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201
전통주 품평회는 다양해져야만 한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심은 여러 행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전통주나 막걸리를 주제로 한 축제가 지역에서 개최되는가 하면 지역에 따라서는 전통주 관련 품평회 들도 열리고 있다. 사실 지자체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서 지역의 상징성도 가지고 있고 축제에 있어서 빠지면 안 되는 먹거리의 한 부분이며 지역의 관광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역의 술들이 많아지면서 우리에게는 하나의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정된 자금으로 모든 술을 마실 수 없기에 좋은 술을 고르거나 가성비가 있는 술들 선택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입맛이 다르듯 자신만의 술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술 품평회에서 입상한 술 또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술이 관심을 받게 된다. 해외에는 주종별로 많은 주류 대회가 있다. 와인, 맥주, 증류주 등의 대회가 수시로 개최가 되고 있으며 이 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공신력을 줄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전통주 업체들은 해외 대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몇몇 술들이 해외 주류 대회에서 상을 받고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해외 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 술의 품질이 좋아진 것과 함께 자신감도 늘어난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주종 전체별 술 품평회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개최하는 ‘우리술품평회’가 전부였다. 하지만 ‘우리술품평회’는 주종이 전통주 등에만 한정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모든 술을 다루지는 않는다. 다른 대회로 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전통주 등을 포함해서 국내외 모든 주류에 대해 시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주류대회는 이 2개가 다인 듯 하다. 물론 주종별로 한국와인의 경우 영동이나 영천에서 품평회를 하고 있고 맥주도 크레프트 맥주에서 품평회를 개최하고 있으나 아직은 박람회의 일부분으로 규모가 작은 듯하다.
최근에 이러한 전통주 품평회에 새로운 주류 품평회가 하나 더 생겨났다. 농협에서 주최하는 ‘K 라이스 페스타 품평회’이다. 이 대회는 쌀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에서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쌀을 중심으로 한 전통주 등에 대해서 진행하는 품평회이다. 그러다 보니 과실주 부분이 빠지기는 했지만, 발효주와 증류주 등에 대한 시상을 진행하기에 개별 주종 품평회보다는 규모가 크다 할 수 있다. 이 대회 이외에도 안동에서는 증류주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한민국 증류주 품평회’가 개최된다. 다른 대회로는 ‘참발효어워즈’라는 지속 가능한 발효 먹거리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품평회도 개최된다. 이 대회는 과거 탁주를 중심으로 했다가 이번에는 약주와 증류주까지 포함해서 품평회를 진행한다. 일부 대회는 상업적인 양조가 아닌 가양주 형태의 술들을 평가하는 가양주 대회도 지역별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대회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은 전통주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술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홍보를 통해 양조장 술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회들이 아직은 부족한 부분들도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상을 개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품평회의 운영 방식과 평가 기준은 다소 제한적이다. 많은 품평회가 분야가 주종으로 통일이 되다 보니 주종 안에서의 다양성이 있는 술들을 분류해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도수별로 또는 술의 특징으로 구분해서 평가하고 상을 주는 평가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또한, 소규모 양조장과 대형 양조장과의 구분도 없다 보니 소규모 양조장이 입상했을 경우 생산량이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대형 양조장의 경우 대중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전통주 품평회는 전통주 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세심한 분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급술부터 젊은 층이 선호하는 과일을 첨가한 술 등 다양한 형태의 전통주가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전통주가 ‘한국의 술’이라는 이유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전통주의 다양한 스타일과 특징을 평가하는 품평회가 필요한 이유이다.
전통주 품평회는 단순히 술의 품질을 평가하는 행사를 넘어, 우리나라의 전통주의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품평회의 다양성은 전통주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전통주의 다양한 매력이 널리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전통주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통주 품평회는 지역 경제와 문화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양한 전통주가 지역 특산물과 결합하여 생산되는 만큼, 전통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전통주 품평회는 평가 기준의 다변화, 카테고리 세분화,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그 다양성을 포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통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컬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