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66)

그러나 출산할 때가 임박한 것을 안 제우스가 북풍의 신 보레아스(Boreas)를 시켜 레토를 포세이돈에게 데려가게 한다. 포세이돈은 레토를 아직 육지가 되지 못하고 바다에 떠있는 섬에 불과했던 델로스 섬으로 데리고 간 다음 높은 파도를 일으켜 섬을 태양으로부터 가리게 한다.
이 섬에서 헤라와 조산(助産)의 신 에일레이티아(Eileithyia)를 제외한 모든 신들이 9일 동안 레토의 수발을 든다. 그리고 신들은 선물을 준비하여 심부름꾼 이리스(Iris)를 에일레이티아에게 보내 헤라 모르게 레토가 아폴론을 순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렇게 해서 가까스로 쌍둥이 신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은 레토는 후일 이 섬에 아이들이 자기 신전을 세우리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 포세이돈은 굵은 기둥으로 델로스 섬을 해저에 단단하게 고정시켜 육지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두 신이 각각 다른 섬에서 태어났다는 신화도 있다. 즉, 아르테미스는 오르튜기아(메추라기 섬이라는 뜻)에서 태어났고, 그런 다음에 아폴론이 델로스 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9) 제우스는 왕성한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티탄 신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Maia)와도 깊은 관계를 맺는다. 티탄 족 아틀라스(Atlas)의 딸로 킬레네 산의 요정(님프)이었던 마이아와의 사이에서는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Hermes)를 둔다. 헤르메스가 태어난 곳은 동굴이다. 그래서 동굴에 훔친 물건을 쌓아두던 도둑들의 수호신이 되기도 한다. 제우스의 정기를 받아 새벽에 태어난 헤르메스는 대낮에 벌써 걸어 다닐 수 있었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예사이고 거짓말과 음모에도 남다른 술수를 발휘하였다.
티탄인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Pleione) 사이에서 태어난 플레이아데스(Pleiades) 일곱 자매 가운데 맏언니이다. 이름은 ‘어머니’ 또는 ‘유모’라는 뜻이다. 아르카디아 지방에 있는 키레네 산의 동굴에서 살았는데, 제우스가 헤라의 눈을 피해 이곳에 와서 사랑을 나누어 헤르메스가 태어났다. 제우스의 여인들에 대한 헤라의 질투는 유명하지만, 마이아와 헤르메스는 헤라의 질투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은 거의 유일한 모자로 알려져 있다.
또 마이아는 제우스가 님프 칼리스토(Callisto)에게서 낳은 아들 아르카스(Arcas)를 맡아 키워 주었다. 마이아를 비롯한 플레이아데스 일곱 자매는 모두 별자리가 되었는데, 이를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star cluster)’이라고 한다. 이들이 별이 된 것은 미남 사냥꾼 오리온(Orion)이 일곱 자매와 어머니 플레이오네(Pleione)를 집요하게 쫓아다녔기 때문에 제우스가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도 하고, 이복 자매인 히아데스(Hyades)의 죽음을 슬퍼하여 모두 따라 죽었기 때문에 제우스가 이들을 가엾게 여겨 별자리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또 하늘을 떠받치는 벌을 받은 아버지 아틀라스의 처지를 슬퍼하다 별이 되었다고도 한다. 한편 로마신화에서 마이아는 봄의 여신을 가리킨다. 영어에서 5월을 뜻하는 ‘May’는 ‘마이아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마이움(Maium)에서 유래한 것이다.

10) 연인 세멜레(Semele)와의 관계이다. 테베에 살았던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딸 세멜레는 공주로 제우스가 그녀를 무척 사랑했다.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에게서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얻었다. 하지만 헤라의 속임수에 제우스의 본모습을 본 세멜레는 광채에 몸이 타 죽는다. 인간이었던 세멜레와의 사이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낳았다. 재미있는 것은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헤라는 변신을 하고 세멜레에게 접근해서 그녀의 애인에 대한 의심의 싹을 틔운다. 제우스의 경우 세멜레를 만나러 올 때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인간으로 변해서 오는데 그것은 인간인 세멜레는 제우스의 본모습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멜레는 결국 질투의 화신 헤라의 꼬임에 넘어가서 제우스에게 본모습을 보여 달라는 소원을 말한다.
결국 제우스는 번개로 변하고 그녀는 타죽는다. 제우스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7개월 된 아들 디오니소스를 자궁에서 구해냈다. 일설에 의하면, 불멸의 존재였던 디오니소스는 어른이 된 뒤 하데스에 내려가 세멜레를 데려왔으며, 그녀도 불멸의 존재 내지는 여신이 되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재빨리 그녀의 뱃속에서 태아 상태의 디오니소스를 꺼내서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키운다. 나중에 디오니소스가 불멸의 신이 되어서 하데스에 내려가 어머니를 데리고 나오기는 한다.
11) 정부 엘렉트라(Elektra)와의 관계이다. 아틀라스(Atlas)의 딸 엘렉트라에게서는 제우스와의 관계에서 딸 하르모니아(Harmonia, 조화)를 얻었다. 하르모니아는 후에 테바이의 건설자 카드모스(Kadmos)와 결혼한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신의 부인인 레다(Leda)는 스파르타의 틴다레우스(Tyndareus)의 왕비로서 죽을 운을 타고난 카스토르(Kastor)와 아가멤논(Agamemnon)의 아내가 되는 클리템네스트라(Klytaimnestra) 두 자녀를 두었다. 또 이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 사이에 아들 오레스테스(Orestes)와 순진무구한 딸 이피게니에(Iphigenie)와 엘렉트라(Elektra)가 탄생한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에는 3명의 엘렉트라(Elektra)가 등장한다.

Electra at the Tomb of Agamemnon(1869)/- Frederic Leighton
첫째는 오케아노스(Okeanos)와 테티스(Thetis)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타우마스(Thaumas)의 아내가 되어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Iris)와 2명의 하르피아이(Harpyiai, 날치기) 곧 아엘로(Aello)와 오키페테(Okypete)를 낳았다. 둘째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Pleione) 사이에서 태어난 플레이아데스(Pleiades)라는 7명의 딸 중의 한 사람으로, 제우스와 사이에서 트로이아의 시조인 다르다누스(Dardanus)와 데메테르의 사랑을 받은 플루토스(Plutos, 부의 신)의 아버지가 된 이아시온(Iasion)을 낳았다. 그녀는 제우스에게 겁탈 당하게 되었을 때 아테네의 신상(神像) 팔라디온(Palladion) 곁으로 도망쳤으나, 제우스는 신상을 트로이아 지방으로 던져 버리고 강제로 그녀와 정을 통했다. 셋째로 고찰되는 엘렉트라가 여기에서 인용되며, 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엘렉트라는 미케네(미케니아)의 왕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Clytemnestra)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클리템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Aigisthos)가 아가멤논을 암살했을 때, 간신히 죽음을 모면한 그녀는 어린 남동생 오레스테스(Orestes)를 미케네에서 구출해내는데 성공했으나, 그녀에 복수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한 아이기스토스(Aegisthos)에 의해서 먼 마을의 농사꾼에게 시집을 가게 되어 오랫동안 고독하고 가난한 생활을 하였다.
어느 날 그녀가 아버지의 무덤을 찾았을 때, 그곳에 어른으로 자란 남동생 오레스테스가 나타나 두 사람은 오누이임을 확인한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결심을 굳힌 오레스테스는 사촌동생인 필라데스(Pylades)와 함께 궁전으로 접근, 자기는 이미 죽었다는 허위정보를 퍼뜨린다. 궁전 사람들이 좋아하며 마음을 놓고 있는 틈을 타 안으로 숨어들어가 생모 클리템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를 죽인다.
복수를 하고 왕위를 되찾은 오레스테스는 모친을 죽인 죄로 에리니데스로 추방당하는 몸이 되었으나, 엘렉트라는 아테네 여신의 도움을 받아 동생의 무죄가 될 때까지 여러 모양으로 그를 지켜주었다. 오레스테스가 타우리스에서 아르테미스(Artemis)의 희생물이 되었다는 소식을 엘렉트라의 언니 이피게니에(Iphigenie)로부터 들은 아이기스토스의 아들 알레테스(alethes)는 미케네의 왕위를 빼앗는다. 분노한 엘렉트라는 델피에서 언니 이피게니에(Iphigenie)를 만나 그녀를 장님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오레스테스가 나타나자 모든 얘기가 오보였음이 밝혀지고, 오레스테스는 왕위를 빼앗은 알레테스를 죽인다.
아테네 여신의 도움을 받아 모친을 죽인 죄로부터 해방된 뒤 오레스테스는 떳떳하게 미케네의 왕이 되어 숙부 메넬라오스(Menelaos)의 딸 헤르미오네(Hermione)를 아내로 삼았다. 또 엘렉트라는 필라데스(Pilates)와 결혼하여 메돈과 스트로피오스(Strophius)를 낳았다. 이 이야기는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Oresteia)>,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및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 등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여자 아이가 모친을 질시하고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는다는 내용에서 ‘엘렉트라 콤플렉스(Elektra Komplex)’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렇게 여자 아이가 모친을 증오하고 아버지에 애정을 품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반대로 남자 아이가 아버지에 대해 적의(敵意)를 품고 모친에게 애정을 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Komplex)’라는 심리학적 내용이 유명하다.
12) 정부 타위게터(Taygete)와의 관계이다. 그녀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Pleione)의 딸이다. 타위게터에게서는 스파르타인의 선조인 라케다이몬(Lakedaimon)을 얻었다. 타위게터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Pleione)의 딸인 플레이아데스(Pleiades) 중 한 명으로, 아르테미스의 추종자 중 한 명이었으며 파우사니아스(Pausanías)에 따르면 제우스에 의해 스파르타의 전설상의 창건자인 라케다이몬을 낳았다고 한다.
13) 정부 아익스(Aex)와의 관계이다. 목축의 신인 판(Pan)은 요정 아익스와 제우스 사이의 아들이다. 그의 상반신은 인간 모습을 하고 있으나 하반신은 동물의 몸이다. 또 이마의 양편에는 양의 뿔이 달려 있다. 음악을 즐기고 요정과 춤을 곧잘 추던 ‘Pan’은 양떼와 목동들을 보살피는 숲과 들의 신이었다.
음습한 숲 속이나 바람 부는 벌판에서 우리는 이유 없는 무서움에 소스라친다. 그래서인지 15세기 불어로 ‘panique’는 ‘공포’라는 의미였고, 18세기 중반에 영어의 ‘panic’은 우리가 대경실색하는 ‘경제공황’이라는 의미를 파생시켰다. 불안하다는 것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는 뜻이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한자로 해석하면 ‘여자가 지붕 아래 있지 않은’ 상태다. 영어로 직역하면 ‘uncomfortable’이다. ‘comfort’는 라틴어로 ‘함께(com)’와 ‘힘쓰다(fortis, 음악용어의 ’forte‘와 같은 어원)’가 합쳐진 단어다. 불안증세는 함께 힘을 모으지 못하는 고독한 인간조건을 묘사하고 우리의 불안증 또한 여자가 집에 없는 남자의 상황을 시사한다. 지금은 속어가 돼버린 ‘계집’이라는 말도 워낙은 여자가 ‘집에 계시다’를 강조하는 어원에서 왔다. 자고로 인류의 신경증세는 독력으로 자연에 대처하는 힘겨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모두가 판(Pan)에서 기원한다.
정신과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anxiety’는 또 어떤가. 이 단어는 ‘anger(분노)’나 ‘anguish(번민)’와 어원을 같이한다. 독일어로 ‘angst(불안증세)’도 같은 말 뿌리다. ‘ang’은 전 인도유럽어로 ‘좁다’는 뜻의 말이었다. 이를테면 교통체증이라던가 동맥경화증에서처럼 흐름이 원활치 못하다는 의미다. 우리말로 ‘답답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곧 앙드레 지드(Andre Gide)의 <좁은 문(Strait is the Gate)>을 연상시키는 정황이다. 성경에서도 지적했듯이 삶에 있어서 희희낙락하는 기쁨보다는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정신신경증상이 진리와 진실에 도달하는 첩경임을 암시한다. 불안감은 생의 원동력이다.
14) 정부 칼리오페(Calliope)와의 관계이다. 소아시아 지방의 대지의 여신 퀴벨레(Kybele)의 신관으로 유명한 코뤼반테스(Korybantes)족도 무사히 가운데 맏딸인 칼리오페와 제우스 사이의 아들이다. 이들은 ‘퀴벨레 축제’ 때 북과 꽹과리, 피리소리에 맞춰 창과 방패를 두들기며 요란스럽게 춤을 추었다.
그녀와 트라키아의 왕 오이아그로스(Oeagros) 사이에서 리라를 연주했던 영웅 오르페우스(Orpheus)가 태어난다. 또한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그 사이에서 히멘(Hymen)과 이알레모스라는 두 아들을 낳기도 했다. 다른 설에 따르면 트라키아의 왕으로 트로이 전쟁에서 희생당했던 레소스(Rhēsos)의 어머니라고도 하며, 또는 가락과 박자를 만든 음악가 리노스(Linos)의 어머니였다고도 한다. 기원전 570년경에 도예가 에르고티모스(Ergotimos)가 만든 프랑수아 꽃병에 그녀의 모습이 나온다.
서사시의 무사 칼리오페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홉 뮤즈 중에 가장 높은 뮤즈이다. 붉은 날개를 활짝 편 채 시인의 어깨에 한 팔을 걸친 아름다운 뮤즈는 아홉 명의 뮤즈 중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서사시의 수호신이다. 주신(主神) 제우스의 명령으로 아도니스를 놓고 벌어진 여신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의 싸움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제우스의 명령에 의해서 이 두 여신은 칼리오페의 중재를 따라야만 했다. 두 여신은 각기 1년의 반씩 아도니스와 함께 지내도록 결정되었다. 그녀와 트라키아의 왕 오이아그로스(Oeagros) 사이에서 리라를 연주했던 영웅 오르페우스(Orpheus)가 태어났다고 한다. 또한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그 사이에서 히멘과 이알레모스라는 두 아들을 낳기도 했다.

15) 안티오페(Antiope)와의 관계이다. 어린 외손자 라브다코스(Labdacos)를 대신하여 테베(Thebae)를 섭정하던 니크테우스(Nycteus)의 딸이다. 안티오페의 미모에 반한 제우스가 사티로스(Satyros)로 변신하여 관계를 맺었다고 하며, 강제로 겁탈하였다고도 한다. 이로 인해 임신하였는데, 아버지의 분노가 두려워 시키온(Sikyon)으로 도망쳐서 그곳의 왕 에포페우스(Epopeus)와 결혼하였다. 니크테우스는 딸을 붙잡기 위하여 시키온으로 가서 에포페우스와 싸우다 죽었다고도 하고, 수치심에 자살하였다고도 한다. 그는 죽기 전에 형제인 리코스(Lycos)에게 에포페우스를 죽이고 안티오페를 처벌하도록 당부하였다.
니크테우스를 이어 테베의 섭정이 된 리코스는 시키온을 공격하여 에포페우스를 죽이고 안티오페를 붙잡았다. 안티오페는 테베로 잡혀 오는 도중에 키타이론(Cithairon) 산(山)에서 암피온과 제토스의 쌍둥이 형제를 낳았는데, 리코스가 이들을 산속에 버린 것을 양치기가 발견하여 길렀다.
안티오페는 리코스의 아내인 디르케(Dirce)의 노예가 되어 학대받고 감옥에 갇혀 지내다가 탈출하여 키타이론 산으로 도망쳤다. 어머니를 만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암피온과 제토스는 리코스와 디르케를 죽여 복수하였다. 제토스는 처음에는 안티오페를 도망친 노예로 여겨 숨겨 주지 않았기 때문에 디르케에게 다시 붙잡혔다고도 한다. 키타이론 산에서 디오니소스를 모시는 축제를 벌이던 디르케는 미친 듯이 날뛰는 황소의 뿔에 안티오페를 묶어 놓았다. 양치기로부터 안티오페의 신분을 전해들은 형제는 어머니를 구하고 디르케를 황소의 뿔에 묶어 놓았다.
자신의 신도인 디르케가 곤경에 처하자 디오니소스는 안티오페를 미치게 만들었으며, 광인이 되어 그리스 전역을 떠돌아다니던 안티오페는 포코스(Phocus)에게 치료받은 뒤 그와 결혼하였다. 죽은 뒤에 포코스와 함께 포키스에 묻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한 <파르네제의 황소(Toro Farnese)>의 군상은 이 복수광경을 나타낸다. 근세에 있어서는 제우스와 안티오페의 사랑이야기가 자주 취급되어 티치아노의 <주피터와 안티오페>, 와토의 <주피터와 안티오페>등 많은 작례가 있다.

Jupiter and Antiope (Antiope Asleep)/ Antonio da Correggio (1490–1534)
16) 정부 칼리스토(Kalisto)와의 관계이다. 제우스는 자신의 딸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해서는 요정 칼리스토를 유혹했다. 칼리스토는 순결의 상징인 처녀신 아르테미스를 추종하던 님프였다.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요정 칼리스토를 속인 후 아르카디아 지방의 건국 영웅 아르카스(Arkas)를 낳았다.
아르테미스의 시종이었던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와 같이 처녀성을 지켜야하는데 이 일 때문에 아르테미스가 화가 나 그녀에게 활을 쏘아 죽인다. 그 순간 제우스는 그녀를 곰으로 변하게 하여 별자리로 만들어준다. 어쩌면 제우스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였다기 보다는 욕망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에 제우스의 욕망과 칼리스토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곰별 자리는 바로 칼리스토의 모습이다. 이 설화는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와 그리스어로 곰을 의미하는 아르쿠스(arkous)라는 낱말의 발음이 비슷한데서 생겨난 것이다.
칼리스토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된 아르카스는 제우스에 의해 어느 농부에게 맡겨져 성장하였다. 아르카스가 사냥할 때 암곰이 된 칼리스토와 마주쳤는데, 칼리스토는 자신이 곰으로 변신한 것을 잊고 아들에게 다가가자 아르카스가 활을 쏘려고 하였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제우스는 두 모자를 하늘의 별자리에 올려 칼리스토는 큰곰자리, 아르카스는 작은곰자리가 되게 해주었다. 이에 분노한 헤라는 늙은 대양(大洋)의 신인 테튀스(Tethys)와 오케아노스(Oceanus, 헤라는 이 신들에 의해 양육되었다)한테 가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도움을 청했다. 대양의 신은 헤라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그 결과 대웅성과 소웅성 두 성좌는 하늘에서 돌고 돌뿐 다른 별들처럼 대양 밑으로 가라앉는 일이 없게 되었다.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남대 교수▴중앙대학교 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도서관협회장▴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