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대 환영’

김원하의 취중진담

무교동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해산물 전문 K식당. 식당 벽에 “낮술 대 환영”이란 스티커가 붙어 있다. 누가 장난으로 붙여 놓았는가 싶었는데 여기저기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식당 사장이 붙여 놓은 것 같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무교동은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식당 손님들 대부분이 근처 사무실 직원일 텐데 낮술을 강요(?)하다니…. 상술(商術) 치고는 고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낮술에 취하면 애비, 애미도 몰라본다는 속담도 있는데 낮술을 마시라니 어이가 없다.

식당 사장이 오죽 장사가 안됐으면 ‘낮술’이라도 팔아서 매출을 올리려고 했을까. 이해는 가는 대목이지만 ‘낮술’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

‘낮술 환영’이란 스티커는 무교동을 조금만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스티커는 비단 무교동뿐만아니라 다른 지역 식당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다.

식당에서 소주 한 병에 3천 원 정도 하던 시절에는 낮술을 마시는 손님은 눈총을 받기 십상이었다. 당시 식사를 하면서 “소주 1병 주세요”하면 “우리 식당에서 낮술은 안 됩니다”고 ‘낮술 금주령’을 내리기도 했던 식당들이 꽤 있었다.

낮술 즉, 반주(飯酒)를 하다 보면 식사 시간이 늘어져 테이블 회전율이 나빠서 식당 매출에 지장을 주었기 때문이다. 소주 한 병에 3천원을 받아봤자 식당에 남는 돈은 천 몇 백원 밖에 되지 못했다. 소주를 파는 것보다는 식사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당들은 반주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식당 소주 값이 5천원에 이르자 식당 사장 입장에서는 마음이 바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주 한 병팔면 최소한 3천 5백 원 이상 남는 장사가 되다 보니 ‘낮술 대 환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낮술(반주) 문화가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낮술 대 환영”이란 유혹의 스티커가 등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식당에서 낮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으로 식당 사장들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천 몇 백 원에 구입한 소주를 5천원(강남 같은 일부 식당에선 6천 원 이상 받는 곳도 있다)을 받는다. 원가에서 3배 이상을 받는다는 것은 주당들 입장에선 화가 나는 노릇이다. 식당에서 하는 것이라곤 주류도매업체나 주류 메이커들이 제공해준 쇼케이스에 넣어서 차게 해주는 것 밖에 더 있는가. 제주도 같은 지역에선 노지(露地:냉장고에 안 넣은 상온 보관한 술)로 마시는 사람이 많아 전기료조차도 1원 한 장 들지 않는다.

요즘 식사 값이 올라서 만원 한 장 가지곤 한 끼 때우기도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의 푸념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서민들 입장에선 반주 한잔 하고 싶어도 선뜻 술을 시키기가 겁이 난다는 것이다.

‘낮술 대 환영’이란 스티커 대신 우린 “소주 4천원 받습니다”고 하는 스티커를 붙여 놓으면

매출이 더 오르지 않을까.

우리의 반주(飯酒) 문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음주문화다. 반주는 식사할 때 식사 전에 술을 한두 잔을 마셔서 피로를 풀고 식욕을 돋우게 하려는 데 그 뜻이 있다.

문제는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면 한 잔이 두 잔 되고 한 병이 두병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주가 아닌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낮술이 위험한 이유로 낮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가 빠르다. 또 낮에는 짧은 시간 내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어 더 빨리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게 낮술은 비즈니스 모임에서 식사를 하다가 마시는 경향이 있어 음주운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보도를 보면 대낮 음주운전으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낮술이 음주운전으로 이어져서 단속을 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도가 지나쳐 음주운전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자칫 술 한 잔이 패가망신이 될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낮술 대 환영’스티커를 붙이신 분들 낮술 마시고 운전대 잡는 삼가라는 스티커도 함께 붙이면 어떨까.

본지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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