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소곡주, 세계적인 명주로 발돋움 한다

한산 소곡주 나장연 사장의 소곡주 사랑이 대단하다
백제의 1500년 숨결로 빚은 ‘우리 땅 우리 술’

 

한산소곡주, 세계적인 명주로 발돋움 한다

대중화 위해 ‘제1회 소곡주축제’ 여는 서천군

 

 

한산 소곡주 제품들충남 서천군이 ‘한산 소곡주’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서천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도 6차산업화 지구 조성사업 공모에 ‘한산 소곡주 6차산업화지구’가 최종 선정된 것을 계기로 오는 2017년까지 3년 동안 3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한산소곡주 관련 1차 산업(원료곡) 생산기반 강화는 물론 제조기술, 품질 표준화, 유통구조 개선, 1500년의 맛과 향의 계승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육성, 세계적인 명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차산업화 지구 조성사업은 농산물 생산, 가공, 유통, 관광 등 농촌지역의 자원이 집적된 지역을 지구로 지정해 전후방 산업이 융·복합 된 지역특화산업지구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월21일까지 서류평가, 현장심사, 발표평가 등의 심사과정을 거쳐 총 15개의 후보지구 가운데 한산소곡주를 포함, 전국 4개소를 확정 발표했다.

서천군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동안 젊은 층에게 다소 외면 받아왔던 한산 소곡주가 테마거리조성, 젊은 층 맞춤안주 개발, 스토리텔링 마케팅 추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곡주 대중화의 길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소곡주 대중화를 위해 서천군은 이미 ‘한산 소곡주(대표 羅莊然, 50)’가 자리 잡고 있는 한산면에 45개의 소곡주 양조장을 허가해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3일 동안 갈대밭축제와 더불어 45개 농가와 1개 부락, 한산소곡주등 47개 업체가 참여하는 ‘제1회 한산소곡주축제’가 개최되는데 서천군은 이를 계기로 소곡주를 국내뿐만 아니라 소곡주세계화에 힘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나장연 사장이 밀 누룩 숙성실에서 밀 누룩을 들어 보이고 있다.10월 30일 제1회 소곡주축제 연다

정부를 비롯해서 서천군이 소곡주 육성에 힘쓰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마디로 술이 좋기 때문이다.

흔한 입국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밀 누룩만을 넣어 소곡주를 빚어온 한산 소곡주(韓山 素麯酒)의 나장연 사장의 끈기와 열정이 오늘날 애주가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 받는 술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라고 왜 손 쉽게 입국(粒麴)을 써서 술을 빚고 싶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전통주라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 조상들이 해온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서 밀 누룩을 만들어 약주술인 소곡주를 빚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좋은 술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고집의 결과 한산 소곡주는 1979년 7월 3일 충청남도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산림경제(山林經濟)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서 소곡주에 대한 기록을 보면 백제 멸망 후 유민들이 주류성에서 나라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소곡주를 빚어 마셨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과것길에 오른 선비가 한산지방의 주막에 들렀다가 소곡주의 맛과 향에 사로잡혀 한두 잔 마시다가 과거날짜를 넘겼다는 일화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이런 저런 기록을 보면 한산 소곡주는 1,5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든 맛과 향이 뛰어나 한번 맛을 보면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고 하여 일명 ‘앉은뱅이술’이라고도 하는 술은 현대의 주당들도 인정하고 있으니 소곡주가 내걸고 있는 ‘우리 땅 처음 술’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우희열 명인이 전통방식으로 빚는 한산 속고주.‘우리 땅 처음 술’ 한산 소곡주는 명인이 빚는 술

소곡주의 근대사를 보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한산면 호암리의 김영신(나장연 사장의 할머니)이 선조들로부터 제조비법을 전수받아 1990년 4월 소곡주 제조면허를 취득 하여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김영신이 1997년 6월 노환으로 별세한 이후 며느리인 우희열(愚喜烈,75) 씨가 대를 이어 무형문화재 자격을 승계 받고 소곡주를 빚어왔다.

사실 한산 소곡주는 우희열 씨 시대에 들어와서 빛을 보기 시작한다. 한산 소곡주로 ‘식품명인’임을 인정받은 우희열 명인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한산 소곡주’를 계승해 더욱 발전시켰다.

나 사장의 소곡주 사랑 못지않게 부인 최영숙 씨(사진 왼쪽) 또한 소곡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우 명인이 처음 소곡주를 빚는 양조장을 운영할 때는 겨우 66㎡(20평) 넓이에 12개의 항아리를 묻어놓고 술을 만들어 팔았다고 했다. 밤새 술을 빚어도 손님들이 원하는 양만큼 빚을 수 없어 손님들이 술을 사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단다.

나장연 사장은 “이제는 손님이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래도 술은 팔 수 있을 만큼만 생산합니다. 생주인 소곡주는 유통기한이 한 달 정도로 다른 전통주보다 짧기 때문에 변질의 위험이 높고, 또 정성껏 빚은 술을 제 때에 팔지 못하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은 없기 때문이죠”

나 사장의 어머니인 우 명인은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예전만큼 술 빚는 일에 관여하지 못하고 나 사장이 직접 직원들과 술을 빚는다. 나 사장의 부인 최영숙 씨는 연구실에서 소곡주의 품질관리와 좀 더 좋은 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며 앞으로는 그의 시어머니처럼 백제의 향기 가득한 소곡주를 전수받아 직접 빚을 것이다.

 

소곡주가 잘 숙성되고 있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향을 맡아보는 나장연 사장.1년에 사용할 누룩 20톤 직접 제조

소곡주(素麯酒)에서 곡(麯)자는 밀맥(麥)에 곡(曲)자를 더해 만든 누룩곡(麦+曲)자다. 그러니까 밀 누룩을 써서 만든 술이란 것을 상호로 사용 할 만큼 누룩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 사장은 “소곡주는 이 지방에서 생산 되는 질 좋은 멥쌀과 찹쌀, 그리고 누룩만을 사용합니다. 그 밖에 들국화, 메주콩, 생강, 홍고추 등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빚고 있는데 숙성기간을 통해 특유의 향과 감칠맛을 냅니다. 아주 특별한 것이 있다면 물은 꼭 한산 건지산 자락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순곡주임에도 술이 달고 그윽한 향기가 난다.

체험 행사에서 소곡주 빚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나 사장은 설 명절이 끝나면 전 직원들이 누룩제조에 팔을 걷고 나선다고 했다. 누룩은 100일을 숙성시켜 사용하는데 1년 쓸 누룩을 제조하다보니 연간 생산량이 20톤이 넘을 때가 많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누룩은 별도의 저장고에서 관리를 잘해 좋은 술 빚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여타 술들은 대부분 입국을 사용하여 술을 만들다 보니 속성으로 빚을 수 있기에 술에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를 넣는다. 이에 한산면 일대 45가구에서도 서천산 우리 밀 누룩만 전문으로 하는 공장에 의뢰할 생각이라고 했다.

소곡주는 이양주법으로 빚는다. 술을 담기 전에 쌀가루로 시루떡을 만들어 누룩물 즉, 밑술에 그것을 풀고 그 후에는 다시 누룩을 쓰지 않는다. 단시일에 양조하는 법과 장시일에 걸쳐 양조하는 법 등 소국주제조법은 다양하나 그 방법은 유사하고 어느 때라도 할 수 있는데 한산에서는 100일간 발효시켜 출하한다. 술이 익는 술독 절반 정도에 술찌거미가 떠 있고 그 밑에서 술이 익어간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취기가 돌 만큼 어질한데 술 향기마저 피어오르니 세상만사 다 내 것인 양 싶다.

1500여 년 전 백제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은 술 소곡주. 술잔을 채우면 금빛 빛깔에 먼저 취하고 그 향기에 한 번 더 취하고 그 맛에 완전히 취해버리는 소곡주. 술 맛을 본 선비들이 과거장으로 떠나다 말고 주막에 눌러앉아 술을 마시며 세월을 보냈다는 소곡주. 기자도 그 때 그 선비들 모양 소곡주에 흠뻑 취하고 싶다.

소곡주는 18도 약주술과 소곡주를 증류한 43도짜리 불소곡주로 출하하고 있다.

 

좋은 누룩제조 위해 금강밀 등 6개 품종을 시험 재배도

나장연 사장이 본격적으로 소곡주 사업에 뛰어든 것은 서울서 대학(동국대학교)을 졸업하고 나서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일. 나사장은 그동안 틈틈이 어깨너머로 할머니, 어머니가 술 빚는 것을 눈 여겨 봤지만 막상 양조장 운영을 하면서 술을 빚어 보니 술 빚는 일이 녹녹치 않았다고 했다.

처음 소곡주의 개량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소곡주를 전수받기 시작한 초반에는 술맛에 변화를 주고자 했던 적이 있었다고 나사장은 회고 하면서 “할머니의 술이 너무 달다고 생각해서 저만의 제조법으로 술을 한번 빚어봤어요. 결과는 대 실패였습니다.”

한번은 술이 시어져 찹쌀 300가마를 사용해 만든 술을 전부 버리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지금이야 증류주 제조면허가 있으니 증류해서 불소곡주라도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소곡주 면허만 있어서 망친 술을 걸러 논에 거름으로 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전수자의 생각은 ‘새로운 술 맛을 개발하기 보다는 옛 맛을 지켜나가자’는 쪽으로 굳히고 할머니, 어머니의 술 빚는 법을 배워나갔다.

나 사장은 “순곡주이자 자연발효로 만드는 한산 소곡주의 전통을 이어가려면 직접 생산한 밀로 누룩을 만들어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농업 진흥청 과 공동으로 우리 밀, 금강밀 등 6개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밀 뿐만 아니라 소곡주의 주원료인 찹쌀도 계약재배로 전량 조달하고 있으며, 술 빚기에 가장 좋은 쌀을 찾기 위해 다양한 품종의 쌀을 시험 재배중 이란 설명이다.

 

한산소곡주 제조 방법 특허도 받아

한산 소곡주는 2004 한국 전통식품 BEST5에서 국무총리상(전통주부분 1위) 수상한데 이어 2007년 농식품 가공산업발전 유공자 시상에서 대통령 표창의 영예를 차지하는 등 대내외적인 품격을 갖춘 전통주다.

또 국내 전통주 중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명주로 한국관광명품, 무형문화재, 전통식품명인, ISO9001 등 각종 인증을 획득한 소곡주는 2007년 7월 ‘소곡주의 제조방법’으로 특허도 받아냈다.

이런 평판을 받자 한 때 청와대에서는 설 선물로 한산 소곡주를 돌리기도 했고, 각종 영화에도 얼굴을 내미는 횟수가 잦아져 소곡주의 위상이 높아갔다.

때문에 애주가들이 소곡주를 찾는 일이 많아지자 나사장은 서울, 경기, 대전, 천안, 부산 등 10여개의 도매상과 국내 유명백화점, 할인점, 농협하나로마트, 면세점, 피쉬앤그릴, 초록마을 등 500여개 매장에서 소곡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곡주 공장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는 직접 술을 빚어 볼 수 있도록 체험행사도 벌이고 있다.

특히 “소곡주는 약주답게 순수한 웰빙식품으로 여성들의 피부미용, 청혈해독의 약리작용,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혈관운동 중추를 억제는 혈압강화작용이 있어 고혈압 방지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고 나 사장은 말한다.

 

소곡주의 대명사 ‘앉은뱅이 술’ 앞에서 소곡주를 설명하고 있는 나장연 사장.우리의 전통주도 외국 명주 반열에 올려놓자

한 때 쌀이 귀하던 시절에는 쌀로 술을 빚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만 요즘은 쌀 소비가 되지 않아 농협창고에는 해묵은 쌀 때문에 골칫거리다.

그런데 쌀 소비가 가장 많은 것이 술 담그는 것이다. 정부에선 이런 소비 촉진을 위해서라도 양조장에 특별 공급을 해야 한다는 목속리가 높다.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해 나장연 사장은 지난 해 7월, 50여 민속주양조장 대표들과 사단법인 한국전통민속주협회(회장 양대수)를 설립하고 부회장 직책을 맡아 협회 업무에도 힘쓰고 있다.

나 사장은 “우리의 전통주가 외국의 전통주나 명주 반열에 끼기 위해서는 업자기 힘을 모아 정부의 협조도 받아 전통주업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전통주인들의 대변과 공동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우리만의 협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 사장은 “전통주가 소비자들로부터 선물용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매출이 양 명절에만 집중돼 있어 상당수 전통주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편하고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전통주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협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나 사장은 “그동안 다양한 국제식품박람회 참가를 통해 얻은 교훈이지만 해외시장에서도 마케팅만 된다면 우리의 전통주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통주의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때”라고 강조했다.

 

백제 1500년의 숨결로 빚은 ‘우리 땅 처음 술’ 한산소곡주(www.sogokju.co.kr)가 국내 애주가들뿐만 아닌 세계 애주가들로부터 사랑받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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