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모주를 출시하다 2


전주 한옥마을 모주를 출시하다 2

 

가끔씩 쉬었다 간다는 것

메르스로 어수선한 요즘, 전주 한옥마을은 10여년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거리는 텅텅 비었으며, 얼마 되지 않는 관광객들이 전주를 느리게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방을 못 구해서 난리였는데 지금은 반값에 구할 수 있는 곳도 지천이니 오히려 지금이 한옥마을을 즐기기에 더 없는 시간이 아닌가 한다.

지금의 한옥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전주시와 관계자들이 참으로 부단히 노력했다.

필자도 그 무렵 전주전통술박물관에 근무를 했다.

박물관에 술을 빚어놓으면 늦은 밤이나 새벽에 꼭 와보곤 했는데, 신혼시절 항아리의 배를 만지면 마치 아기를 갖은 아내의 배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술이 한참 발효되는 무렵이면 탄산가스를 배출하는데 마치 술이 숨을 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열흘의 발효와 발효된 시간만큼 후숙의 시간이 있어야 술은 맛이 든다.

술을 거를 때면 향긋하게 퍼지던 그 향을 맡은 후로 10년 이상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음식 및 술관련 회사에서 부지런히 내공을 쌓았지만 술의 세계는 아직도 내 손에 잡히지 않는 피안의 세계와 같다. 어쩌면 살아 움직이는 술을 가두려는 내 욕심인지도 모른다.

다만 어쩌지 못할 저 은산철벽을 뚫고 나가야만 또 다른 술의 활로가 펼쳐질 것이다.

전주천변 바위에 걸터앉아 내 살아온 다만 얼마 안 되는 술과의 삶이 은산철벽 백척 간두에서 마음 부리고 술 한잔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생각한다.

물가에서 바람이 분다.

마셔야겠다.

 

콩나물국밥 그리고 전주 모주

전주에서 꽤 유명한 왱이 콩나물국밥집의 유대성사장님은 시재(詩才)가 출중한 분이다. 왱이집에 식사하러 와서 일곱 걸음씩 걷다보면 저마다 다른 이 집 주인의 시가 걸려있다.

시 또한 매우 잘 다듬어졌으며 그 맛이 일품이다.

 

‘적게 먹어서 소금입니다’

‘싱겁게 먹어야 남은 인생이 짭짤합니다’

시뿐 아니라 매장에 걸린 이러한 문구들조차 얼마나 재치 있고 찬란하단 말인가!

 

왱이집 사장님을 비롯해 전주의 콩나물국밥집 쥔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전주 모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이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서 모주를 함부로 줄 수 없지만 예전에는 어린이들도 모주를 줬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주는 술지게미나 막걸리에 약재를 넣고 몇 시간을 끓여내기 때문에 알콜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주가 술로 상품화된 이후로 모주는 점점 미성년자에게는 멀어져가는 음식이 되었다.

내가 만든 전주 한옥마을 모주 또한 술로 제품화했지만 향후 음료로도 만들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임실치즈를 만들고 난 부산물 유청으로 만드는 모주, 탄산을 넣은 모주, 숙취해소용 기능성 모주 등 다양한 모주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 들어 전주 모주의 시장 규모가 많이 죽었다.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초코파이의 약진과 다른 길거리 음식의 번성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모주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가진 모주 업체의 참여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관광객들의 관심을 유발해야 한다.

 

전주의 깊은 속살 한모금

모주는 전주의 깊은 속살이다. 집집마다 빚던 가양주에 약재를 넣어 마시던 모주는 당분이 많아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의 좋은 영양 간식이 되었을 것이다. 이는 오메기술에 달걀(전주의 콩나물국밥에는 달걀 반숙이 나온다)과 참기름 등을 넣고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만든 제주도의 오합주와 비슷하다.

특히 모주는 어미 모(母)자를 쓰는데 이는 허한 자식들의 기를 북돋는 음식임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음식 어디에도 어미 모(母)자를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모주는 새벽까지 술을 마신 술꾼들의 속풀이 음료였다. 풍류가 있는 도시 전주는 예로부터 술꾼들이 참 많았다. 매일 술을 마셔야 하는 그네들을 위해 전주는 가맥집과 막걸리 집을 창조하여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그들을 위해 전주는 콩나물국밥을 준비했다. 새벽녘 콩나물국밥에 곁들이는 모주는 알코올기가 거의 없는 달달한 음료이다. 마치 술마시고 꿀물 등을 마시는 것과 같이.

술이 아님에도 술이나 주(酒)자를 쓰는 향토음식이 몇 가지 있다. 제주도의 쉰다리술은 남은 보리밥에 누룩을 살짝 얹혀 그날이나 다음날 먹었던 향토음식이다. 감주나 약단술, 골감주 등도 술보다는 음료에 가깝다.

2006년 문화관광부 전국가양주실태조사사업을 위해 전국을 떠돌던 때가 있었다. 운전도 못하던 그때 경북 구미에 석감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밤 10시에 그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석감주는 식혜의 일종이었다. 늦은 밤, 차도 없는 길을 돌아 나오며 그러나 술을 알아가는 것이 더 행복했었다.

모주는 주(酒)씨 가문이지만 술이냐 술이 아니냐의 견해는 다만 근대적 주세법 체계에서 술과 음료의 차이를 알콜 1%로 규정하고 있는데서 나타나는 문제일 뿐이다.

 

전주 한옥마을 모주를 출시하다 2

모주를 출시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술로 인해 외롭고 술로 인해 괴로운 날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술로 인해 즐거운 일상이 흐른다.

한잔 하시게 은산철벽이여!

설핏 내민 잔으로 파란 하늘이 텀벙 잠긴다.

술기운 불콰하게 석양이 진다.

꽃이 진 자리마다 소쩍새 울음이 깊다. 부질없는 머리털로 육날 메투리 엮듯 술 앞에 다시 경건해지리라.

 

유상우

전주에서 술을 빚는다. 전주의 술문화 발전을 위해 고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서 할 것이다. 최근에 한옥마을에서 모주를 출시했으나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났다.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전주 한옥마을 모주

– 500ml(3천원)

– 알코올 1.5%

연락처 : 010-3146-1764

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mo_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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