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이겨낸 지혜,
‘과하주(過夏酒)’조선의 여름 술, 현대의 미식과 만나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음력 6~7월, 조선 사람들은 특별한 술을 마셨다. 이름하여 ‘과하주(過夏酒)’, 여름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술이다.
기온이 높아 술이 쉽게 상하던 시절, 사람들은 기존의 전통주에 덧술을 하거나 증류주(소주)를 첨가하여 도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보존성을 높였다.
이렇게 완성된 과하주는 일반적인 발효주보다 도수가 훨씬 높아, 쉽게 쉬지 않고 오래 두고 마실 수 있었다.
역사 속 과하주의 기록
‘과하(過夏)’는 문자 그대로 ‘여름을 넘긴다’는 뜻이다. 과하주는 조선 후기 문헌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주찬(酒饌)』, 『동의보감(東醫寶鑑)』 등 다양한 고서에 등장한다.
이 술은 여름철에도 변질되지 않도록 도수를 높여 만든 기능성 전통주로, 조선의 기후 환경 속에서 생겨난 지혜였다.
『임원경제지』에는 “여름에 술이 쉬므로, 술밥을 더 넣고 누룩을 다시 넣어 만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과하주는 한여름에 마시는 술이지만, 도수가 평균 16~20도, 일부는 23도에 달할 만큼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풍미를 넘어서,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 음식과 술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두 가지 양조 방식
과하주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빚어졌다.
하나는 발효주의 도수를 높이기 위해 덧술을 여러 차례 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이미 완성된 술에 소주(증류주)를 첨가하는 방식이다.
1) 덧술 방식
- 기존의 술에 술밥과 누룩을 다시 넣어 재발효하여 도수를 높이는 방법
- 그 과정에서 풍미와 점성이 깊어지고, 상온에서도 쉽게 변질되지 않음
2) 소주 첨가 방식
- 탁주나 약주에 증류한 소주를 부어 혼합주 형태로 완성
- 『임원경제지』에는 “소주를 부어 술이 쉬지 않게 한다”는 설명이 남아 있음
- 알코올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여 장기 보관에 유리
이 두 방식은 지역이나 가정의 전통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되어, 조선의 여름 술문화를 풍성하게 했다.
과하주의 미감(味感)과하주는 한 모금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과하주는 일반 막걸리나 약주보다 도수가 높은 16~20도 수준이며, 일부 기록에는 23도에 달했다는 언급도 있다.
첫맛은 단단하고 진하며, 뒤이어 퍼지는 익은 곡물의 고소한 풍미는 은은하게 오래 남는다. 마무리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묵직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닌다.
오늘날 감각으로 보자면, 과하주는 포트와인이나 셰리주에 비견될 만큼 깊은 향과 질감을 갖춘 술이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음식과의 페어링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짭조름한 장아찌, 숙성 치즈, 훈연한 바비큐 고기와 곁들이면, 과하주의 복합적인 풍미가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현대에 다시 주목받는 이유
최근 전통주 양조장들 사이에서도 과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몇몇 양조장은 소량 생산으로 과하주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여름철 한정판으로 출시하고 있다. 덧술 방식으로 만든 고도주는 숙성에 강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하며, 소주를 혼합한 형태는 칵테일 베이스나 창작주로도 응용되며 현대 식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과하주의 가치, 지금 다시 꺼내다
과하주는 단지 여름철 술을 넘어서, 우리 조상의 기후 대응 전략과 발효기술이 응축된 문화유산이다.
냉장고도 냉주기계도 없던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고도주를 만들어 자연에 맞섰다.
오늘날 식탁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깊이와 지혜가 담긴 술, 바로 과하주다.
다가오는 복더위, 조선의 지혜가 깃든 한 잔의 과하주로 여름을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까.
📌 지금, 과하주를 만날 수 있는 곳
현재 일부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되는 과하주는 온라인에서도 접할 수 있다.
전통주 전문 플랫폼인 ‘술마켓닷컴(www.soolmarket.com)’ 등에서 여름 한정 과하주 제품을 찾아볼 수 있으니, 조선의 지혜를 담은 한 잔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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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마켓(www.soolmarket.com)’ tel. 070-4146-6151을 통해 보다 자세한 문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