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술 발행인 신년사
아름다운 警告
1970년대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시절 정부는 식량난 해결을 위해 ‘산아제한정책(産兒制限政策)’을 시행했다. 산아제한정책은 먹고살기가 힘들어 자녀를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1980년대에는 한 아이만 낳자는 정책으로 강화(?)됐다. 오히려 산아 정책을 폈던 시절에는 아이러니하게 길거리에서 임산부를 만나는 일이 흔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산아 제한 정책은 먼 훗날을 내다보지 못한 정말 나쁜 정책이었다. 요즘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을 생각을 안 하는 부부들은 혹 산아제한정책 영향 때문은 아닐까.
요즘은 어디를 가나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는 탓에 아이가 태어나도 ‘금줄’을 건 집을 만날 수가 없지만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걸어 놨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금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금(金)으로 만든 목걸이 같은 줄이라고 하지 않을까. 금줄(禁줄)은 “우리 집에 아이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표시”였다. 즉, 조심하라는 아름다운 경고성 줄이다.
비단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도 신성한 곳 또는 대상물에 부정한 것의 침입을 막기 위해 금줄을 사용했다. 대표적인 곳이 성황당(城隍堂) 같은 곳이었다.
금줄은 산모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경고(警告)이기도 했다. 그 이유를 작가 조정래는 역사소설 아리랑에서 한민족의 조상들이 의학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금줄에는 숯과 고추를 다는데, 이들 중에서 숯은 살균효과가 있으므로 면역력이 약한 태아를 보호한다. 또한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어른보다 전염병에 약한 태아에게 부정한 것인 보균자의 전염을 막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조정래 작가의 설명이다.
금줄이야말로 아름다운 경고가 아이었을까. 이런 아름다운 경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해가 바뀌면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곤 했는데 올해는 아닌 것 같다. 푸른 龍이 심하게 용트림을 해 버린 갑진 년은 참으로 시끌버끌하게 한 해를 보냈다.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국면이 전국을 강타하더니 세밑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대형사고가 무안공항에서 터져 버려 세계인들을 경악케 했다.
해가 바뀌었으니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는 끔직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개인이나 국가, 또는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닥치지는 않는다. 자세히 따져 보면 미세하게나마 전조(前兆)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뇌졸중 같은 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경고(警告)란 단어는 기분 좋은 단어는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조심하거나 삼가도록 미리 주의를 줌’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지혜가 많았다고 본다. 이를테면 청명한식날 산에서 불 피우지 말고 찬 음식을 먹게 하여 산불을 예방하게 했고, 정월 대보름날은 오곡밥(五穀飯:보통 쌀, 보리, 기장, 콩, 팥으로 지은 밥)과 고사리,가지,버섯,호박,시래기,취나물 등을 먹었으며,부럼(땅콩,호두,잣,밤,은행 등)을 먹었다.
생각해 보면 옛날 한 겨울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해 각종 비타민이 부족한 점을 오곡밥과 각종나물로 보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혜가 아니었을까.
연초 행정안전부가 밝힌 한 통계로 우울했던 마음을 다소나마 위로가 되었다. 2024년 우리나라 출생(등록)자수가 9년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작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출생자 수는 24만2천334명으로, 2023년(23만5천39명)보다 7천295명(3.10%) 늘어 9년 만에 증가했다.
8년 연속 감소하던 출생자수가 다시 증가한 것은 ‘저 출생 절벽’에 놓였던 우리나라 인구 구조에 반전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추세가 죽~ 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빛으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곳은 바로 어둠의 터널이라고 한다. 저 출생 절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으니 희망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가. 정치 또한 마찬가지다. K팝, K푸드처럼 K정치도 그렇게 선진화 되었으면 한다.
지금의 정치 혼란은 정치 발전의 전조증이라고 여기자.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고 하지 않던가.
빌 게이츠도 “잘못으로부터 뭔가를 배워라,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이라고 했다.
신년을 맞아 한번 새겨둘 말이 아닌가.
<김원하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