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좋은술 이석준 대표
천년 비밀의 맛과 향을 간직한 ‘천비향’을 빚는다
오양주로 빚어 3개월 발효시켜 9개월을 저온숙성 시켜
고집을 부리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예술가들의 공통점이다.
전통주 빚기를 예술이라 생각하고 술을 빚는 사람이 李錫濬 대표(64세, 농업회사법인 (주)좋은술)다. 좋은 술을 빚기 위해선 힘든 일도 마다 않는다. 기계를 이용하면 손쉽게 해결할 일도 무거운 술독을 옮기는 일부터 술을 거르고 병입을 하는 모든 일이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그래서 이 대표는 최근 허리수술을 받기도 했다.
“청결은 생명이다!”
경기도 의왕시 능안길(백운호수 인근)에 터 잡고 있는 (주)좋은술 주변은 계절이 계절인지라온통 푸르다. 술도가라기 보단 별장 같은 느낌이 든다. 연못도 있고, 정자도 있다.
기자가 이 대표를 찾았을 때 이 대표는 천비향 생주를 병입을 하고 있었다. 깔때기를 이용해서 병입하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는 인상적이다. 전국의 많은 술도가를 방문했었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병입을 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힘들고 더디지만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청결을 위해서라고 했다.
이 대표도 2013년 8월 ‘(주)좋은술’을 설립하면서 남들처럼 자동으로 병입을 하는 기계와 술을 거르는 기계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기계를 어떻게 세척하느냐 였다. 기계를 판 회사에 물어보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락스(표백제)에 푹 담갔다가 꺼내서 물로 씻으면 된다”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생각해보세요, 정성껏 빚은 술에 몸에 해로운 표백제가 조금이라도 들어간다면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그래서 고물상에 헐값에 넘겨버리고 지금껏 수작업으로 술도 거르고 병입도 하고 있다고 했다.
때문인가. 술 빚는 공방 입구에 ‘청결은 생명이다’라는 표어를 써 붙인 것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주)좋은술’에서는 술 빚는 기구들은 전부 끓여서 소독을 한다. 위생적으론 전국 최고를 자부하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전통주 입문 동기는? “맛과 향이 너무 좋아서요”
어떻게 해서 전통주에 발을 들여놓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한 마디로 전통주 맛과 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혹시 가업으로 전통주를 빚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대표는 서울 약수동에서 태어난 순수 서울 토박이다. 덕수상고를 나와 국민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잡은 직장이 제일은행이었다. 여신심사역을 끝으로 20여년 은행생활을 접은 때가 50대 초반이었다.
“은행생활을 접고나 서 처음에는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아 전국의 명인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분이 권희자(삼해주 기능보유자)선생님이었습니다. 이 분이 빚은 전통주를 맛보고는 전통음식에서 전통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 대표가 전통주에 필이 꽂힌 동기다. 이때부터 우리 조상님들이 빚던 전통주를 그대로 재현해서 맛과 향을 되살려 내자는 작심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술도가까지 차릴 생각은 안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전통주를 배우다 보니 어느 순간 전통주에 대한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과 한국가양주협회를 설립하고 전통주, 막걸리, 증류주 등을 빚는 교육을 시작했다.
한국가양주협회 이사장을 5년 동안 역임하면서 각종 전통주를 발굴했다. 지금도 ‘좋은술’에는 전통주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이 대표의 이런 열정이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양주기법으로 빚는 천비향
교육만으로는 전통주를 발굴하고 계승 발전시키는데 한계를 느껴 2013년 8월에 전통주주조사자격증을 획득한 회원들이 상호 출자하여 술도가를 설립한 회사가 (주)좋은술이다.
주명(酒名)을 ‘천비향’이라 지은데 대해 이 대표는 “천년 비밀의 맛과 향을 간직한 전통술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여건에서 전통주를 빚는 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라고 했다.
왜 그럴까?
현재 좋은술에서 빚는 천비향은 약주, 생주, 막걸리 모두 오양주기법으로 술을 빚는다. 보통 일반 막걸리는 단양주가 보통이요 잘 해봐야 이 양주 아니면 삼양주가 특별하다고 하는데 오양주로 술을 빚는 다는 것은 그 만큼 시간과 원자재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오양주기법이란 밑술을 만들고 여기에 술밥을 4번 더 넣어 술에 작용하는 미생물의 배양을 극대화하여 누룩의 양은 최소화하면서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내는 방법으로 전통주 제조방법이다.
이 대표가 오양 주를 고집하는 이유는 “오양주로 빚은 술을 걸러서 저온 숙성시키면(약주는 9개월 정도) 그렇지 않은 술에 비해 맛과 향이 월등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술은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담 같은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단맛이 나고 향이 깊다. 게다가 유산균이 풍부하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이런 술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속된 말로 뿅 가기 마련이다.
이 처럼 정성껏 빚은 술을 제값 받고 판매를 하면 너무 비싸서 팔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겨우 원자재 들어간 비용 정도를 받고 판매하고 있다.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은 보상 받지 못하는 것이 전통주 업계의 현실이라고 이 대표는 말하고 있다.
‘천비향’은 전통누룩과 햅쌀, 그리고 깨끗한 물로만 빚는다
천비향은 전통누룩과 햅쌀, 그리고 깨끗한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어가는 것이 없다. 그런데도 맛과 향이 뛰어나다. 이게 바로 우리조상들이 찾아낸 비법인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주의 역사는 200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먹어본 사람도 많이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전통주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부 마니아층만이 전통주의 가치를 알고 찾는 것이 전붑니다. 그냥 단순하게 막걸리 같은 발효주가 전통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석준 대표는 이 같은 현실을 통탄한다.
이 대표는 젊었을 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안 마셔본 술이 없을 정도로 애주가였다. 1년 365일 중 360일은 술을 마셨을 정도라 했다. 별의별 술을 다 마셔본 경험을 토대로 진정 우리의 술을 찾는 길에 나섰다.
“제가 전통주의 고급술을 만들어 보려고 발버둥치는 이유는 우리의 술이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조금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했다.
“일본은 사케, 중국은 빠이주, 프랑스는 와인처럼 그 나라의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술은 무엇인가요?”
“소주나 맥주가 우리나라 술입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진정 우리나라 술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대표의 말은 절규에 가까웠다.
모든 연령층이 좋아하는 전통주 개발한다
“저는요, 향만 맡아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술을 빚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천비향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천비향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정진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을 빚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천비향은 약간 단맛이 강해서 젊은 층은 좋아하지만(80%) 장년층은(20%)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개발하는 술은 중·장년층이 좋아할 수 있는 드라이한 술을 개발 중인데 곧 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좋은술’에서는 지금껏 젊은 층들이 좋아할 수 있는 술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었는데 앞으로는 모든 연령층이 좋아하는 술을 개발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해 이 대표는 “내가 빚은 술이 아무리 좋은 술이라고 주장하면 뭐합니까. 상대방(소비자)이 좋다고 인정해야 좋은 술이죠”
현재 좋은술에서는 천비향 약주, 천비향 생주, 천비향 막걸리를 주력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천비향 약주는 알코올도수 16%(500ml)로 출고가격이 3만 원대이지만 젊은 층들 가운데 마니아가 생길 만큼 인기품목이다. 이는 천년 비밀의 맛과 향을 간직한 전통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술은 거르고 나서 저온 숙성기간이 자그마치 1년이나 되기 때문에 감칠맛이 나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알코올도수 14%(500ml)인 천비향 생주역시 오양주기법으로 빚은 전통주다. 3개월간의 발효과정과 3개월 이상의 저온숙성을 거쳐 완성한 전통주로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는 국내 최고 프리미엄 전통주다.
알코올도수 10%(500ml)인 천비향 막걸리만 삼양주(세 번의 담금 과정으로 빚음)로 빚어 3개월 발효과정과 3개월 이상의 저온숙성을 거쳐 완성한 고급 막걸리다. 일반 양조장의 약 7~15일 발효한 술 맛과 차원이 다른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나는 막걸리다.
특히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가 첨가되지 않고 쌀과 누룩만으로 빚어 쌀의 단맛이 살아 있으며,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는 부드럽고 깊은 맛과 향이 으뜸이다.
이석준 대표는 지금 생산하고 있는 술에 만족하지 않고 20도와 40도짜리 증류주도 곧 출시한다고 했다. 이는 다양한 고객층의 다양한 니즈에 부흥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보다 좋은 술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벤처대학에서 ‘전통주숙성 기간변화로 향이 변화형성’이란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에 있다. 정철 교수의 지도로 지금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내년 봄이면 연구가 완성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전통주를 빚는 과정에서 보다 좋은 향을 얻을 수 있어 전통주 산업발전에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