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후 입가심이 커피?

김원하의 취중진담

 

음주 후 입가심이 커피?

 

 

아마 지금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그 때가 참 좋았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요즘 흡연자들은 담배 피울 공간이 점점 줄어들어 담배를 맘 놓고 피우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한다. 사무실이건 아파트 단지건 공식적인 흡연 공간이 거의 없다. 비 오는 날 담벼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처량한 군상들을 보면서 하루에도 두 서너 갑씩 피우던 담배를 단칼로 끊은 일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금연 포스트가 나붙기전 술․밥집은 물론 사무실에서도 맘 놓고 담배를 피웠다. 너도나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워대면 금방 너구리 소굴이 된다. 비흡연자들은 죽을 맛이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

지금 노년층은 기억하겠지만 당시엔 사무실은 물론 시내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하기야 비행기 안에서도 앞쪽은 금연석 뒤쪽은 흡연석으로 구분지어 흡연자들은 뒤쪽 좌석을 배정받아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버스 안에서는 금연을 해야 한다는 정책이 떨어졌고, 비행기 안에서는 전 좌석이 금연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흡연자들은 장거리 비행노선에 탑승하는 것이 고역이라고 했다.

왜 죽자하고 담배를 피웠을까. 당시 애연가들 사이에선 ‘식후 삼초내 불연초면 즉사(食後 參秒内 不煙草면 則死)’라며 밥상에서 숟가락 놓기 무섭게 담배를 피웠다. 식사로 텁텁해진 입안을 담배로 개운하게 하기 위해서 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식후 흡연은 위장관의 소화 흡수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담배의 독성물질을 더욱 빠르게 흡수하여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식후 담배가 아니라 커피다.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점심 때 풍경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 손에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다. 요즘은 별다방 말고도 저가(低價) 커피를 파는 카페가 많아졌지만 얼마 전 만해도 3천 원짜리라면 먹고 5천 원짜리 커피들고 다니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요즘도 그렇지만 과거엔 식후 숭늉 한 그릇으로 입가심을 했다. 커피가 숭늉만 할까.

하기야 요즘은 사무실에 손님이 오면 커피부터 권해야 환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거리엔 한 집 건너 카페요, 골목엔 살던 집을 카페로 꾸민 곳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음주 후 입가심으로 “맥주나 한 잔 하지”라는 말 대신 “커피나 한 잔 하지”라는 신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는 모양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각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을 보면 프랑스 551잔, 한국 367잔, 미국 327잔, 일본 280잔, 중국 9잔으로 전 세계 평균은 161잔이라고 한다. 한국은 세계 2위로 전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즉 한국인 5500만 명이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본다. 또 인구 100만 명당 커피 전문점 수 통계에서 한국 1,384개, 일본 529개, 영국 386개, 미국 185개, 중국 71개로 나타나 한국의 커피 전문점 수는 압도적이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커피 산업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2023년 한국의 커피 매출을 약 8조6000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커피산업이 활성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산업이 주류산업이다. 정확한 통계는 접할 수 없지만 소주, 맥주, 막걸리, 약주 등 모든 술들의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재 소주나 맥주는 평균 전년대비 30% 이상 판매가 감소되고 있으며 전통주 역시 10-20% 정도 판매가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는 친구끼리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고 나면 으레 “입가심으로 맥주나 한잔 하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런 문화가 “커피나 한 잔”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술이 덜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펜데믹 시기에 홈술․혼술 문화가 정착된 것도 주류 판매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술 안 팔린다고 정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업계도 아니다 보니 주류업계는 애 간장만 태우고 있다. 어찌하면 좋을꼬. 2차 가자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되는 것은 아닐까.

<본지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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