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의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 시키려고 할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 전체 목차
- 정부가 단기적 비용절감보다 장기적 사회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 왜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시키려고 할까?
- 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 유통면허통폐합의 장단점도 비교분석해 보자
- 알고 보면 경제관과 정책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정책변화의 선택으로 보인다.
- 주류유통 면허 제도를 폐지해도 되는 조건부터 철저히 조사 분석해 봐야 한다.
-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점진적이고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실천이다.
- 가장 중요한 일은 비전과 목표의 설정이다. 주류산업 정책의 방향을 잡자.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 완화에 대한 반발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 문화적인 이유다. 특히 담배나 도박 등과 비교했을 때 규제 완화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덜할 수 있어 관료들이 규제 완화를 더 쉽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주류산업을 비교적 덜 민감한 산업으로 보는 관점은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사실은 상당히 큰 사회적 우려와 규제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주류산업은 제조, 유통, 판매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건강과 안전을 위해 다양한 법률로 엄격하게 관리되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가끔 주류가 사회경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2004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조 990억 원으로, GDP의 2.9%에 달했다. 이는 일본, 캐나다, 프랑스, 스코틀랜드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38.83%, 조기사망으로 인한 미래소득 손실액이26.92%, 주류소비 지출이 22.24%였다. 음주는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의료비, 간병비 등을 발생시키고, 교통사고와 화재 및 폭력 등 범죄 발생 위험을 높여 다양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청소년 음주 만연, 직장 생산성 손실, 가정 내 폭력, 음주 관련 사망, 음주운전, 알코올 중독 문제 등의 문제들로 인해 주류산업은 지속적인 규제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산업이 덜 민감한 산업으로 보거나 규제 완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주류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규제론자들이 비주류인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오히려 최근의 트렌드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기조가 확산되고 있어, 주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적당한 음주를 하자는 의견이 많고 문화적 소양이 그러한 상황에서 규제론자들이 엄격히 설 자리는 매우 좁다. 이는 주류산업이나 정책이 사회적 요구와 발맞춰 더 현명하게 관리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쯤 되면 밝히고자 한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주류산업에서의 규제 완화를 정부가 쉽고 빠르게 선택하는 배경에는 재정 수익, 경제 성장, 글로벌 경쟁력, 규제 완화 기조, 우리의 음주문화와 문제인식의 실태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눈에서 보면 분명 타당하다. 그렇다면 당장 주류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자유화 하는데 동의하고 합의해야 할까? 더 분석해 보자. 한국에서 주류산업 규제에 대한 관점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요인에서 기인할 수 있다. 그 분석을 빼고 당장 정부의 완화 방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특히,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음주 문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우선순위 차이가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음주 문화와 주류산업과 정책의 전통을 보자. 우리나라는 음주가 사회적, 문화적 활동의 중요한 요소다. 아닌가?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음주는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태어나면서 술과 관련이 컸고 죽으면서도 관련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사, 명절, 축하 행사, 직장 내 회식, 생노병사의 만남의 자리에서 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서 음주를 규제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활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규제강화나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낮을 수 있다.
음주의 사회적 용인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할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음주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행위로 간주된다. ‘비교적’이 아니라 ‘일반적’으로다. 상대적인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청소년 음주나 음주 운전 등의 음주가 부정적이라는 측면에서의 사회적 경각심이 더 강하다. 많이 달라졌지만 삼촌에게서 일찍 술을 배우는 경우도 있고, 제사자리에서 음복을 하는 집도 여전히 있다. 음주운전도 게임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남아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유해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덜하다는 말이다.
여성음주가 늘고 있고 성인 남성 중심의 음주 문화는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여성음주도 늘어나 이제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사회적 용인과 문제에 대한 관용도가 높다는 해석이 틀린 말이 아니다.
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에서의 주류산업 정책은 주로 경제적 측면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크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는 산업 활성화와 세수 확대, 물가안정 등을 중요시하며, 위험한 술에 대한 규제보다는 각종 규제완화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 그럴 수 있다. 외국에서는 국민 건강과 복지에 대한 정책이 상대적으로 우선시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그 주장을 매년 되풀이 하고 음주 폐해에 대해 발표하고 있어 각국의 보건복지부가 열심히 정부의 규제정책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같은 탁자에서 논의를 하더라도 다른 규제옹호 부처들의 입장이 크게 등용되지 못하는 편이다.
알코올 중독이나 의존성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문제 인식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전통적 규제 강화 국가인 미국의 경우 알코올 중독 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알코올을 마약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의존성 물질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이는 주류 규제를 정당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중독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고, 음주가 사회적 해악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어,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덜 강조되는 편이다. 이는 규제완화 정책의 추진시 쉽게 추진되는 동인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결국 음주가 사회적 해악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고, 규제의 필요성이 덜 강조되며, 규제 완화 정책이 쉽게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미국 대학생들에 비해 과도한 음주를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더 높고, 한국 남학생의 78.4%, 여학생의 67.3%가 5잔(여성은 4잔) 이상의 연속 음주를 안전하다고 인식했다는 사실이 그를 반증한다.
음주에 대한 건강 및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인식차이도 분명하다.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나 사회적 비용, 즉 공공의료비 증가, 생산성 저하, 범죄율 증가 등과 같은 불경제적 요소가 많은 국가에서 중요한 정책 논의가 된다.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경우다. 그러나 우리나라서도 이러한 논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정책적 규제보다는 개인의 책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정책부처에서 주류 규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할 때 어려움이 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산업 로비와 이해관계문제도 검토해 보자.
한국의 주류산업은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의 퇴직 관료가 대형업체들의 주류협회의 대표를 오랫동안 하고 있고, 그 전에는 퇴직 고위 군인들이 그 일을 해 왔었다. 그러니 로비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명시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지만 광고 가격규제, 마케팅 관련 규제 등의 경우 주류 산업체와 관련 단체들이 산업에 유리한 로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제조업과는 달리 도매업은 예외적인 경우가 될 수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면허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면허 규제 유지를 바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주류 면허규제 완화 등 경제적 규제완화가 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이러한 문화적, 경제적, 정책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정책이슈 중 하나는 물가였다. 주류물가가 높은 원인이 면허권이 기득권으로 작동해 경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문하는 이들도 많았다. 주류 유통규제를 완화한다고 술값을 낮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규제는 주로 도매면허규제다. 그런데 통상 제조단계를 넘어와 도매업체의 창고에 도달한 술 가격은 소매로 옮겨질 때 일정 율이 인상된다. 업체간 경쟁이 심한 도매마진은 일정한 틀 속에서만 변한다. 제조 단계도 마찬가지다. 주정 등의 원가가 변할 때 사실상 정부의 행정규제 속에서 일정율만 올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매단계는 다르다. 정부행정개입이 전혀 없는 영역이다. 소매관행상 식당, 호텔업 등에서는 도매에서 온 술값에 3배 이상의 소비자가를 책정한다. 물론 마트 가격은 그렇지 않다. 정책당국에서는 물가의 주범이 도매업이고 면허기득권이 주류물가 상승의 원인이어서 이제 면허제도의 존재가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한다. 도매단계를 없애고 제조에서 소매에 직송한다고 해서 과연 술값이 얼마나 낮아질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