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더위와 놀아 줍시다

그냥 더위와 놀아 줍시다

 

임재철 칼럼니스트

 

후덥지근한 더운 날씨가 계속되니 참으로 말이 아니다. 불쾌지수는 높고 푹푹 찌는 날씨가 아침부터 몰아친다. 그러나 더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절대 만나지 않고 그냥 에어컨 밑에서 하늘만 보며 얼음 나그네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더위를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그나마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친구는 귀중한 자산이요, 삶에 활력을 주는 에너지다.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고 커피라도 한잔하며 인생을 논할 수 있는 것은 친구다. 대부분 그 친구들과 점심을 시켜먹고 난 후 대개는 시원한 카페를 찾는다. 식후 여담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러다 정신을 좀 차리려 창밖을 내다보면 빡빡하게 들어선 건물만이 보일 뿐이다. 뜨거운 거리에 사람이 없다. 도시 탈출을 한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한산하다.

 

아직 8월 더위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이 여름의 열기가 가시려면 10월까지 기다려야 할 지 모르겠다. 찜통을 피할 수 있는 천혜의 서늘함을 간직한 국내․외 최적의 영토마저도 폭염 영향으로 그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하니 참 시절이 아프다. 오죽하면 ‘피서지가 지하철이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뜨거운 커피를 들이키며 이열치열 속을 달래고 깊은 계곡의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한나절 쉬어 가면 좋을 듯하다.

폭염이 목을 조를 때면 또 뜨거운 불 앞에서 땀 흘리며 꼬치를 구워서 ‘시원해 져라’ 하며 술을 마시는 피서도 있지만, 어쨌든 무더운 여름 폭양에 시원한 술 한 잔은 스트레스와 함께 더위까지 날려줘 일석이조다. 그래서인지 대개는 음료뿐만 아니라 술도 차갑게 즐기는 것을 보게 된다. 소주든 맥주든 다 냉장고에서 충분히 시원해진 것을 찾는다. 필자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름에는 어떤 술이든 차갑게 즐기는 게 더 시원하고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시원한 맥주! 하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한다. 각 술 마다 향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는 맥주의 경우 알코올 도수 5도는 섭씨 5°C, 9도는 섭씨 9°C가 좋으며, 소주는 4°C나 8°C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맥주는 여느 술과 달리 시원하게 마시는 그 맛에 여름철 대표 술로 각광을 받는 것 같다. 전이나 빈대떡에 벌컥벌컥 한잔을 마시면 더욱 맛있는 막걸리는 0°C~3°C에서 보관된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더운 여름날 마시는 술은 냉방 속에서도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체온을 높여 그야말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 된다. 여름철에 시원하게 마셔야 제 맛인 아이스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도 있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지속되면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더 끌리게 된다. 화이트 와인의 적정 온도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8~12°C사이가 이상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온도가 낮을수록 산미감과 신선한 맛이 강조되고, 높을수록 단맛과 복합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산미감과 신선한 느낌으로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마시는 동안 아이스버킷에 넣어서 지속적으로 온도를 유지하며 마시면 되고, 반면 상온에 두고 그냥 마신다면 마실수록 단맛과 복합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는 거다.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은 화이트 와인보다 더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게 중론이다. 일반적인 음용 온도는 5~8°C 정도다. 스파클링의 산미와 신선 감을 위해서다.

 

여기에서 레드와인이 빠지면 서운할 터, 레드와인의 적정 음용 온도는 일반적으로 15~20°C로써 이 온도에서 탄닌과 과일향의 균형이 가장 잘 유지된다고 한다.

여하튼 술은 개개인의 취향과 건강에 따라 복잡 미묘한 차이가 있고, 술이든 요리든 쉽게 말할 수 없는 무서운 더위가 옆에 서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서로 반감되기 쉬운 때다. 그런 세심함과 아울러 찬 것만 찾지 말고 적정 음용온도로 마시는 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삶이 좋든 나쁘든, 매일은 한정판이다. 우리가 해마다 점점 뜨거워지는 염천 더위와 맞서 지치지 않고, 이 또한 지나가리니 좋은 친구들과 다양한 술을 건강하게 즐기며 놀아주면 되겠다는 생각이다. 또 아무리 더워도 존재함으로 버티는 것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 자연에 순응하며 모두가 잘 이겨내고 버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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