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자유(夏天和自由)’

‘여름과 자유(夏天和自由)’

 

임재철 칼럼니스트

 

여름이다. 올 여름은 여름비가 잦으면서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보다. 어떻게 긴 여름을 버텨낼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몸과 마음의 재충전도 필요하고 해야 할 일도 있고, 무더위를 식히며 한가로움을 만끽하고도 싶고 참 생각이 많다.

누구나 ‘본인만 알고 싶은 쉼터’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것은 여름 여행을 가고 싶다는 거다.

 

예나 지금이나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다리(大理)나 티베트고원을 좋아하지만, 이 순간 ‘체리 카터 스코트’의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이란 시(詩)가 떠오른다.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이 놀이의 규칙이다/ 당신에게는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 좋든 싫든 당신은 그 육체를 이번 생 동안 갖고 다닐 것이다/ 당신은 사람이라는 학교에 등록할 것이다/ 수업시간이 하루 24시간인 학교에 당신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은 반복될 것이다/ 당신이 살아있는 한 수업은 계속되리라/ 당신은 경험을 통해 배우리라/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중략)

이 시를 다 깨닫지 못하는 자칭 여행가요 여전히 수업 중인 다동나그네인 필자 역시 흔한 말처럼 세상을 살아오며 힘들 때도 있었고 편안할 때도 있었고 울고 싶은 날도 많았고 웃는 날도 있었고, 또 그렇게 미래에도 살아가리라고 본다. 헌데 여행은 매순간 특별한 경험을 주었고, 여행의 상징처럼 된 것이 있다면 여행은 언제나 힘든 노동을 동반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이다.

 

​인생 또한 긴 여행이라 하지 않았던가. 다만 누구는 거기에서 고독한 여행을 하고, 어떤 이는 행복한 여행을 하며 사는 게 세상이다. 산다는 건 먼 길을 가는 것이고, 그 가운데서도 나그네는 그 길을 서두르지 않고 그가 쉬어간 그늘을 기억하지 않는다는데 맨날 이렇게 살까. 한 굽이 나아갈 길을 알고 느긋하게 걸었으면 좋겠다.

바깥세상은 언제나 나그네를 끌어당기며, 나그네 길 위에 인생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삶이 있다고 믿는 필자이지만,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떠도는 여행만큼 즐거운 게 있을까. 생활의 굴레에서 해방된 자유로움, 있는 그대로 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 모처럼 내숭이 없는 마음으로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의 관대함, 도취할 수밖에 없는 우연한 이벤트들 혹은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다채로운 비일상적 낭만의 향유와 감성충전이 가능한 게 여행이다.

어느새 여름 바캉스 시즌이 눈앞이다. 누군가는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담고 있는 곳으로, 고대의 역사와 동화 속 장소의 판타지 풍정이 있는 곳으로, 고요한 해변과 아름다운 산의 절경이 있는 곳으로, 궁궐 성전 박물관 등 세계 최고의 명소 탐방, 순례길 트레킹 아니면 시끌벅적한 도심 여행지 등 후덥지근한 날씨를 벗어나고 싶은 곳으로 떠나 시간속의 행복을 찾을 것이다.

열망하는 것보다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벌써 필자 주위에는 지난달 체코를 한 달여 다녀온 선배도 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 현재 동유럽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지인은 기차로 다시 가보고 싶은 유럽의 정취 있는 도시들을 일주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누구나 더운 여름 무더위에 ‘여름과 자유(夏天和自由)를 느낄 수 있는 곳이나 세계적인 경치를 자랑하는 여행지를 타이밍 좋게 테크닉 있게 추구하기를 바라는 필자의 마음이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일상에서 딱딱하게 굳은 사람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며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아름답고 풍부한 인문학적인 자연경관, 인생 모험이 있거나 감동적 몽환적 그리고 상상도 못할 경치와 멋진 로맨스의 설렘이 있는 낙원은 많다.

어떻게 해야 삶이 바뀔까 고민하는 여행자라면 여행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된다. 즉 삶에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존중하는 것이며 여행 또한 그런 것이기에 의도를 가지고 떠나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여행의 파라다이스 이면에 존재하는 비용이다. 가령 일본의 학자인 ‘오마에 겐이치’의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란 책에서의 표현대로 하면 ‘지불 능력’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체코의 프라하 등 15곳)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우선 여행의 완전한 지침은 항상 코스트가 기본이 되는 것이고, 이를 포함해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여행의 안전성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여행이 지난날들의 족쇄에 갇힌 허울과 관습 등 모든 것을 해결해리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여행은 새로운 만남과 인연으로 시작되며, 자신을 속박하는 수많은 것들에서 정체성이 다시 일깨워지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자아가 돌연한 탄력을 받아 확장되는 것이다. 산이 푸르고 물도 푸르듯 여행을 통해 물처럼 흐르고 싶은 거다.

다가올 폭염을 앞두고 긴 더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하다 얘기가 길었다. 더위를 잘 관리하는 방법은 좋은 피서지를 찾는 것만큼이나 더워지는 지구를 식히는 노력도 중요하리라. 또 더위를 피해 쉼과 여유를 얻을 만한 그늘지고 호젓한 곳은 지척에도 많다. 이어지는 폭염과 더위에 맛있는 와인처럼 좋은 피서여행으로 시원한 여름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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