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의 역사 이어온 양촌양조장 李東重 대표
‘양촌’․ ‘여유소주’로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한 양촌양조장
100여년 전 양조장 건설하며 판 우물물로 아직도 술 빚어
충남 논산은 한국의 남아들을 진짜 싸나이로 만들어주는 고장이다. 국군에 논산훈련소만 있던 시절 군 입대를 위해 (서울 병력은 왕십리역에서 집결하여 출발했던 것으로 기억)논산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는 것은 국방의무에 앞서 성인이 된다는 자부심도 갖게 하는 계기 였던 것 같다.
6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논산 땅을 지날 때는 훈련소에서 훈련 받던 기억이 생생하다. 훈련소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신검을 받고 나서 받은 군번이 와리바시(일본어, 割箸 나무젓가락) 군번이었다. 앞번호가 11은 나무젓가락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아마 군번은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을지 모른다. 지금도 “너! 군번은?” 하면 “112960** ”이라고 대답할 바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며칠 전 젊은이들과 점심을 먹다가 군대 얘기가 나왔다. 그 중 한 친구가 논산 23연대 출신이라고 했다. 기자도 23연대 출신이니 동창을 만나는 것만큼 반가웠다.
지금은 감히 민방위라고도 할 수도 없는 나이지만…. 5060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전쟁나면 총알받이라도 하자고 모인 군대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거기서라도 받아 주면 좋으련만 글쎄….
‘양촌’에 이어 ‘여유소주’도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아련하게 떠오르는 논산훈련소를 생각하며 논산시 양촌면 매죽헌로에 자리 잡고 있는 양촌양조장(대표 李東重, 73)을 찾은 날은 눈이 부시게 밝은 가을날이었다.
기자가 양촌양조장을 방문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 째는 2016년 10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것을 취재하기 위해서 였고, 두 번째는 2022년 8월에는 증류식 소주 ‘여유’출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방문은 세계적인 디자인 대회에서 ‘여유소주’가 ‘iF 디자인 어워드’ 때문이다.
양촌양조장이 위치하고 있는 양촌면은 깡촌은 아니더라도 번화한 도회지와는 거리가 있는 농촌 마을이다. 이런 시골에 자리 잡고 있는 양조장이 세계적으로 명성이 난 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연거푸 받는다는 것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마치 촌스러운 시골 아가씨가 세계 미인대회에 나가서 수상한 것만큼 이나 경사스러운 일이다.
어쨌거나 양촌양조장은 지난 2014년 막걸리 최초로 ‘양촌’ 라벨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한데 이어 올해에는 ‘여유소주’의 디자인으로 수상했다.
‘iF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인데 주류업계는 물론 다른 제품에서도 연거푸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양촌양조장이 유일하다고 한다.
‘여유 소주’를 디자인한 양촌양조의 이태희 디자이너는 “여유 소주는 하얀색과 검정색의 대비, 그리고 ‘여유’라는 한글을 띄엄띄엄 써서 한국의 여백의 미를 살렸다”며 “한국만의 전통적인 도자기, 전통적인 술병을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 차별 점을 뒀다”고 했다.
이태희 씨가 디자인한 여유 소주는 도자기를 연상케 하는 단순한 용기 위에 한글 획들을 여유 있게 배치해 공간의 조화가 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상에서 여유’라는 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잘 표현한데다 한국의 미를 소주 디자인에 잘 적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촌 양조장이 수상한 iF 디자인 어워드의 패키지 부문에서는 올해 1만1000여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고 전했다.
지난 1953년부터 독일의 인터내셔널 포럼에서 주관하는 iF(Industrie Forum:산업 포럼) 디자인 어워드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국제 디자인 최우수상)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불린다.
최근 전통주업계가 술맛 못지않게 주병이나 라벨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전통주 판매의 상당부분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맛은 볼 수 없지만 시각을 자극할 수 있다. 주병이 예쁘거나 디자인이 독특하면 끌리게 마련이다. 더욱이 온라인에서 구매 하는 고객 대부분이 젊은 층으로 볼 수 있어 외형적인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양촌양조장의 이동중 대표는 이 같은 점을 중시하고 라벨에 신경을 써서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00여 년 전 지은 양조장건물이 상당히 과학적
잘되던 설렁탕집이 새집을 짓고 망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에 대한 썰도 많다. 양조장도 그 중 하나다.
양조장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옛 건물을 때려 부수고 번듯한 새 건물을 짓기 마련인데 양촌양조장은 1923년 창업한 이래 근 100여년을 한 곳에서 머물며 막걸리를 빚고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양촌양조장이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도 옛것을 잘 보존하고 이어오데 있지는 않을까.
현 이동중 대표의 조부인 이종진 옹이 1923년 현 양촌양조장 터에서 가내주조 형태로 막걸리를 빚기 시작할 때만도 이곳은 인근에서 꽤 큰 번화가로 알려진 곳이었다고 한다. 한 10여년 양조장을 운영하자 막걸리도 잘 팔리고 해서 지금의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건물 상량식 때 대들보에 쓴 글 ‘소화6년신미6월9일(昭和6年辛未六月初九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소화6년은 1931년이 된다. 한 자리에서 3대를 이어 술을 빚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대 이종진 씨 이후 차남인 2대 이명제 씨가 가업을 이었으며, 현재 이동중 대표는 3대째로 1978년 ROTC를 마치면서 양조장 일을 시작, 가업을 계승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비롯, 건물은 10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양조장을 둘러보면 참으로 과학적으로 건물을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지은 건물들은 흔히 일본식의 건축구조를 띠고 있는데 양촌양조장은 서까래와 대들보가 있는 한옥 구조이면서 2층구조다. 발효실은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 반 지하로 조성되어 있다.
양조장 건물을 지은 이 대표의 조부는 당시 천석꾼으로 상당한 부를 이루고 있어서 당시에 이 같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이 대표는 풀이했다.
특히 온도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효실을 반 지하화 시킨 안목은 탁월하다고나 할까. 당시의 건축 양식으로선 상당히 앞서간 양조장 건물이다. 듣자하니 이후 이 대표의 부친께서도 이곳에서 술을 빚었고, 현 이 대표도 선대들이 하던 대로 이곳에서 술을 빚는다.
2014년 막걸리 전문업체인 ‘월향’과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본격적인 막걸리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 1년 후에는 건양대 산학협력단과 연계해서 친환경제품인 ‘우렁이쌀 손 막걸리’를 개발에 성공했고, 2016년 우렁이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100년의 양조장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우물, 이 우물물로 아직도 술을 빚는다
흔히 술맛은 물맛이라고 한다. 양촌양조장에는 양조장을 처음 시작할 때 팠던 우물이 있다. 지금도 이 우물물로 술을 빚는다. 100여 년 동안 마르지 않고 샘이 나온다. 물맛 또한 좋다고 한다. 6개월 마다 수질 검사를 받고 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양조장 옆으로 흐르고 있는 인내천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둔산의 청정지역에서 시작된 인내천은 금강의 상류지점이 된다.
술맛이 좋으니 술관련 행사에 출품하면 상을 휩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취재 하던 날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지난 달 받은 상장이 책상위에 놓여 있다. 이 대표의 털털한 성격 때문일까 정리하지 못한 상패와 표창장들이 여기 저기 걸려 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이 대표로부터 문자가 왔다. 지난 봄 창립한 한국증류주협회가 최근 실시한 국제 증류주 포럼․주류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100년의 역사만큼이나, 맛도 깊은 명품 술을 빚는 양촌양조장이 출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품을 보면 막걸리 부문은 ▴6%인 양촌생막걸리와 ▴10%인 양촌 생동동주▴2020년 주류대상을 수상한 7.5%의 우렁이쌀 손 막걸리가 있다.
증류식 소주 부문은 ▴1956년 그때 그 소주의 느낌을 주는 양촌 여유 소주로 금년도 ‘iF 디자인 어워드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 19%, 전통과 현대를 잘 해석한 맛 25%, 오리지널 전통 소주의 맛 40% 세 가지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용량은 375㎖다.
▴수제 찹쌀 청주인 14% 우렁이 쌀 청주는 2020년 쥬류대상을 수상한 술이다.▴달지 않고 부드럽지만 감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7.5%의 우렁이쌀 손 막걸리 드라이가 대표적인 주품들이다.
‘양촌양조장’의 소주인 ‘여유 소주’는 1956년 생산했던 전통 방식의 소주 ‘송광소주’를 시대에 맞게 복원한 감압식 증류소주이다.
문화유산으로서 양촌양조장의 가치
양촌양조장에서는 100여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술항아리부터 술춘, 각종 술빚는 기구들이 즐비하다. 하기야 건물 자체가 역사이니까 두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과거에 술을 빚어 즉석에서 팔았던 공간이 지금은 양촌막걸리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카페에 들어가 이 대표로부터 설명을 들어 보니 양촌의 100여년 역사를 한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은 역사의 공간이기도 했다.
동행했던 박영덕 편집위원이 실력을 발휘하여 즉석에서 보완점을 말하니 이 대표는 수긍하면서 바로 보완해야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새로운 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술이나 현재의 술을 보다 좋은 술로 발전시키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술과 관련된 연구기관과 협업을 맺고 기술을 전수 받고 있다.
2019년에는 우렁이쌀막걸리로 2023년에는 여유40도, 2024년에는 양촌생막걸리로 각각 ‘충남술 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양촌 ‘막걸리카페’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어 기존에 사용하던 시설을 양조장 방문객을 위한 시음과 체험의 공간으로 시설을 사용 하는 공간이나 보다 넓은 의미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다른 양조장과 차별화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의 양촌양조장이 현재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진천 덕산양조장, 양평 지평양조장, 문경 가은양조장처럼 등록문화재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등록된 양조장들은 일제강점기부터 한 지역에서 운영되었던 양조장으로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양촌양조장도 그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양조장 인근에 볼거리 많아
탑정호 출렁다리는 충청남도 논산시 휴양관광산업의 랜드 마크로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호수 위에 설치된 가장 긴 출렁다리로 KRI 한국기록원에 인정받았다. 2018년 8월 30일 착공하여 2020년 10월 15일에 준공된 다리로 600m의 길이를 자랑하고 있다. 넓은 탑정호에 위치한 출렁다리는 하늘을 걷는 듯 한 자유로움을 선사하며, 강을 훤히 볼 수 있는 개방감을 선물한다. 탑정호 출렁다리는 야간에도 미디어파사드, 음악분수 등을 통한 휘황찬란한 조명들로 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출렁다리와 더불어 탑정호 복합유원지 조성을 통해 논산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설로 레저, 휴양, 체험 등으로 힐링 장소 및 체류형 관광지로 탑정호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탑정호에 가까운 거리에 논산 제1경 천년고찰 관촉사도 자리 잡고 있다. 관촉사 경내에는 국보 제323호인 석조미륵보살상이 불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