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公薦에 발목 잡힌 음주운전

“사나이 大丈夫라면 斗酒不辭는 못해도 술 한 잔은 해야지…, 어서 한 잔 쭈~욱 드시오”

이 한 마디에 자동차 운전은 뒷전으로 미루고, 한 잔을 받아 마셨다. 그러자 한 잔은 정 없다며 두 잔을 권해서 어쩔 수 없이 마셨다. 두 잔이 목을 축이자 석 잔이 기다려진다.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은 술을 입에 대기가 어렵지 일단 한두 잔 마시다 보면 뒷일은 잃어버리고 수작(酬酌)을 부린다.

그리고 한두 잔은 괜찮겠지 하며 핸들을 잡는 순간 당신은 먼 훗날 금배지도 날아간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다고 각 당에 공천심사를 넣는 사람들이 과거 음주운전 경력으로 본선도 치러 보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월 16일 1차 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평가에서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18일 이후 음주운전을 했던 이들에 대해는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해 4월 23일 오는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공천룰)을 확정하면서 제21대 총선 공천 룰과 비교해 도덕성 기준을 한층 강화됐다.

가장 눈에 띠는 항목은 부적격 심사기준에서 음주운전, 성비위, 아동학대, 직장 내 괴롭힘·갑질, 학교폭력, 투기성 다주택자 등의 기준이 추가되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기존에는 15년 이내 3회, 10년 이내 2회 이상 음주 운전한 후보를 부적격 처리했으나 확정된 공천 룰에서는 예외없이 부적격 처리하는 것으로 상향했다는 점에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새롭게 공개한 국민 참여 공천 기준에 음주 운전이 사라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성범죄, 음주 운전, 직장 갑질, 학교 폭력, 증오 발언 등을 ‘5대 혐오 범죄’로 규정해 검증했는데, 민주당이 본격 공천 심사를 앞두고 내세운 심사 기준에선 음주 운전이 빠진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 음주 운전 전과를 고려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대표는 2004년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58% 상태로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형(150만원)을 받았다. 당 관계자는 “공천 기준에서 음주 운전이 부각되는 걸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국회의원들의 음주운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은 사회 지도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경실련이 밝힌 21대 국회의원 전과경력 보유현황 조사를 보면 21대 국회의원 6명 중 1명은 전과자이고 특히 음주운전 전과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시민단체가 22대 총선에서 음주운전 2회 이상과 파렴치, 민생범죄자에 대해공천을 배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현역 국회의원 283명의 전과경력을 조사한 결과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을 제외한 전과경력 보유자가 47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의원 전체의 16%로 의원 6명 중 1명이 전과자인 셈이다. 특히 전과 건수는 모두 67건인데 음주운전이 38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음주운전을 그 어떤 범죄에 비해 엄하게 처벌을 요하는 것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이 사회에 많은 해악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공직자 가운데 일부는 술김에 핸들을 잡다가 단속에 걸려 음주운전전과자가 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느냐 마냐 하는데 음주운전 전과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다. 앞으로 음주운전 전과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공천에서 무조건 배제해야 한다.

젊은 날엔 술을 잘 몰라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겼을지 몰라도 공직이나 취업전선에서는 음주운전 전과가 인생길을 좌우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후보자들 다시는 음주운전 하지 말기를 기대 한다.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