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립고 고운님께 올리는 유월의 한잔 술

공주 공산성 알밤 육회 비빔밥

『빈 술병』

 

벌써 그립고 고운님께 올리는 유월의 한잔 술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육정균

신록 예찬의 5월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왔다. 가정의 달 5월 내겐 한편 그립고 고운님이지만 애증도 있는 그런 분이 갑자기 하느님 곁으로 소천하셨다.

 

국민에게 ‘4대강 장관’으로 널리 알려진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월 2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은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발을 들인 후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8인의 대통령을 모셨다. 농수산부 행정사무관에서 1974년 교통부로 자리를 옮긴 후 27년간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1998년 철도청장에 임명됐다.

2001년 3월까지 철도청장을 역임했던 그는 이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등을 거치면서 철도청 등 공공부문의 경영 혁신의 공적이 크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 제1대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취임해 2011년 6월 1일까지 일하면서 4대강 사업의 틀을 짜고 총괄 지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40년 공직 생활을 돌아본 회고록 ‘강에는 물이 넘쳐흐르고’를 펴내며 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경인 아라뱃길, 4대강 사업 등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고 잘못 알려진 국책사업의 진실을 현장의 시선으로 덤덤하게 전했다.

업무에 있어서는 추진력이 강하고 뚝심 있는 ‘불도저형’이지만 식물박사로 불릴 정도로 꽃과 나무에 조예가 깊어 산책과 등산을 즐겨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을 뚝심 있게 추진하신 그의 공과도 역사 속에서 평가될 것이다.

알밤의 고장 공주시 정안면 평정리 밤꽃 만개한 풍경

필자가 정종환 장관님을 아주 지근거리에서 그림자 수행하게 된 인연은 4대강사업이 절정에 이르던 국토해양부 시절, 국토교통부 국회 협력관(연락관)으로 상임위, 본회의, 국정감사 등 국회업무를 총괄하고, 국회의 최일선 협력 관으로 국회의장부터 국회의원 300명의 대 국토교통부의 창구로서 여의도 국회내에서는 장관님의 비서실장 역할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300명의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요구하는 자료를 해당 실국이 기한 내 제출토록 하여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모두의 국정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함은 물론, 국회 본회의, 상임위원회, 예결위 등 특별위원회까지 장관님이 참석하거나 차관님이 참석하여 답변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질의서 또는 최소한 요지라도 미리 입수하여 해당 실국에서 답변서를 작성토록 하여 장관님께서 질의에 적절한 답변이 가능하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도 주요 임무였다.

공주 알밤 막걸리

그러나 장관님까지 호령하고 질타하는 300명 의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개성 강한 그 높은 분들의 모든 질의서를 미리 입수하여 장관님께서 답변할 자료를 완벽하게 보좌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발이 부르트고, 발가락은 물론 발바닥까지 수시로 티눈이 박혀 한 번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수술까지 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장·차관님을 완벽하게 보좌하기 위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뛴 것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어느 날 국회 본청 5층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의사일정을 마치고 3층 예결위로 내려오면서 장관님은 수행하는 필자에게 “육사무관 오늘 저녁은 나랑 먹지, 항상 고생이 많은데”, “아 네 저는 내일 본회의 때 장관님 질의에 대한 답변 준비를 위해서 바로 질의서 입수에 들어가야 해서 오늘 저녁은 죄송하지만 따로 먹겠습니다.”

공주 공산성 알밤 육회 비빔밥

바보! 정 많으신 장관님이 저녁을 같이 먹자는데,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장관님의 마음을 일단 받아서 같이 저녁식사를 한 후 일을 해도 될 터인데, 그 바쁜 중에도 하급 직원을 챙기느라 “함께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바로 거절한 눈치 없는 부하 직원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셨을까?

지금 생각하면 융통성 없었던 당시의 나를 질책해 본다. 그러나 정작 대형 사고는 얼마 후 우연히 일어났다. 장·차관님과 국회 상임위 수석전문위원님 등 상임위 직원들이 중소기업중앙회 빌딩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 만찬이 있던 날이다. 장관님의 모든 국회 일정을 완벽하게 보좌하고, 미리 사전 답사한 경로대로 저녁 만찬 장소까지 장관님, 1차관님, 기획조정실장님 등 간부님들을 앞장서서 안내해 들어가는데, “쿵쾅”하는 소리가 들렸고, 뒤를 돌아본 필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고 정종환 장관

장관님께서 기획조정실장의 보고에 집중하다가 이동 중에 회전문 쪽으로 진행하셔야 함에도 회전문 옆의 막힌 유리가 빌딩의 열린 진입문인 줄 착각하시고 그대로 머리부터 들어 밀어서 강화유리에 이마를 강하게 부딪친 것이었다. 장관님의 이마가 심하게 부어 부풀어 오른 만큼 장관님의 화도 부풀어 올랐음이 역력했다.

그 와중에 상임위 수석전문위원님과 1차관님은 장관님께 술 한 잔을 권하게 하면서 “장관님 이번 서기관 승진에서는 4년간 국회업무로 고생한 우리 육사무관을 꼭 승진시켜 주셔야 합니다.”며 장관님께 필자의 승진을 강권하였다. 그러나 그해 서기관 승진자 명단에는 필자의 이름이 없었다. 정말 화가 많이 나셨겠지요.

 

“정종환 장관님! 솔직히 그날 막힌 유리에 이마를 강하게 부딪친 것은 장관님께서 걸으면서 대화에 열중하시다가 앞을 보시지 않고 막힌 유리를 들이받은 것이지, 제가 앞장서서 안내를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는 절대 아니거든요. 그래도 소천하신 지금 그립고 고운 장관님께 청양 가까운 공주의『알밤육회비빔밥』에『알밤 막걸리』 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현 국토교통부 민원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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