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와인의 역사

김준철의 와인교실(23)

 

우리나라 와인의 역사

 

 

김준철 원장 (김준철와인스쿨)

 

 

우리나라 포도는 없다

 

김준철와인스쿨(원장)

세계적으로 포도는 주로 와인을 만드는 ‘유럽포도’, 식용인 ‘미국포도’ 그리고 우리가 ‘머루’라고 부르는 ‘아시아포도’,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럽포도가 동양으로 흘러 들어온 것은 한나라 때(기원전 128년) 장건이 서역에서 포도나무 씨를 들여와서 심었다는 기록이 최초의 것이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에서는 유럽포도가 자라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럽포도가 존재하지 않으니,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들어오지 않은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신사임당 그림에 나오는 포도가 어떤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옛날에 와인을 마신 사람들

기록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와인을 마신 사람은 고려 때 충렬왕 11년(1285년)으로, 원제가 고려의 왕에게 와인을 계속 보내왔는데, 이 와인은 정통 과실주 양조법으로 담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면 몽골은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까지 정복하여 그 와인을 가져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동의보감』,『지봉유설』등에도 와인을 소개하고 있지만, 주로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유입된 것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조 14년(1636년) 대일통신부사 김세렴의『해사록(海笑錄)』에 서구식 레드와인을 대마도에서 대마도 주와 대좌하면서 마셨다는 기록이 있으며, 1653년 네덜란드 하멜이 일본을 가는 도중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난파(하멜표류기)하여 가져왔던 레드와인을 지방관에게 상납했다고 한다. 조선 말, 문호개방 이후 와인을 비롯한 외국이 술이 들어 왔지만, 나라는 이미 일본으로 넘어 가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와인

일본은 1906년 뚝섬에 원예모범장을 설립하고, 1908년에는 수원 권업모범장(농촌진흥청 전신)을 설립하면서 주로 미국 종 포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다가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포도 수입이 곤란하게 되자, 데라우치(寺內) 조선총독이 동경의 화장품 회사인 마루미야 상점(丸見屋商店, 1860-1975)의 주인인 ‘미츠와 젠베에(三輪善兵衛)’에게 조선에 포도농장 설립할 것을 권유하여, 미츠와는 수원의 권업모범장에 적절한 재배지 선정을 의뢰하였고, 포항지역이 최적지로 선정되어 1917년 10월 국유지를 불하받아 농장을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이 자리는 과거 영일군 동해면과 오천면 일부 지역으로 지금은 해병대교육훈련단과 포항비행장이 들어선 자리이다. 이듬해인 1918년 2월에 ‘미츠와 포항농장양조공장(ミツワ浦項農場釀造工場)’이라는 식료품공업으로 등록하고 포도를 생산하고 점차 와인양조에 착수하여 외국산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는 와인을 생산하면서 조선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라고 기록이 나와 있다.

 

해방 후, 미츠와 포항농장은 회사 명칭을 ‘포항포도원’으로 하고 본사를 영일군 오천면 용덕동 62의1에 두고 와인을 생산하여, 1950년대 신문광고에도 ‘동양 제일의 포도주’라는 문구가 나올 정도로 유명했지만, 1966년에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었다고 문제가 되어, 검찰과 1970년 12월까지 진위여부로 장기간 재판을 하다가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와인의 시작

 

1968년 농어촌개발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 전신)가 일본의 산토리와 합작으로 6,000여만 원을 투입해 대전시 월평동에 ‘한국산토리(주)’를 설립하였다. 애초에 전량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1969년 일본 산토리는 철수한 데다 당시 소득수준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재고가 쌓이자, 결국 농어촌공사는 1973년 해태주조(주)에게 회사를 매각해버린다. 본격적인 우리나라의 와인은 1969년 애플와인 ‘파라다이스(허가는 1967년)’가 나오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는 포도주스와 주정을 섞어서 만든 값싼 과실주가 있을 뿐이었고, 값비싼 과일을 100 % 함유한 술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나오기 힘든 때였지만, 경양식 붐과 더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도 과실주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식량부족을 이유로 쌀로 만든 술보다는 과일로 만든 술을 장려하였기 때문에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1974년에는 제과업체인 해태에서 ‘노블와인’이라는 최초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 출시되었고, 1977년 맥주업체인 OB는 지금까지도 그 이름이 남아있는 ‘마주앙’을 내놓아 와인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진로의 ‘샤토 몽블르’, 금복주의 ‘두리랑’, 대선주조의 ‘그랑주아’ 등이 나오면서 우리나라 와인제조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된다.

1980년대는 매년 10-30 %씩 와인시장이 성장하면서 1988년 최고의 성장을 기록하지만, 미처 우리 풍토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거나, 양조기술을 확립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외국산 와인이 수입되면서 국산 와인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대기업이 주도하여 일으킨 와인시장이지만, 이들은 와인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나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하지도 않고, 제조원가를 따져서 수익성이 없는 품목은 과감하게 정리하다 보니까 하나 둘 슬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국산 와인의 부활

 

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과일의 가공 비율은 그 나라 농민에게 아주 중요하다. 식용 과일이란 약간의 흠이라도 있으면 시장에서는 불합격품이기 때문에 농민들은 겉모양이 좋은 것은 식용으로, 약간 흠이 있는 것은 가공용으로 분류하여 공장으로 보내면 되는데, 받아줄 공장이 없다면 모양 나쁜 과일은 버려야 한다. 유럽의 경우 70 % 이상의 과일이 가공용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 %도 안 된다.

이렇게 남아도는 과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대기업이 포기한 와인생산을 자치단체와 생산 농가의 자구책으로 다시 일으키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역특산주’라는 이름으로 허가도 쉽게 내주고, 지원도 잘 해주지만, 아직은 전문 지식의 부족으로 걸음마 단계이다.

우리나라의 와인메이커는 남다른 정렬과 패기를 가지고 열심히 하지만, 양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 나름대로 연구와 외국연수 등을 통하여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초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와인을 만들고 있는지 의아스럽게 생각될 때가 많다.

1980년대 우리나라 와인의 전성기 때는 대기업이 주도하여 와인양조회사를 차리고, 대학에서 식품이나 화학을 전공하고 외국에서 양조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와인을 만들었어도, 수입 개방 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모두들 사라졌는데, 하물며 그 때보다 사정이 더 나아진 것도 없는데, 의욕과 지원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좋은 와인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아야 제대로 된 와인이 나온다.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당장의 이익을 접어두고 장기적인 안목과 철학을 가진 투자자와 우리 실정에 맞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있는 와인 메이커가 만나야 우리 와인의 장래를 보장할 수 있다. 국산 와인이 맛있고 값이 싸다면 누가 외면하겠는가?

 

필자:▴김준철와인스쿨(원장)▴한국와인협회(회장)▴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프레즈노캠퍼스 와인양조학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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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간 및 시간:주 1회, 16주 코스, 매주 금요일 오후 07:00-10:00▴개강:2024년 07월 12일(금) 오후 7시▴수강료:180만 원▴수강신청:온라인(국민은행

924537-01-007717)입금 후 전화, 카드 결제 후 수강신청서 작성▴교재:와인 에피소드 – 저자 직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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