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충남 대표가 된 술을 대상으로

 

 

허시명의 술기행 기획특집:충남의 대표 술들

 

품평회, 술을 알리는 집단 퍼포먼스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충남 대표가 된 술을 대상으로

 

충남 행정 권역은 달라도 술 문화권은 하나여

2015년 충청남도 권역 우리술 품평회 심사장충청남도의 행정 권역은 충청남도, 대전광역시, 2012년에 분가한 세종특별자치시로 나뉜다. 행정 수장이 따로 있으니, 정책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술 문화는 쉬이 달라지지 않는다. 술은 행정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일상 문화이기 때문이다. 굳이 행정의 영역에서 살펴보자면, 술은 정책의 중심에 있지 않고, 정책의 맨 끝이거나, 미미한 존재로 남아 있다. 공식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건배주 한 잔 드는 것, 업무를 끝내고 수고했다고 술 한 잔하는 것 등의 형태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적이든 사적이든 술은 마지막에 물려있다.

사회적 논의에서도 술은 뒷전이거나 아예 빠져있다. 과소비가 불러올 화를 우려해서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음주 문화 교육조차 없다. 그러나 생산 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술 속에 큰 이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주목해 볼만하다.

대형 선박을 이용한 해상 무역의 활성화에 따라, 농산물은 무역 상품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를 싣고 갔던 선박이 빈 배로 오지 않고 값싼 농산물이라도 싣고 온다. 그러다보니 쌀, 밀가루, 옥수수전분, 맥아, 포도 등등 농산물의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우리의 식탁과 음식의 재료 구성도 달라졌다. 술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원조 밀가루가 술의 주재료로 들어오기 전까지, 이 땅에서 만들어진 술의 재료는 대부분 국산 농산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재나 민속주 승인을 받은 술들을 제외하고, 소주든 막걸리든 수입산 농산물이 주원료로 쓰이고 있다. 차라리 과일주는 과수원을 운영하는 농부들이 빚는 것이라서, 국산 원료가 주축이다. 와인은 국내산 원료를 쓰는데, 한국의 술인 줄 알았던 막걸리와 소주는 외려 외국 농산물로 빚다니! 우리 농부조차 외국 농부가 수확한 곡물로 빚은 술을 마시다니! 이러다보니 농촌의 기반이 허약해지고 말았다.

 

우리 농부조차 외국 농부가 수확한 곡물로 빚은 술을 마신다

 2015년 충청남도 우리술 품평회 출품작과 심사위원들술은 곡물과 과일로 만든다. 원재료의 기반은 철저히 농촌이고 농산물이다. 그것도 곡물이나 과일로 만들 수 있는 최고가의 가공 상품이 술이다. 중국의 마오타이는 수수, 니혼슈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일본 청주는 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는 보리, 보르도의 와인은 포도, 브랜디의 한 장르가 되어버린 코냑은 코냑 지방의 포도, 세계 3대 축제에 드는 옥토버페스트 때에 마시는 뮌헨 맥주는 독일 보리로 만들어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1980년대에 이뤄진 무역 개방화 이전에는 수입 양주는 법으로 제한된 품목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져, 외국 술들이 제한 없이 들어오고, 우리술들도 어디든 나갈 수 있는 무한 경쟁 시대가 되었다. 우리 것을 바깥으로 내다팔지는 못할망정, 우리 것이 우리 안에서도 소통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서 되겠는가? 이제 넓은 안목에서, 농산물과 술의 관계를 살펴보고, 우리 술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해 보아야 한다.

해마다 가을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우리술 축제와 우리 술 품평회가 열린다. 그 대회를 여름부터 준비하는데, 그 하나가 지역 예선 품평회다. 충청남도 권역에서도 지난 7월 16일에 술 품평회가 열렸다.

이날 충청남도 9개 업체에서 16개 제품, 대전광역시 4개 업체에서 5개 제품, 세종특별자치시 4개 업체에서 4개 제품을 출품했다. 그중에서 충청남도에서 12개 제품, 대전광역시에서 3개 제품, 세종특별자치시에서 2개의 제품이 입상했다.

 

◈ <충청남도 권역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입상품>

주 종

제 품 명

업 체 명

위 치

 

생막걸리

왕매실 막걸리

순성왕매실

영농조합법인

당진시 순성면 매실로 398

백련 생막걸리미스티

신평양조장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3

입장탁주

농)입장주조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모전4길 78-8

해쌀이

온아탁주공동제조장

아산시 둔포면 둔포면로 17번길 10

새천 생막걸리

동일주조

대전시 동구 세천로 8

생유 막걸리

세일주조장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로 583번길 41

세종생대왕 막걸리

세종 도원주조

세종시 전의면 읍내왕골2길 28

살균막걸리

백련 살균 미스티

신평양조장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3

입장 막걸리

농)입장주조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모전4길 78-8

약주·청주

천안 연미주

농)입장주조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모전4길 78-8

금산 인삼주

주)금산인삼주

금산군 금성면 파초길23

대덕주*

신탄진주조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로 583번길 41

과실주

추사 애플와인

농)예산사과와인

예산군 고덕면 대몽로 107-25

금이산 복숭아와인

금이산농원

세종시 전의면 장터길 18

일반증류주

두레앙

농)두레양조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율목길 17-6

리큐르

불소곡주 700ml

한산소곡주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18

기타주류

두레앙 브랜디

농)두레양조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율목길 17-6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는 농림부 주관으로 진행되는데, 2007년에 처음 대회가 열렸고, 한해 건너뛰고 2009년부터는 해마다 열리고 있는 축제다. 올해는 8회 대회가 열린다.

충남 술 품평회에 입상한 술들을 대상으로 충남 술의 현황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충남 대표로 선정된 업체들은 품평회 수상 경력이 있는 쟁쟁한 양조장들이다. 특히 입장주조, 신평양조장, 금산인삼주, 한산소곡주, 두레양조, 예산사과와인 들은 두 번 이상 전국 대회에서 입상했다.

입장탁주 새 건물이 완공되던 해의 기념사진◇ 입장주조

천안 입장주조의 대표작은 입장 탁주와 약주 연미주다. 입장 탁주는 2009년 전통주품평회에서 은상, 2010년 16강 대표막걸리 선발대회에서 입상, 2010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우수상을 거푸 수상했다. 2011년 우리 술 품평회에서는 약주 연미주가 입상했다. 상복이 많은 곳인데, 그만큼 잘 조화된 술맛을 내는 양조장이다. 입장주조는 천안시 입장면 하장리 큰길가에 있다가, 2010년에 마을 입장탁주 제조장의 제성실안쪽 성거면 모전리의 야트막한 산언덕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새로운 양조장은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때로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 동선이 잘 짜여 있다. 술 빚을 쌀이 양조장 안으로 들어오면 컨베이어벨트로 2층으로 올리고, 그곳에 술을 빚어 발효통에 담는데, 발효통의 입구는 2층에 있고 배출관은 1층에 있다. 빚어진 술을 1층에서 곧바로 여과하고 제성할 수 있게 했다. 제조 방법은 생쌀을 갈아서 발효하는데, 생쌀의 풋내가 나지 않게 잘 삭혀서 과일향이 도는 술을 만든다. 연미주는 약재가 넣어 발효시킨 알코올 13% 약주다. 이번에도 입장탁주와 연미주가 양조장을 운영하는 오누이처럼 나란히 충남 대표가 되었다.

80년이 넘은 신평양조장◇ 신평양조장

신평양조장은 오래된 양조장이지만,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할 만한 곳이다. 2014년 우리 술 품평회에서 백련 생막걸리가 대상을, 2012년에는 백련 살균막걸리로 대상을 받았다.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두 부분에서 대상을 받은 유일한 양조장이다.

신평양조장은 삽교천 방조제에서 5km 쯤 떨어져 있는 당진시 신평면 소재지에 위치해 있다. 1933년에 문을 열었으니 80년이 넘었다. 양조장은 벽돌로 외벽을 한 ㅁ자형 목조 단층 건물이다. 양조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세월이 느껴지는 소박한 사무실이 있다. 벽에는 상장이 붙어있는데, 이 방을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세월을 느낄 수 있다.

양조장을 찾은 이들에게 신평양조장 대표가 양조시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신평양조장의 백련막걸리는 밀가루 재료를 버리고, 2008년부터 쌀을 주재료로 빚으면 지금의 맛을 만들어냈다. 양조장 대표인 김용세 씨가 백련막걸리를 생각하게 된 것은 예산 수덕사 방장이었던 벽초 스님 때문이라고 한다. 벽초 스님은 수덕사 돌계단을 손수 쌓으면서 더러 곡차(사찰에서 술 이르는 말)를 드셨다고 한다. 40여 년 전쯤에 신평면을 찾아온 적이 있는데, 그때 20대 중반의 김용세 씨에게 ‘술은 연술이 좋은디, 앞으로 자네가 연술을 제대로 하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용세 씨는 그때는 무심코 들었는데, 그 후 다른 스님들을 만나고 차를 즐기게 되면서 연잎 차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 인연으로 백련막걸리를 빚게 되었다고 한다. 술 속에서 나는 백련 향은 아련할 만큼 약하다. 미각이 뛰어난 사람들 정도가 그 술 속에서 백련 잎의 은은한 향과 맛을 느낄 것이고, 평범한 사람은 술이 약간 묵직하다고만 느낄 것이다.

신평양조장의 또 다른 매력은 체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조장 옆에 빈 창고가 있었는데, 농림부로부터 2013년에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면서 깔끔하게 단장하여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넓은 공간에서 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술도 맛볼 수 있다.

금산인삼주 제조장◇금산 인삼주

금산 인삼주는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에서 빚어지는 술이다. 금산 인삼주를 빚는 김창수 씨는 1994년에 농림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 제2호로 지정받았고, 1996년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었다. 원래 김창수 씨는 1972년부터 금성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빚었다. 그는 막걸리를 빚으면서 인삼막걸리와 인삼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집안 어른들이 작성한 <주향녹단>과 <잡록>에는 인삼주 제조 방법이 기록되어 있고, 집안에서 인삼주를 빚었기 때문이다. 집안 제사나 명절 때는 할머니가 인삼주를 담아 재에 다가 파묻어두었다고 한다.

금산 인삼주에서는 인삼 약주와 인삼 증류주를 빚는다. 인삼 약주는 멥쌀 고두밥에 누룩을 섞고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들고, 밑술이 완성되면 다시 멥쌀 고두밥과 누룩과 물을 섞는데 이때 생삼을 잘게 갈아 넣고 솔잎과 구기자를 넣어 덧술을 한다. 덧술이 완성되는데 60일이 걸리는데, 이 술을 여과하면 약주가 된다. 약주 술덧을 증류시키면 맑은 소주가 된다. 약주는 12.5도와 16도 제품이 나오고, 인삼 증류주는 43도다. 인삼 약주는 인삼 때문에 담황색을 띤다. 인삼의 쌉싸름한 맛이 술 속에 녹아들어가서 약주의 단맛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다양한 선물 세트와 제품이 있는데 증류주에는 인삼이 들어있는 제품도 있고, 인삼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도 있다. 홍삼을 원료로 쓴 홍삼주도 있고, 유리병 제품도 있고 도자기 제품도 있다.

인삼은 막걸리든, 약주든, 소주든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술에 가장 편하고 쉽게 들어가는 약재다. 한국을 대표하는 약주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인삼주다. 그 인삼주의 가장 진전된 맛을 보여주는 제품이 금산인삼주라 할 만하다.

한산 소곡주는 한국 전통주를 대표하는 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전 지역에 소곡주가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입상한 한산 소곡주 회사는 1979년에 충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충남에서 가장 먼저이기도 하지만, 지방문화재로도 가장 일찍 지정된 술이다.

한산 소곡주 전시 판매장◇ 한산 소곡주

최근 서천군에서는 소곡주 명품화 사업으로 집에서 빚는 술들의 상업화를 시도하여, 소곡주 제조장이 30개가 넘게 생겨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을 합하면 50개 정도의 소곡주 제조장이 생길 예정이다. 그 소곡주 양조장의 선두에 선 양조장이 충남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우희열 씨의 한산 소곡주 양조장이다. 2004년 한국 전통식품 베스트5 선발대회에서 전통주 대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소곡주를 증류한 불소곡주로 우리 술 품평회에서 리큐르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산 소곡주는 2014년에 농림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되었고, 전시관과 시음장을 갖추고 있다.

오크통에 숙성되고 있는 두레양조의 두레앙 ◇두레양조

두레양조에서 만든 두레앙은 2009년에 한국 전통주 품평회 증류식 소주 부분에서 은상을, 2011년에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일반증류주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두레양조에서는 천안 입장에서 많이 재배되는 거봉포도로 와인을 빚는다. 두레앙은 발효 와인이고, 이를 증류한 두레앙 백주는 알코올 35%의 브랜디다.

막걸리 양조장과 달리, 와이너리들은 양조장을 만들면서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든다. 와인은 가을 수확기에만 술을 빚고, 나머지 기간에는 밀폐된 발효통에서 발효시키고 숙성시키기 때문에 가을이 아닌 계절에 가면 한가하다. 막걸리 양조장은 이틀이 멀다하고 술을 빚으니, 술 냄새가 동네를 진동하지만 와이너리는 그렇지 못하다.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두레양조에는 와인성이라는 술 미니 박물관이 있다. 와인에 국한하지 않고, 이 땅의 양조장에서 사용되었던 술통과 술병 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 술 빚기는 가을에만 하지만, 미니 박물관에서는 언제든지 술 맛을 보면서 우리술의 지난 여정을 살필 수 있다.

예산사과와이너리가 있는 은성농원◇ 예산 사과 와인

추사 고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추사 애플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있다. 추사 와인은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2011년에 장려상, 2012년에 대상, 2013년에 최우수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과실주 부문뿐 아니라 다른 주종 분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좋은 성적이다. 추사 선생이 ‘심한 근심이 닥치면 좋은 술을 만들게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추사 와인은 추사 선생이 원할 만큼 ‘좋은 술’이 되어가고 은성 농원의 포도밭있는 듯하다.

추사 와인은 사과 과수원인 은성농원에서 만든다. 은성농원에서는 1987년부터 사과 과수원을 시작했는데 일본 나리타식 재배법이 아니라, 유럽식 재배법을 채택하고 있다. 사과를 손으로 따기 좋게 가지를 넓게 벌려 낮게 키우지 않고, 사열하는 병사들처럼 줄을 세우고 그 사이로 트랙터가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수확하는 농법이다. 예산사과와인은 2014년에 농림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되면서, 사과 과수원 체험장과 와인 제조 견학장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사과 와인을 만들고 있는 정재민 씨는 다음카페 와인 만들기 운영자로, 와인 만들기 대중화에 기여한 이다. 와인을 가정에서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가르치다가, 와이너리까지 만들게 되었다. 와이너리 제조 공간은, 단순히 제조 시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상 4층 건물의 1층과 2층은 와인 제조장, 3층은 강의실과 레스토랑, 4층은 숙박 시설을 갖추었다. 소위 1차 ‧ 2차 ‧3차 산업이 결합된 6차 산업의 모델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예산사과 와이너리의 1층 천정 높은 발효실에는 발효 탱크와 오크통이 있고, 브랜디를 내릴 수 있는 증류기도 있다. 사과 와인은 만생종 사과가 수확되는 11월에 빚는다. 사과를 파쇄 하여 효모를 넣어 섭씨 15~20도 정도에서 한 달간 발효한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키는 것은, 발효되는 동안 사과 향을 더 잡아내기 위함이다. 발효가 끝나면 사과 찌꺼기를 걸러내고, 맑은 상태에서 1년 동안 숙성시킨 뒤에 병입하여 상품화시키고, 사과 와인을 증류한 알코올 40도짜리 브랜디도 만들고 있다.

천안 입장주조, 당진 신평양조장, 금산인삼주, 한산소곡주, 천안 두레앙, 예산사과와인 들은 전국 대회에서 거듭 상을 받으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양조장들이다. 올해에도 충남 대표가 되어 술을 출품했으니, 가을 대회를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충남권 술품평회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양조장의 수효에 비해서 참여업체들이 적은 편이었다. 대회 주최 측의 홍보 부족과 양조장들의 참여 의지의 부족이 겹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인다. 지역에서만 술을 팔려고 하는 양조장의 경우는 굳이 내 술을 널리 홍보할 욕심을 갖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술의 판매 구역이 제한되어 독점 판매를 할 수 있었을 때는 홍보의 필요성을 못 느꼈겠지만, 지금은 지역 판매 제한도 없어졌고, 택배 주문이나 양조장 인터넷 주문도 가능해졌으니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양조장이 번창할 길이다. 이에 대해 먼저 눈을 뜬 업체들이 충남에서는 앞서 소개한 6군데 양조장들이다.

이번 예선에서 충남 대표가 된 왕매실막걸리와 해쌀이 막걸리도 주목할 만한 술이다.

막걸리학교 학생들이 온아탁주제조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 왕매실막걸리· 해쌀이 막걸리

왕매실막걸리는 2012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생막걸리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당진시 순성면에 10여 년 전부터 매실을 10만 그루 넘게 심기 시작하여, 조합원 수 500명의 왕매실영농조합을 만들고, 매실의 가공품으로 매실액과 매실 장아찌에 이어 매실막걸리도 만들고 있다.

해쌀이 막걸리는 아산시의 온아탁주제조장에서 만든다. 해쌀이 막걸리의 원료는 아산 맑은 쌀과 아산 갯벌쌀을 90% 사용하고, 나머지는 10%는 밀로 만든 흩임 누룩을 사용한다. 해쌀이 막걸리는 알코올 7%로 여느 막걸리보다는 도수가 1% 높아 맛이 진한 편이고, 배 유산균 발효액을 따로 배양하여 넣어 유산균이 풍부한 막걸리의 특징을 한층 더 강화시켜 놓았다. 일흔을 앞둔 최덕영 대표는 평생 술을 빚었지만.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새로운 술을 탐색하고 있다. 누룩 만드는 기계도 손수 만들고, 발효제인 백국과 황국을 함께 사용하여 술맛을 낸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는 올해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주종별로 나누어 8분야에서 수상작을 뽑는다. 상표를 노출시키지 않고, 색과 맛과 향과 종합적인 맛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긴다. 주종별로 술 전문가 7명이 참여하여 점수를 주고,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는 제외하고 5명의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매긴다. 이때 현장 실사를 통해 매긴 위생과 시설 관련 점수가 덧보태진다.

술 품평회는 굳이 순위를 따지기 위한 각축장은 아니다. 술의 홍보 효과를 높이는 잔치라고 보는 게 좋겠다. 입상하지 않더라도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심사위원들은 대표 소비자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술품평회를 통해서 새로운 술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술 품평회는 존재할 만하다. 품평회란 우리술을 홍보하는 집단적인 퍼포먼스다. 올해도 전국 예선을 통과한 지역의 술들이 양조장의 명성과 함께 지역의 명예도 더 높이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 허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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