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절대로 봐선 안 돼’…아! 보고 싶다
연지곤지 찍고 가마 타고 온 새색시가 첫날밤을 치르는 방, 창호지엔 손가락에 침 발라 뚫은 구멍이 수두룩하다. 남정네들이 하는 짓이 아니다. 동네에 사는 아낙들이 새색시와 새신랑이 어떻게 초야(初夜)를 치르는지 궁금(?)해서 훔쳐본 구멍이다.
시집장가간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치러야 하는 초야가 그렇게 궁금할까. 자기들도 다 치른 초야가 아니던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농촌이 현대화되기 전 농촌에선 흔한 풍경이었다.
요즘은 신랑·신부가 신혼여행을 떠나서 그곳에서 첫날밤(?)을 보내니 안심하고 초야를 치러도 될 것이다. 누가 신혼여행지까지 따라가서 신방을 훔쳐 볼 사람이 없을 테니까. 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신방 훔쳐보기’가 전통적으로 이어졌다.
신랑·신부가 첫날밤을 치를 신방은 신부의 어머니나 언니가 꾸몄는데, 보통 병풍을 치고 이부자리를 펴 놓은 다음, 솜을 깐 요강과 반짇고리를 두고 나온다. 신방에 신부가 먼저 들어가서 앉아 있으면, 신랑이 들어온다. 그리고 술과 안주를 간단하게 차린 주안상이 들어온다.
남녀가 만나서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음에 있어 술이 필요한 것은 왜일까. 이에 대한 뚜렷한 논리적 근거는 찾을 수 없지만, 그저 전통적으로 그랬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한다는 식은 아니었을까.
필자의 얕은 생각으로는 처음 만난(당시로) 남녀가 잠자리를 해야 하니까 부끄러워서 술 한잔하고 잠자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500원이라도 주고 궁금증을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2012년 10월 ‘개그콘서트’의 ‘거지의 품격’ 코너에서 개그맨 허경환이 김지민에게 “궁금하면 500원”이라는 프로그램은 대박을 터트렸다. 500원을 내면 초야를 치르는 방 구경을 시켜준다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수백m의 줄은 서지 않을까.
민방위 시절 교육을 받을 때 교관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집안에 어린이들만 있을 때 성냥이 있으면 어린이들이 성냥을 가지고 놀다가 불을 낼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강의했다.
성냥을 켜면 불이 확 붙어 어린이들은 재미를 느낀다는 것. 그런데 마당 같은 곳에서 어린애에게 성냥을 잔뜩 싸놓고(어른이 지켜 보고) 하나씩 켜보라고 한다. 계속 시키면 아이가 질려서 못하겠다 한다는 것. 옛말에 하든 짓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고 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주류업계가 술 판매가 줄어들자 난리다. 소주, 맥주. 양주는 물론, 막걸리나 약주도 판매가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다. 확실한 통계는 접할 수 없지만, 외국도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펜데믹 19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펜데믹으로 몇 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 식당에서도 모여 앉으면 안 된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러다 보니 마트에서 술을 사서 집으로 들고 들어가 마시기 시작했다. 술집에서 마실 때 보다는 기분도 안 나고, 술맛도 안 났지만, 소주 한 병에 몇천 원씩 주고 마실 때 보다간 돈이 굳었다. 이른바 홈술·혼술의 도사가 배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칭 술 도사들은 작금의 주류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한 것은 술집들이 자처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몇백 원 하는 소주를 구매해서 최소한 5천 원 이상으로 팔고 있으니 술을 마시다가도 은근히 화가 난다는 것. “이것 너무 한 것 아냐”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점심에 마시던 반주가 잔설(殘雪)이 봄볕에 녹듯 사그라진 원인이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 일부 식당에서는 술 판매가 줄어들어 매출이 감소하자 “낮술 大 환영”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놓는 식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오죽 장사가 안됐으면 그럴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지만, 이분들은 ‘박리다매(薄利多賣)’란 말을 모르시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반주 소주는 3천 원’하면….
미국의 ‘알 카포네’가 밀주로 떼돈을 번 것은 역설적으로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전면 시행된 주류 금지(금주법) 때라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근·가뭄 등으로 식량 사정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금주령이 내린 적이 있었고, 조선 영조 시대에는 금주령이 강화된 사례가 있었다.
다 큰 어른들에게 술을 만들지도 말고 마시지도 못하게 했으니 얼마나 마시고 싶었을까. 어린이나 어른이나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다. ‘法’ 잘 만드시는 의원들이 미친 척하고 ‘금주법’을 만들면 어떨까. 혹 술을 찾는 주당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술 사재기라도 하지 않을까? 법을 어기면 곤장 100대씩 때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아! 농담이에요, 농담. 어젯밤 술도 안 마셨는데 괜한 햇소리가 나오네.
<김원하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