사관이었던 것이다.
그 검사관은 술집에 미성년자를 출입시켰는지를 감독하고, 만취한 사람이 술집에 있는가를 검사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러한 사실이 발각되면 처음에는 상당히 큰 벌금을 내야하고,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 상당 기간 술집 문을 닫아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그 경우 뒷주머니에 사례금을 넣어 주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지않은 일이고, 그 일이 성공한 경우를 미국에서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미성년자는 바의 주인이 미리 자발적으로 신분증 검사를 통해 출입을 통제하고 취객은 만취 전에 집으로 보내게 된다. 취한 손님이 술을 더 주문하면 주인은 모른 척하고 일반 음료수나 커피를 제공하며 대응한다. 그래도 취객이 술을 계속 요구하면 귀가를 종용한다. 술집 종사자들은 술 취한 고객을 다루는 법을 정기적으로 술집종사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종사원 프로그램(Server Program)이 미국에는 일상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 미국의 알코올정책연구기관과 주류협회가 시도한 적이 있는 데 그다지 바람직한 성과가 없었다고 들었다. 팜플렛을 나누어 주고 술집종사들에게 교육을 실시하였지만 취객의 요구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러한 교육의 내용이 대부분 성공적으로 지켜진다.
그래도 취객이 그 말을 들을 리가 만무라고 하겠지만 미국의 취객은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만약에 그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술을 요구한 손님이 주인으로부터 “You are eighty-six!”(개척시대에 가장 알코올 농도가 낮은 술이 86도짜리였다. 그때는 86도짜리 술은 술이 약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술이었다. 요즈음은 “너하고는 그만이야”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은어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말을 들은 취객은 그 바의 출입을 일정 기간 동안 제한 받게 된다. 이른바 ‘술집 정학’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한 권리가 술집 주인에게 있는 곳이 미국이다. 이는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미국 워싱톤 주에서 주점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동청선생은 “자기가 마신 술값을 자신이 잔마다 치르고, 받아서 즐겁게 마시고, 신나게 떠들고 춤을 추며 놀지만, 자기 멋대로 취할 수는 없는 곳”이 바로 미국의 술집이라고 정의한다. 그렇게 정해진 규칙 속에서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술집이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인의 음주
그러면 미국인은 얼마나 마시는가? 먼저 순알코올 음주량을 살펴보자. 술은 독한 술과 약한 술을 섞여 있으니 역시 술알코올량을 합친 통계가 가장 합당하다. 주세를 낸 기록소비량을 기준으로 한다면 2003년-2005년 중에 8.5리터다. 그런데 2008년-2010년 기간 평균은 8.7리터다. 미약하지만 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2010년에 이르는 기간 중 대체로 조금씩이나마 지속적으로 는 것을 볼 수 있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는 10리터에 달랬었다. 호황의 결과였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최근도 1인당 국민소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역시 소득의 증가가 음주량을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사회 불평등 증가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지만 총소득은 증가하고 있어 술 판매총량과 1인당 순알코올소비량 증가가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음주소비 경향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 비기록소비량 0.5리터를 합친 총소비량 9.2리터는 미주지역의 2008년-2010년 기간 평균 8.4리터보다 0.8리터나 많은 양으로 미국이 다른 지역보다 소비량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양을 15세 이상 인구에 대해서만 산출해보면 전체인구 기준으로 16.9리터이고, 음주자만 기준으로 할 때는 24.5리터로 음주량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보면 음주자 기준 소비량이 무려 30.9리터이고, 여성은 17.3리터로 그 절반이 조금 넘는다.
주종별로는 2010년도 15세 이상 기준으로 볼 때 맥주가 50%, 위스키 등 증류주가 33%, 와인류가 17%로 맥주 소비량이 대세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맥주 소비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위스키의 소비량이 늘고 있어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 상이한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맥주도 중소맥주회사가 생산하는 시장몫이 7%가 되고, 생맥주가 10%인데 반해 용기출고량이 90%에 달해 가정용 소비가 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맥주 수입국을 보면 멕시코가 49%, 네덜란드가 24%, 벨기에가 6%, 캐나다 5% 등으로 멕시코 술의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히스패틱의 증가가 그 주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증류주 수입은 프랑스, 영국, 멕시코 등이다. 관심을 가질 만한 통계는 음료용에탄올의 수출이 상당량 되는 것이다. 식용주정 수출이 멕시코 30%, 캐나다 25%, 우리나라도 10%나 된다. 여러 가지 조건이 변화한다면 식용주정이 우리의 주정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인 들은 얼마나 술을 마실까? 금주자 통계를 보면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평생 금주자는 12%다. 평생 술을 마신 음주자가 88%가 됨을 알 수있다. 지난 12월간 금주자는 31.1%, 남성의 경우는 24.8%, 여성은 37.0%다. 즉 가장 일반적인 음주자 통계인 지난 1년동안 술마신 경험자가 68.9%, 남성 75.2%, 여성 63%인 것이다. 음주자 수가 상당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음주의 결과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명 중 남성 14.9명, 여성 7.1명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10만명당 18.6명과 7.0명이다. 2012년의 통계다. 알코올 사용장애자는 남성 10.7%, 여성 4.2%, 전체 7.4%다. 이는 미주 평균 6.0% 보다 많은 수이다. 알코올 의존자는 남성 6.9%, 여성 2.6%, 전체 4.7%다. 이 또한 미주지역 평균치인 3.4%보다 많다. 미국에서 술문제를 줄이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강력한 규제와 통제가 과연 술문제를 줄이는가에 대해 보다 다양한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편, 알코올 관련 산업이 미국의 전체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오래전에 이미 직접 간접적으로 약 700만 명가량의 인력이 알코올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세는 175억 달러, 캔과 병의 제작, 운송, 포장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3조 달러가 넘는 규모다. 지금은 훨씬 많은 수가 일하고 있고 조세를 내고 있다. 알코올 관련 산업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관행상 미국인이 술을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상당수의 음주교육용 팸플릿에는 주로 알코올 남용이 교통사고, 질병, 무질서, 파괴적 행동, 폭력 등을 낳는다고 선전 문구를 담고 있다.
미국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국가인 만큼 국민 모두가 전부가 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제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보다 수적으로 적은 것은 다른 나라와 다를 바 없다.
미국의 ‘알코올의학연구재단’을 중심으로 한 의료 연구 집단들은 적당한 음주는 스트레스의 완화, 사회관계의 증진, 심장질환의 감소, 수명연장 등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 연구재단은 주류업계가 지원하는 연구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연구재단이 발표하는 연구결과가 왜곡된 것은 아니다. 다만 술이 건강에 좋은 측면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다른 기관들과 다를 뿐이다. 음주를 한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머리가 좋다거나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하고 있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미국의 알코올에 대한 신념과 태도는 이와 같이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청소년 음주의 증가, 여성음주의 증가, 알코올 중독자의 꾸준한 발생 등의 문제는 다른 나라와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알코올 문제에 대해서 문제 자체로서 인식하고 대응하는 사람들과 알코올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시는 사람들의 잘못된 사회문화적 문제로 풀이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져 있다.
미국의 음주 역사와 금주문제
미국인의 알코올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시대가 변하면서 대단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영국의 식민시기에는 모든 미국인들이 무진장 마셨다. 어린아이들까지 부모들과 함께 마셨다는 자료가 있다. 그 당시에는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서부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과 같은 술집이 사회의 중심지였다. 한때 교회, 시청, 법원에서도 술을 팔았다. 요즈음의 미국 술집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그 당시에는 술이 그렇게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지만 만취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적 통제는 다름없이 있었다. 그렇지만 술을 신의 선물로 간주하는 유럽의 전통이 이어져 금주자는 좀 이상하거나 모자란 사람으로 여겨졌었다.
독립전쟁 시기에는 주세가 연방세로 부과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말까지도 미국의 술집은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이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산업발전, 도시화 등의 사회변화가 발생하고 사회갈등이 심화되면서 알코올 남용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만취로 인한 사고가 늘자 만취는 점차 덜 허용적인 분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알코올에 대한 허용적 입장과 불허적 입장은 미국 이민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그 갈등이 증폭되었다. 초기 이민인 북부유럽의 신교도들과 후기이민인 남유럽의 가톨릭 신도들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신교도들은 금주운동을 확대하였고, 이것이 새 이주자들에 대해 통제기제로 작용하게 된 것이었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기득권을 가진 초기 이민자들이 후기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나누어 가지게 되자 그들을 공격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금주노력이었다는 것이다.
금주를 찬성하는 집단들은 금주에 대한 책, 팜플렛, 포스터, 교육 자료들을 무진장 공급했다. 이것이 나중에 유명한 미국의 ‘금주법’을 통과시키는 기초 정보자료원이 되었다. 정보와 자료가 많으면 필요할 때 법을 통과시키는 힘이 되었다. 금주를 주장하는 측의 자료에는 금주자는 덕을 가지고 축복을 받는 자, 음주자는 죄를 지어 비참하게 되는 자로 설명되었다.
1920년에 유명한 금주법이 통과되었다. “알코올 산업을 전시에 필요한 식료품 제조산업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사실은 금주단체들의 다양한 노력이 주효하였다. 미국의 금주법은 금주운동이나 알코올에 대한 무작정적인 통제가 현실적이 아님을 입증한 좋은 사례가 되었다. 금주법이 폐지되던 날,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였지만 뉴욕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더욱이 금주법 발효기간 중에도 사실상 술 소비량은 그 이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금주주의자들의 낙관적인 이상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음주를 막지 못했고, 밀주가 양산되었으며, 조직범죄, 폭력, 정치적 타락이 극도에 달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물론 그 이후 세계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지만 1933년을 끝으로 인류사에서 ‘금주’에 대한 실험은 끝난 것이 아닌가 한다.
알코올중독이 질병이라는 생각
금주법이 철폐된 이후 술에 대한 통제는 연방정부 차원의 일에서 개별 주 차원의 일로 바뀌었다. 금주는 극히 일부 지역사회, 일부 기관, 인디언 보호지역, 21세 미만의 청소년에 국한되는 것으로 되었다.
정부의 주요 알코올 통제정책은 국민의 1인당 알코올소비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1975년에 설립된 ‘국립 알코올중독 및 남용 연구원(NIAAA)’의 회장은 알코올을 ‘가장 더러운 약물’이라고 규정하고 주요 논의를 규제의 대상과 정도에 대해 논의하였다. 물론 그러한 규정은 상징적인 것이었고, 그 기관차원의 선언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알코올중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출현하여 미국에서의 알코올 문제는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알코올중독이 ‘질병’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개념은 이미 1795년에 러시(Rush, B)가 정의를 내린 것으로, 알코올중독을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질병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알코올 중독이 일반인들도 걸리는 질병으로 이해되기 시작하였고, 사회적 편견 또한 배격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또한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인 AA가 1935년에 세상에 출현하자 중요한 효과를 낳는 치료방법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즉, 알코올중독자가 이제 의지 박약자, 도덕 상실자, 나쁜 습관을 가진 자로 규정되고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질병의 희생자가 이해되게 된 것이다. 이 개념은 젤리니크(Jellinek, E. M.)가 추가 논문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연구기관에서도 질병 개념을 가지고 하는 연구가 촉발되었다.
또한 유명한 질병관의 확산은 대통령의 부인인 베티포드여사가 자신이 알코올중독자 임을 공표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그 일 이후 알코올중독자는 낮은 계층에서나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상층부도 예외없는 질병이라는 개념으로 일반화되었다. 누구나 알코올 중독에 걸릴 수 있고 누구도 창피한 질병이 아니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알코올중독자 문제는 중독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질병에서 사람을 구제해야 하는 문제가 되고있다. 알코올중독의 질병관은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알코올중독 치료사업의 연간 수입이 10억 달러가 훨씬 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이 이 업종에 종사하게 되었다.
미국의 음주패턴
미국의 경제인류학자 베블렌(Vebren, T.)은 유한계급의 과시욕의 한 방편이 ‘술 마시는 일’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주장 또한 옛 일이 되었다. 생산성과 소득이 증가한 사회에서는 이제 술 마시는 일은 일반인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인구의 노령화, 건강과 생활양식에 대한 관심 증대, 알코올 남용 문제에 대한 태도개선의 노력 등이 미국의 알코올소비량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게 마셔대던 알코올의 소비 추세가 오랫동안 감소세를 나타내었던 것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줄던 소비추세게 근 10년이상 지속 늘어난 것은 또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소득 불평등의 증가가 그 원인이 아닐까. 정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음주가 소득증가시 증가하고 건강문제가 나타나면 줄고, 스트레스 해소책으로는 다시 늘어나게 되니 일관성 있는 원인을 찾기 보다 시대에 걸맞는 해석이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음주와 청소년음주의 증가는 다른 어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미국도 예외가 없는 일이다.
미국인은 술 마시는 장소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우리나라가 장소도 시간도 분별없이 술을 팔고 마시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인들은 정해진 곳에서 마셔야 하고, 야외에서는 통상 못 마신다. 심지어 대량음주가 발생하는 애외 파티가 있다면 미리 음주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야외주점의 경우 술집의 영업지역으로 정해진 지역을 넘어가 술을 마시면 문제가 된다. 실제로 야외에서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100달러가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니 통계를 보면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자신의 집에서 마시더라도 미성년자는 경찰의 검문에 걸릴 경우 징벌의 대상이 된다. 미성년자는 술집에 들어 갈 수도 없고, 술을 판매하는 일도 어렵다.
미국처럼 음주문화를 규정하기 어려운 나라도 없다. 미국은 다민족국가로 이민족 사이에 각기 자신들의 음주문화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내의 한국인도 고국에서의 음주습관을 못 버리고 불건전한 음주행태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2-3차 가기, 폭탄주 마시기, 술 강요하기 등이 한국인 거주 지역에 존재한다. 물론 환경변화에 적응한 사람들도 많지만 고국에서 길들여진 음주습관은 쉽게 고쳐지지가 않고 있는 것이다.
술 문제의 예방과 치료
미국인들은 대부분 적정음주의 습관을 가진다. 실제로 건전하게 마신다. 그러나 사회나 술로 인한 건강문제 등에 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소득의 2.5% 정도를 건강, 사고, 질병상의 문제로 인한 피해액으로 계산하고 있으며, 중독자 수를 약 1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국만큼 열심인 나라도 드물다. 예방과 치료의 천국이다. 알코올 문제 예방과 치료에 관한 세계의 모든 자료는 거의 미국에서 산출되고 있다. 모든 주마다 수백 개의 치료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다. 병원의 전문가 모델, 지역사회의 재활상담센터, 중간집, 쉼터, 그룹홈, 치료공동체 등 다양한 치료재활전달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 곳도 미국이다.
예방을 위한 활동도 종합적인 홍보작업, 청소년, 노인, 여성, 음주운전, 직장인, 유색인종, 소수민족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특정 집단에 대한 예방사업, 학교, 지역사회, 가정 등에서의 프로그램 등이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잘 개발되어있는 곳도 미국이다. 금주주의자들과 음주주의자들의 대결도 볼 만한 곳이다.
그로 인해 건전한 음주관리법이 구체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개발된 위험최소화(Harm Reduction) 개념이 동시에 적극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는 곳도 미국이다. 피해 최소화 컨퍼런스를 하는 도시에 천명이 넘는 전문가나 활동가들이 모여드는 행사는 그 관심의 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연방정부가 설립한 국립연구기관에서도 무조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적정음주관(Moderate Drinking)을 토대로 예방대책을 찾는 연구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교육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알코올 교육 프로그램은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중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교육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학교수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미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Bacchus & Gamma)는 생활관을 중심으로 한 예방프로그램, 신입생, 운동선수 등 고위험군의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일도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미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의 학내 동아리가 자율적으로 결성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1,000개 대학이 넘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동부 조지워싱톤 대학의 한 교수는 20여 년간 자비로 예방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는 민간차원의 다양한 예방활동이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한 증거일 것이다.
미국인들은 우리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을 예방하는 것이 열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낫다”는 주장을 국립연구기관에서 들을 수 있었다. 1달러를 예방에 투자하면 평균적으로 2.5달러 정도의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경제적 분석도 있다. 예방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어 예방활동을 위한 투자가 더욱 강화되면 보다 예방치료활동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이견이 여전히 내부에 있고 사회적 편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알코올문제 예방과 중독자 치료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투자와 노력은 부러움을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