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류 경쟁정책을 다루면서 ‘진입규제’문제에 초점

조성기(아우르연구소 공동대표/경제학박사)

 

일본 주류정책 기행기(中)

 

우리는 주류 경쟁정책을 다루면서 ‘진입규제’문제에 초점

일본의 경우는 ‘부당한 거래행위’에 일상적 관심을 가져

 

 


◇공정거래원회

조성기 박사다음 발길은 공정거래위원회 행이다. 국세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찰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는 법적인 기구와 유대가 강했다.

회의 자리에서 만난 담당과장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검찰과 같은 사업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라고 엘리베이터 표지판을 가리켰다.

그들은 오히려 왜 내가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했는지 궁금해 했다. 국세청과 대비 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서로 만나서 인사는 영어로 나누고, 실무협의는 바로 일본어로 시작한다. 일본에서 영어를 인터뷰를 내내 진행한 경우는 지난 15년의 방문 경험 중 대장성 하나뿐이었다. 대부분 중요한 사안들은 일본어로 대화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깊숙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바람직하다. 우리도 그들도 마찬가지다.

수인사를 한 후 그들이 먼저 물었다.

“한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저도 한국에 친구들이 많습니다. 공정거래에 관한한 술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특별히 심각한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유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길 뿐이어서 특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국세청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진입규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경쟁정책의 일환으로 주류산업도 정책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몇 년 전 부터 TO제도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임무를 설명한다.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금지법과 관련된 경제정책에 주로 관심을 갖습니다.” “당연히 경쟁정책을 제안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라는 설명이었다.

기본 입장을 들은 후 나는 “그런데 주류산업에 대해 과거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어떤 내용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자료를 보여 주면서 답변을 했다.

“일본에서는 주류제조와 관련해 별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유통회사들의 부당한 염가판매가 문제입니다.” 즉,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정책에 관심을 가지는데 ‘부당거래를 하는가?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현재의 진입규제에 해당하는 사안은 관심이 아니며 현재의 상태를 인정하며,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이 얼마나 거래상의 문제를 일으키며 경쟁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 관심사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도매업체들의 가격경쟁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경우는 어떤 정도의 문제가 생기고 있나요?”라고 묻자.

“부당한 염가판매에 대해 ‘주의(注意)’를 준 사건이 많았습니다. 평성 25년에 847건, 평성 26년에 635건, 평성 27년에 490건 등이었습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석유제품(평성27년 341건)이나 가전제품(평성27년 3건) 보다 경쟁이 심해 가격파괴가 주류제품에서 잦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의를 주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신문지상에 도매업체들이나 지역의 협회에서 조사를 받고 벌금을 냈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지역협회장들과 회의를 해 보아도 아주 심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주의’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부당한 염가판매의 정의가 무엇인가? 그리고, ‘주의’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고, 왜 조사하고 부당거래를 한 경우 엄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웃으며 설명을 계속했다.

“부당염매란 원가 이하로 크게 싸게 파는 행위를 말합니다. 원가 이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싸게 팔아 거래 선이 바뀌게 되면 부당염매의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업체는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주의’의 대상이 됩니다.”

“‘주의’를 주는 이유는 더 엄정한 조치를 위해 ‘조사’를 하려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증거를 완전히 확보해야하므로 실제로 1-2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문제가 계속되면 ‘경고’를 줍니다.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공정거래를 자율적으로 유도하기위해 ‘주의’나 ‘경고’조치를 상당수 업체에 부여하야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문제가 발생한 경우 ‘2달’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도 시간을 많이 들여 조사를 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기 보다는 관리를 일상에서 하는 서로 편리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공무원의 수가 적다는 이유로 관리 감독이 일상화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다르다. 겉으로 ‘독점금지법’이 있는 것은 같다. 내용도 유사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 활용도는 차이가 있다. 특히 ‘주의’와 ‘경고’를 주어가며 더 큰 부당한 거래행위가 발생할 것으로 예방하는 노력은 살만하지 않겠는가.

“주류의 공정거래를 위해 국세청과의 관계는 어떤가?”를 물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의견교환을 합니다. 공식적 회의는 1년에 2번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주 전화를 하고 구체적 사안이 있으면 자주 만납니다. 다른 부처보다 국세청과 자주 연락합니다. 그 이유는 주류품목의 경우 ‘주의’ 사안이 많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 차원의 중소기업 대책은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없다’는 대답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중소기업에게는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지만 명시적인 지원은 ‘경제산업성(經濟産業省)’의 역할입니다.”라고 답하며 ‘소비자에게 유익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대기업’의 나쁜 행위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는 데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했다.

오랜 대화에도 지치지 않고 의견을 제시하고 답변을 성실히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당국자에게도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와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주류 경쟁정책을 다루면서 ‘진입규제’문제에 초점을 더 두는 경향이 보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부당한 거래행위’에 일상적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 주류산업의 면허제도에 대한 내용은 ‘규제개혁위원회’나 ‘국세청’이 관심을 가지고 취급하고 있다. 그러니 공정거래위원회는 진입장벽 문제는 그 기관들에 맡기고 ‘부당한 거래행위’를 막아 시장의 일상적 정의를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일본의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특히 국세청과 긴밀한 연락체제를 갖추고 있는 점도 부러운 점이었다. 빌딩을 나설 때 문제가 커진 후에 서로 협의하거나 끝까지 협의는 등한시 하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게다가 미리 미리 문제를 예방하는 그들의 노력 또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 아닌가. ‘법정’에서 문제를 다루고 벌금으로 통제하는 방법 이전에 일상에서 문제를 해소하려는 소통의 노력이 소중해 보였다.

 

◇후생성

동경(東京)에서의 기관방문은 하루에 최대가 3군데다. 한군데 방문은 대체로 2시간 정도다. 약속장소 보다 빨리 가도 안 된다. 물론 늦어도 안 된다. 그들의 습성이다. 대체로 동경시내 출장의 경우 지하철로 이동하므로 시간을 거의 맞출 수가 있다. 20분 전쯤에 도착지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조금 머뭇거리거나 늦게 걸어 이동하면 5분 전쯤에는 안내소나 입구에 도착할 수가 있다.

중간에 점심시간을 1시간을 갖는 다면 하루에 2군데를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애쓰면 3군데 방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3군데 방문을 마치고 나면 퇴근시간인 거의 6시를 꽉채우게 된다. 전에는 하루에 3군데를 방문하는 적도 많았다. 그 경우 점심시간을 아주 간단하게 보내야만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2군데 방문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후생성도 가스미가세끼(霞が関)에 있다. 후생성은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다. 일본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으로 알코올문제를 건강차원에서 담당한다. 과거에는 인터뷰를 하게 되면 작은 선물을 하나씩 선사하고 나오게 된다. 한번은 우리나라가 IT의 강국이므로 USB작은 것을 선물로 가져갔다. 전통문양이 박힌 고급스런 것이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할만 하고 출장예산도 되어 샀다.

그때 다른 기관에서는 모두 선물을 받았는데 후생성에서는 규칙상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가장 일본의 ‘김영란법’을 잘 지키는 곳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은 모든 정부기관이 선물을 받지 않는다. 한번은 아주 저렴하지만 예쁜 ‘마(麻)’로 만든 ‘밥상보’를 가지고 갔다. 일본의 관료들도 그 정도 선물은 대부분 받는다. 선물포장을 뜯어보고는 서로 ‘이 정도는 받아도 되겠지요?’라고 끄덕인다. 그리고 웃는다.

인터뷰는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그 시간이 쉬운 시간은 아니다. 그러므로 작은 선물을 선의로 가져가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묻는 입장이지만 상대방에게 그 조차 테스트를 당하는 순간이라고 생각을 하며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는 편이다.

후생성에서의 첫 질문은 “알코올중독은 어떻게 정의합니까?”였다. “‘생활습관병’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반응한다. 서양에서는 “알코올 의존증은 질병입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은 듯 일본은 달랐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는가요? 일본인들은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합니다. 중독이라는 용어는 급성알코올 중독의 경우에 사용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언제부터 알코올 의존증을 문제 시 했습니까?”라고 묻자. 1964년에 있었던 미국대사 에드윈 라이샤워(Edwin Reischauer)대사의 피습사건을 이야기 한다.

“그해 봄 미국대사관 앞에서 부임 3년 되는 해에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던 일본인이 그에게 칼을 휘둘렀어요. 그는 넓적다리를 찔려 부상을 입었어요. 그 일로 일본인들은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병을 인식하게 되었어요.”라는 것이었다. 미국과는 달랐다.

미국의 국립알코올연구원에서 물었을 때 “미국인들은 베트포드여사가 TV에 나와 ‘나는 알코올중독자(Alcoholic)입니다.’라고 전 국민에게 말하며 베티포드센터를 세울 모금을 시작할 때 였습니다.”라고 답변했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알코올중독을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 1998년경이 아니었나 싶다. 1995년에 정신보건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1997년 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되어 정신보건법이 발효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보건복지부 내에 정신보건과가 설치되고 알코올중독과 관련된 업무를 처음 보기 시작한다.

나는 1998년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거절을 당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방문을 위한 ‘예상 질문지’를 보고 그리했으리라 생각하는데 아직 그 답변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일본의 정신보건당당부서는 흔쾌히 방문을 승인했었다.

같은 해 1997년에 국민건강증진법도 통과가 된다. 그런 법적 체계가 갖추어진 다음 해인 1998년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중독에 대한 업무가 공식적으로는 처음 시작된 것이니 일본 보다 30년 정도가 인식 상 뒤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 까 한다. 일본은 미국대사 피습사건직후인 1965년에 정신보건법이 통과 되었다고 들었다.

알코올 의존증은 두 나라 모두 정신질환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대구나이트클럽방화사건’과 ‘여의도차량질주사건’이, 일본은 ‘미국대사피습사건’이 정신보건법제정의 주요 계기가 된 셈이다. 두 나라 모두 사고(事故)가 인지의 순간이 된다.

“가장 중요시 하는 알코올 의존증 관련 건강지침이 무엇인가?”를 묻자, ‘다량음주의 조기발견과 적절한 대응, 미성년자 음주방지, 알코올 건강에 대한 지식의 보급’을 거론한다.

“과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일본인의 적당한 음주량은 얼마정도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국주인 사케로 환산해서 1홉 정도입니다.”라고 답변한다.

우리도 과거에는 1홉, 2홉 등 홉을 단위로 사용한 적이 있다. 소주의 경우 작은 병은 2홉, 큰 병은 4홉짜리가 있었다. 그러니 1홉은 180ml정도다. 일본에서는 순알코올량(pure

alcohol amount)으로 환산하면 약 20그램 정도를 적정 음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그 정도를 적정음주량으로 생각하게 되었는가?”를 물으면 “그 정도를 마시면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 되었어요.”라고 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답변했다. 우리의 경우 사실 ‘그렇게 명확하게 연구된 것이 아직도 없는 듯 합니다’라고 답했을 가능성이 크다. 후생성은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적정음주량이나 다량음주의 단위를 국주인 일본주(日本酒)를 기준으로 하는 것도 특징적이었다. 그리고 “적정음주는 1홉이지만 과음은 하루에 사케 3홉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정책목표에 대한 질문에는 “그 ‘다량음주자’ 들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보다 특징적인 답변은 “미성년자 음주에 대한 예방활동 등 정책적 활동을 국세청과 같이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통상 부처별로 별도의 활동을 전개한다. 서로 개입하지 않는다. 만약에 캠페인을 해도 국세청, 식품의약안전처, 농식품부 등은 따로 따로 한다.

일본은 업무의 관련성이 있는 부처 간 연락도 서로 잘하고 알코올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세청과 함께 ‘청소년위원회’에 참여하고 실천 활동도 함께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나와바리(縄張り)를 인정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었다.

“주류업계와는 어떤 관계를 가집니까?”하고 묻자, “일본에서는 주류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업계와 국민건강 차원에서 협조합니다. 업계도 국민건강을 유지하는 데 사회적 책임을 가집니다.”라고 한다.

심지어 주류업계의 소비자관련 부서에 관련 부처에 같은 학교 출신 직원을 배치하는 경우도 확인한 적이 있다. 정부부처와 민간기업과의 업무협의 노력을 볼 수 있는 증거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류업계를 보건복지부의 ‘파랑새플랜’의 연석회의에서 언제부터인가 참석을 배제하였던 것이 생각났다. 정책의 자리에서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 결과는 무엇일까?

그런 일이 있은 후 몇 년이 지났을 때 매년 50억 원을 모아 알코올 의존증 예방치료사업에 지출하던 주류업계의 활동이 중단된 일이 생각난다. 그 일이 단순히 대화의 단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부처 간 소통이나 정부와 업계 간의 소통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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