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가맥축제


유상우의 에세이

 

전주 가맥축제

 

여름은 가맥의 계절

무척 더운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도 문득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일마치고 혹은 집에 있다가 불쑥 찾아들어가 가볍게 한잔할 수 있는 술문화가 전주에는 있다.

전주에는 가맥이라는 것이 있다.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무언지 잘 모르지만 이미 아는 사람에게는 전주의 유명한 술문화이다.

가맥은 가게맥주의 준말이다. 혹은 길거리에 간이 의자와 탁자를 갖다놓고 병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는 술집을 이른다.

가맥의 안주는 처음에는 과자부스러기였으나 갈수록 진보에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황태포이다. 망치로 잘잘하게 다듬어 놓아서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부서진다. 또한 여기에 곁들이는 소스가 이른바 마약소스(가맥장)다. 각 가맥집들은 그 집만의 비법으로 가맥장을 만든다. 갑오징어 또한 가맥에 좋은 안주다. 잘게 찢어 나오는 갑오징어 한 마리와 가맥장 한 종지면 맥주도둑이 따로 없다. 그러나 요 몇 년 사이 갑오징어가 귀해져서 값이 상당히 올라감에 따라 가맥에 갑오징어는 조금 큰 맘을 먹어야 한다.

가맥에 고무신만한 계란말이를 빼놓으면 서운하다. 술을 마시다 보면 아무래도 배고픈 술꾼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가맥집에서 탕이나 찌개와 밥을 먹을 수는 없는 일. 그러한 술꾼들은 정말 고무신 만하게 프라이팬에서 부친 계란말이가 제격이다. 이런 계란말이 하나 부치는데 계란 10개와 각종 야채가 들어간다. 노릇하면서도 기름기가 도는 계란말이 또한 가맥의 대표 안주다.

촉태라고 불리는 명태포도 좋은 안주이다. 사우나 오징어 혹은 반건조 오징어처럼 명태포가 촉촉하고 부드럽고 쫄깃해서 촉태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밖에도 치킨, 닭발튀김, 북엇국 등의 안주가 가맥에 포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우깡이나 사발면 등 맥주안주의 간편버전이 존재하는 곳이 가맥집이다. 그래서 안주가 가장 빨리 나온다고 해서 가맥집이라는 설도 있다.

 

전주 가맥축제

전주에서 살면서 안타까운 것 가운데 하나가 막걸리나 가맥을 활용한 축제가 내려오지 못하는 점이었다.

전주는 한 해 관광객이 5백만 이상이 오는 관광대도시로 성장을 했다. 그 근저에는 경기전, 오목대, 전동성당을 품은 한옥마을이 있어서이다. 그리고 콩나물국밥, 비빔밥, 가맥, 막걸리골목 등 전주의 고전적 음식컨텐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막걸리와 가맥은 전주를 찾는 젊은 감성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다. 그래서 전주 막걸리골목은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룬다. 전주 각지에 골고루 포진한 가맥집들 또한 휴가철과 주말이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주에서 오랜 역사와 삶이 배인 가맥과 막걸리골목은 그러나 그들의 삶을 반영한 축제로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잠시 삼천동 막걸리골목에서 막걸리 축제를 몇 차례 했으나 그 또한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그러던 차에 지난 8월 7일(금)과 8일(토) 양일간 전주전통문화의 전당에서 가맥축제가 열렸다.

가맥축제가 열린 날은 정말 무지 더웠다. 밤기온이 섭씨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로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인파가 밤 12시 넘어서까지 가맥축제장에서 가맥을 즐겼다.

전주가맥축제에 사용된 맥주는 전주인근의 완주군에서 생산된 하이트맥주였다. 하이트맥주에서는 직원들도 안마셔봤다는 당일 생산된 맥주를 당일 마실 수 있게 준비를 해주었다.

또한 각 부스에는 전주가맥집들이 각각의 고유 안주를 들고 나와 손님들을 유혹하였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서 안주를 하나 주문하려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축제 한편에는 젊은 청춘들이 버스킹을 벌였다. 맥주 몇 병과 가맥장 그리고 안주를 챙겨든 젊은 친구들은 버스킹을 맥주와 함께 맘껏 즐겼다.

전주 가맥축제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치 대학교 축제 같은 느낌이었다. 잔디밭에서 새우깡 사다가 종이컵에 따라 마셨던 기억이 모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취기가 올라오면 한사람씩 분수대에 밀어 넣어서 여름의 더위를 삼키며 놀았던 기억. 심한 경우는 취해서 현수막을 똘똘 말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한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맥축제에는 있다.

 

대를 잇는 축제가 되어야 할 가맥축제

가맥은 오랫동안 전주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술문화이다. 이제 어엿한 가맥축제가 생겼으니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먼저 지역의 이름난 가맥집들이 더욱 많이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일 축제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염려가 된 유명 가맥집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또한 특정 맥주회사의 전시판매장 같은 인상을 불식시키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특정 맥주회사가 많은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겠지만 전주가맥 문화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번 축제는 관에서 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민간주도 축제로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금 부족으로 축제의 지속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내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그 사이 전주 가맥집들을 또 부지런하게 다닐 것이다. 가맥은 전주사람에게 삶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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