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도매업정책에 대한 결정, 합의를 위해서는
정책과 관련된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답을 찾게 된다.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목차
- 정부가 단기적 비용절감보다 장기적 사회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 왜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시키려고 할까? (上)
- 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 유통면허통폐합의 장단점도 비교분석해 보자
- 알고 보면 경제관과 정책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정책변화의 선택으로 보인다.
- 주류유통 면허 제도를 폐지해도 되는 조건부터 철저히 조사 분석해 봐야 한다.
-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점진적이고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실천이다.
러시아의 사례도 보자. 러시아는 1990년대에 소련 해체 이후 경제 자유화와 함께 주류 도매업의 면허장수를 자유화했다. 당장 불법 주류 유통이 급증했다. 면허 발급이 자유화되면서 불법적으로 생산된 주류가 대규모로 유통되었다. 주류 중독자 수가 급증했으며, 독성 주류로 인한 사망 사례까지도 빈번히 발생했다. 세수 감소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불법 주류 유통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주류 판매에서 얻는 세수가 크게 감소했다. 이는 보드카의 국가 러시아의 국가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면허장수 자유화로 인한 혼란기는 보통 단기적으로는 3~5년 정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장조정에 필요한 기간이다. 그 동안에 많은 민생 곤란이 도처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진입자들이 시장에 적응하고, 규제기관들이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게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인데. 그 혼란이 10년 이상으로 길어질 수도 있다.
이제 주류 도매업 면허장수 자유화의 결과와 그에 따른 위험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 철폐가 시장경쟁 촉진의 이익 보다 당장에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면허장수 자유화의 이익이 물가하락이라면 그보다 먼저 주류 도매업체의 수 급증으로 경쟁증가는 시장과정에서 시장왜곡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매업체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가격경쟁부터 늘리고, 가격경쟁이 더 세진 다는 순서를 의미한다. 관행상 쇼케이스 경쟁, 대여금 경쟁, 불법주류 취급, 중상활용, 불법 불공정 거래 발생등이 늘어날 것이다.
그 가운데 물론 술값도 낮아질 것이다. 그 후 소규모 도매업체들부터 무너질 것이다. 현재 종합주류도매업체의 2/3 정도가 도산할 수 있다. 대형 물류기업 들도 진입할 수 있고 대형 자본기업들, 소매상 전국체인을 가진 대기업들도 물론 도매업에 진입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생존한 업체들은 다시 술값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 중소규모 도매업체들이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다. 몇몇 대형 업체들이 소매시장을 과점하게 되고,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될 수 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직접 소매장과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도모할 수도 있다. 문제 중 하나는 그동안 중소기업들로 유지되던 주류도매업은 거의 소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정책의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주류 도매업체가 급격히 늘어나면 당연히 정부의 감독과 규제는 힘들어진다. 주류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 부실은 일단 시장혼란이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소비자들의 건강위협 일 수 있다. 청소년 음주접근성도 쉬워지게 되는데 음주위기 발생 시 대응도 쉽지 않아진다. 다른 규제 여건을 동시에 강화하거나 정책적 개입을 할 준비가 없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반세기를 이어온 국세청의 관리체계가 모두 소멸되는 장면이 예상되는 데 반세기의 노하우는 공중분해 되고 새 질서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화의 신이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순간이 된다.
타국처럼 세수 감소 및 경제적 불안정도 감안해야 한다. 불법적인 유통이나 경쟁으로 인해 세금 회피 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결과 중 하나는 경제적 불안정상태다. 주류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류 유통업 전체, 나아가 소매와 제조 전반의 안정성이 취약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매업체들은 대부분 지역의 유지들이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대기업이 진입하고 시장을 차지하면 그런 일은 사라져가다. 먼저 주류 도매업체의 급격한 증가로 지역 사회 내에서의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정부관리가 사라지니 주류 공급통제가 어려워진다. 이미 제조나 소매는 자유화된 상황이니 도매마저 자유화 할 경우 전체 주류는 시장에 완전히 맡기게 되는 것이다. 지역 사회의 공공질서를 해치는 일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매업 식당 창업 등은 이제 순수히 자기 자본에 의존해야 한다. 지역에 얽혀있던 경제적 관계가 사라지고 지역경제가 점차 위축되고, 끝없는 경쟁세상이 될 것이 보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그 과정은 피 흘리며 경쟁하고 질서가 깨지는 순간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여 주류 도매업에 대한 면허장수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 이론만 가지고 자유화가 낳는 이익을 강조할 때인지 고민해야할 순간이다. 주류 도매업의 면허장수 규제 제도에 대한 유지 필요성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주류 도매업은 주류의 생산자와 소매업자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왜 하지 않을까. 게다가 주류산업은 원천적으로 규제산업이라는 정책의 원리도 되새겨야 한다. 정부가 시작되면서 가져왔던 그 원칙 자체를 잊어도 되는 것일까. 산업관계가 변하면서 주세의 규모가 줄었다 해도 술은 삼척동자가 아닌 공공․건강․안전․ 민생․ 지역경제․ 문화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영역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 도매면허 규제를 하는 국가가 엄연히 존재한다. 시장구조와 환경의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그들은 쉽게 면허장수를 늘리지 않는다.
안전과 건강 보호를 우선시 한다. 그들은 주류는 남용될 경우 공공의 안전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기본을 인지한다. 미국의 주정부들은 제조와 소매가 자유화 되어 있을 때 주류의 유통과 판매는 정부의 명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고 알코올 통제국에서 주류유통을 관리한다.
일본은 지역별 면허장수 규제를 통해 주류 유통업체의 수를 제한하고 타 지역 주류유통을 제한한다. 지역별 관리를 강화한 것이다. 그래야 주류전반이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불법적 불공정 주류 유통이나 과도한 주류 공급을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위기시 술을 통제하려고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관리 대상이 있어야 함을 분명히 한다.
주류 도매업은 제조 도매 소매 주류공급망의 중간 단계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대부분을 종합주류도매업이 관장한다. 자유경쟁을 해서 대형 도매업체 소수가 시장을 장악할 경우 시장의 공정성은 위험해 질 수 밖에 없다. 지금 경쟁이 심하기는 하지만 면허장수 규제를 통해 시장 내 그나마 적정 수준의 경쟁을 유지함으로써, 특정 기업이 독점하거나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담합논쟁이 있지만 국세청은 그 분위기를 통해 시장을 관리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빨리 강하게 해야 할 때나 돼서 대형 제조업체와 소형 소매업자들 간의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는 정책관리를 할 때 도매가 빠져서는 정책력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국세청은 반세기 동안 현상유지의 필요성을 알고 있기에 도매 친화적이라는 질책 속에서도 꿋꿋이 규제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안다.
또한 주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요한 세수원이다. 주세를 제조단계에서 걷는다고해서 세수가 도매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주세도 적지 않지만 관련 다른 세금도 많다.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이 그렇다. 면허를 받은 도매업체가 엄격한 규제를 통해 운영할 경우, 세금을 효과적으로 징수할 수 있다. 면허장수 규제를 통해 관리되는 도매업체는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낸다. 자유화로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이 무너지면 시장이 혼란에 빠진다. 국가 경제와 지역경제가 위태로 와질 수 있는 예상 이상의 큰 리스크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과 한국은 명시적으로 면허장수를 규제하는 정책을 선택한다. 미국도 주별로 엄격한 규제를 시행한다. 각 국정부는 면허장수 규제를 통해 주류 유통의 질을 높이고,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것이 주류산업의 역사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