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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사과와인 CEO, 한국와인생산협회장 鄭濟敏

사과농원안에 와이너리를 짓고 생산과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예산사과와인 CEO, 한국와인생산협회장 鄭濟敏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양조 인으로 성공 한다

국내와인산업을 농가와 관광을 엮어 6차 산업으로 일군 선구자

 

민들레 홀씨 되어 날리는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산하에 펼쳐지는 신록과 온갖 꽃들이 뿜어내는 꽃향이 5월을 더욱 싱그럽게 한다. 운 좋게 과수원길이라도 걷게 되는 날 마음은 홀씨 되어 하늘을 난다. 참 좋은 계절이다.

2만평에 달하는 농원에는 6천여그루의 사과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예산은 사과의 고장이다. 아직은 사과 꽃이 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새끼 사과 조차 열리지 않았지만 사과나무들은 가을의 풍성함을 꿈꾸고 있을 것 같다.

요즘 사과 값이 금값이라고 야단이다. 예년 같았으면 마트 같은 데선 헐값으로 해 묵은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팔았는데 요즘은 과일 가격을 보곤 선 뜻 손이 가지 않는다. 사과가 너무 비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과나 배 같은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단순히 날씨 탓만으로 돌리기 엔 역부족이다. 농촌의 고령화에 대한 대책,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秋史 가을이야기
예산사과와인(주) CEO 鄭濟敏
한국와인생산협회 회장

그러면 사과로 술을 빚는 양조장 사정은 어떨까.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 위치하고 있는 ‘예산사과와인(주)’를 찾아 정제민(鄭濟敏 58) CEO에게 저간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예산사과와이너리를 찾는 날은 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다.

 

캐나다 이민시절 눈여겨본 와이너리

정제민 대표를 CEO라고 부르는 이유는 ‘예산사과와인(주, 대표 서은경)’에서 공식 직책은 부사장이지만 실질적인 대표로 현재 한국와인생산협회 3대에 이어 4대 회장을 맡고 있다.

와인협회는 원료가 되는 과일 농사를 짓고 과실주 지역 특산주 면허를 가진 생산자 단체이다.

어쨌거나 정제민 대표는 한국와인산업을 일으킨 대표적 인물이다. 포도를 비롯한 사과, 배 같은 과수농가를 관광으로 접목시켜 6차 산업의 시동을 건 인물이 정제민 대표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전남 신안 임차도에서 태어났다.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국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89년 말 부모님이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정 대표도 본의 아니게 이민 길에 오른다.

정제민 대표가 와인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엉뚱하게도 캐나다 이민시절이었다고 했다. 친지들이 캐나다를 방문하면 나이아가라폭포를 구경시켜 드렸는데 이 때 토론토에서 폭포를 오가며 유심히 본 것이 와이너리라고 했다. 와인이 단순한 공산품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더라는 것이다. 포도농가에서 포도를 생산하고, 이를 판매하는 과정을 일반인들이 참가하고 즐겨 마시는 복합적인 산업이더라는 것. 이는 와인이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관광이 곁들인 6차 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같은 형태의 산업구조가 발달하지 못한 점을 깨닫고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사업을 해 보고 싶어 귀국을 서두르게 되었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정제민 대표는 양조 인으로 성공하는 비결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며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정직하게 만들면 소비자가 찾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가양주 형태의 와인양조 산업이 발달되어 있어 동네마다 와인을 만드는 가게들이 있었고 틈틈이 와인생산 기술을 익혔다.

당시 한국에서는 마주앙 정도를 생산하는 것으로 만족하던 시절이라 언젠가는 와인시대가 올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리라.

와인메이커 정제민 대표는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심사위원 역임하는 한편 각 대학 평생교육과정 와인의 향기 강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2014년에는 자랑스런 충남인상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농식품부 선정 이달의 6차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대한민국 신지식농업인(식품가공 138호)으로 지정된바 있다.

 

와인은 반찬이다빵이나 스테이크를 먹을 때 곁들여 마시니까

정 대표는 “우리는 와인을 술이라고 여기지만 유럽 같은 와인 선진국에서는 와인을 우리의 반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인즉, “우리는 밥을 먹을 때 김치나 나물 국 같은 반찬이 있어야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빵이나 스테이크를 먹을 때 와인을 마시며 먹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와인이 반찬이 되는 셈이다.

사과와인을 증류한 ‘추사 40’으로 우리 술 품평회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유럽의 와인 문화가 미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그들이 즐기던 와인을 가져와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와인을 마시는 계기가 되었다고 정 대표는 풀이했다.

정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처음 시작한 일이 와인을 빚는 동호회를 만들어 와인이 어떤 술이며 어떻게 만드는지를 홍보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회원들이 현재 유수의 와이너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현재 정 대표가 사과와인을 생산하게 된 동기는 정 대표의 장인(서정학)과 무관치 않다.

정 대표가 결혼해서 보니 장인은 예산에서 40년 동안 은성농원(사과)을 가꾸어왔다. 이에 정 대표는 포도와인보다는 사과와인을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장인이 생산한 사과로 와인을 빚기 시작하는 한편 와인 빚기 체험을 비롯한 사과 따기, 사과 쨈 만들기 같은 각종 이벤트를 선보이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장인이 농사지은 사과로 캐나다에서 아이스와인 양조를 배운 사위가 호흡을 맞추니 예산사과와인은 날로 발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과농원안에 와이너리를 짓고 생산과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유일한 과실주, 증류주 분야 그랜드슬램을 달성

2001년 와이너리를 계획하고 10년만인 2010년 완공하고 첫 제품으로 캐나다 스타일의 Apple wine을 출시했다.

당시 국내 주류시장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아주 저조했다. 그래서 일부 사과와인을 증류하여 오크통에 숙성시킨 사과증류주, 블루베리 와인에 이어서 소주 형태의 사과 증류주인 ‘추사백40’과 ‘추사백25’를 출시하자 시장 반응이 좋았다.

이 술로 20012년, 2015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추사애플와인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오크통 숙성 사과증류주인 ‘추사40’으로 증류주분야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유일의 과실주, 증류주 분야 대상을 수상하여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와이너리가 되어 주류업계뿐만아니라 주류 애호가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맛있는 술이 익어갑니다.” 백종원 세이프가 2020년 5월 다녀가면서 남긴 글이다.
2천ℓ 증류기에 대하 설명하고 있는 정제민 대표.

이제는 사과 와인보다는 증류주에 비중을 두어 전체 매출에서도 와인이 1이라면 증류주는 9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주류산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그동안 계속 투자만 해 오다가 6년 전부터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연매출이 30억 원 정도. 정 대표는 투자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다고 했다.

하기야 양조장을 둘러보면 설비가 어마어마하다. 2천ℓ 증류기를 비롯해서 상압식과 감압식 증류기가 각각 2대씩 4기의 증류가 설치되어 있고, 발효와 숙성 탱크가 즐비하다. 증류주가 가득한 오크통만 200여개가 잠을 자고 있다. 잠자고 있는 술들이 잠에서 깨어나면 그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 같다.

가을 와인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참관객들이 브라보를 외치며 한잔하고 있다.

연간 3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다녀가는 와이너리

예산사과와인은 자체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예산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지역 농산물만을 이용하여 제조하는 지역특산주다. 2만평 사과농원 안에 와이너리를 건축하고 레스토랑과 세미나실, 펜션 스타일의 숙소까지 갖춘 유럽식 농장 체험형 와이너리지만 최근에 게스트하우스는 운영하지 않는다. 술 취한 고객을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 했다.

6천여 그루의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시기가 되면 매년 과수원 음악회를 곁들인 예산사과와인 페스티발을 개최해 오고 있으며 와인 이외에도 애플파이 만들기, 사과쨈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연간 3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을 유치하고 있어 찾아가는 양조장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술이름에 추사(秋史)를 사용하게 된 것은 예산이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지역이기 하지만 추사는 “가을 이야기”, “가을사과”의 뜻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한번에 80명이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정 대표는 “어설픈 영어식 이름이 아니라 사과의 이미지와 계절 그리고 충절의 고장인 예산의 대표적인 지식인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기품을 담아내려는 의지”를 담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예산사과와인’이 사과 따기 철을 맞아 각종 이벤트를 시작하면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색통을 이룬다. 이웃한 미군부대의 군인들을 비롯해서 가족들, 주한 외국인 상사주재원 등이 주 고객이다. 체험참가비를 비롯해서 이들이 구매해가는 매출이 상당액에 달한다. 여타 와이너리나 양조장들도 참고할만하지 않을까.

이는 평소 매출과도 무관치 않다고 정 대표는 밝혔다. 인터넷을 통한 매출에서 재구매율이 높아야 하는데 최근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정제민 대표가 취재 길에 동행한 본지 박영덕 편집위원에게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증류주에 대해 설면하고 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양조 인으로 성공

정 대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양조 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가-.

정 대표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정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어떤 원료를 사용하고 어떻게 술을 생산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술을 생산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것이 말만큼 쉽지가 않다. 그래서 양조장이 새로 생겨나는 만큼 폐업하는 양조장이 많은 모양이다.

예산사과와인은 “예산지역 사과만을 고집하고 좋은 품질의 사과만을 사용하고, 주정이나 첨가제 등을 넣는 술을 만들지 않는다. 특히 색소나 향, 인공감미료 등을 첨가하지 않는 원료의 특성을 살리는 술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정 대표는 “싸게 많이 마시고 취하는 시대에서 스토리가 담겨있는 술을 찾는 시대가 온 듯합니다. 특히 MZ세대들은 그때그때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데 이에 맞는 술을 생산해야 그들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와인축제 때는 노래가 빠질 수 없겠지요.

21주년 맞는 예산사과와인 축제 올해도 112일 개최

예산사과와인이 가을 축제를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이제는 대표적인 한국판 와인 축제로 발전했는데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9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사과수확 체험 기간 중 11월 첫째 주나 둘째 주 토요일에 맞춰 20년째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11월 2일 토요일 음악회와 바비큐를 결합한 본 축제가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밴드공연과 더불어 사과 따기, 파이 만들기, 와이너리 투어 및 시음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예산사과와이너리에서 생산 하는 주품들.

주류제조업은 세월의 가치를 쌓아나가는 History 산업

유럽의 와인이나 위스키 산업은 지역과 좋은 원료를 기반으로 100년 된 증류소, 30년 된 술 등 시간이 가치인 술을 만들고 있다. 예산사과와인도 캐나다에서 양조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대를 잇고 있는 정제민 CEO의 아들 정태림군이 최근 합류하고 있다. 50년 전 예산에 자리잡고 사과농사로 시작했던 할아버지와 15년전 와이너리를 창업했던 아버지를 이어 세월의 가치를 갖는 양조장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다른 양조장, 다른 와이너리들도 예산사과와인처럼 한다면 국내 양조업이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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