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좋은 술 빚는 꿈이 있습니다”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

 

“대한민국 최고의 좋은 술 빚는 꿈이 있습니다”

술은 빚는 이의 혼이 들어가야 정말 좋은 술이 된다

 

 

홍승희 대표는 숨쉬는 술항아리를 찾아 나서 결국엔 좋은 항아리를 구해 술을 담가 보니 진짜 좋은 술을 담글수 있었다고 했다. “술을 빚는 사람은 술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통주를 빚는 사람은 화가나 조각가 못지않게 자신의 혼(spirit)을 불어 넣어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는 문경주조의 홍승희 대표가 술에 대해 갖고 있는 신념이자 철학이다.

문경주조의 ‘문희’는 홍승희 대표가 정성으로 빚어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통주다.

그런데도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해야 겠다는 생각에 집착하는 것처럼 홍 대표도 좀 더 좋은 술을 빚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홍 대표가 술을 빚으면서 깨 닳은 것은 술을 빚는 항아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좋은 유기농 햅쌀과 누룩, 그리고 맛 좋은 물로 술을 빚어도 항아리마다 맛이 제각각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홍 대표는 술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좋은 항아리 구하기에 나섰다.

2014년 가을 어렵게 찾아 낸 곳이 상주옹기(대표, 鄭大熙)였다. 점촌과 상주는 지척(咫尺)의 거리였지만 이제사 찾아낸 것을 후회할 시간도 없이 단숨에 달려가 보니 시중 옹기에 비해 모양이나 제작 방법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가격이 시중 항아리보다 세배나 비쌌다. 그래서 항아리 하나를 1백20만원이나 주고 사왔다.

이 항아리에 술을 담가서 숙성과정을 보니 종전 유약을 칠해서 제작된 항아리와는 차이가 있었고, 맛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홍 대표가 그동안 그렇게 찾았던 바로 그 술맛이었다.

 

‘문희주’가 숙성되고 있는 숙성실“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좋은 술을 빚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홍 대표는 다시 상주옹기를 찾았다. 정 대표에게 6~8말이 들이 항아리 100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정 대표는 힘이 들고 어려운 작업이라 거절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삼고초려(三顧草廬) 하는 마음으로 몇 차례 방문하고 제작을 간절히 원하자 정 대표는 왜 그리 항아리에 집착하느냐고 묻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홍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좋은 술을 빚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라고 설득을 하자 고수는 고수를 알라본다고 했던가. 홍 대표의 설득에 항아리 제작에 들어가 현재 30여개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상주옹기 정대희 대표는 홍 대표가 좋은 술을 빚겠다는 열정에 감명 받아 이왕이면 보통 항아리가 아닌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술독에 잉어를 새겨 넣고 뚜껑에는 거북이를 앉혀 놓았다. 잉어는 다산(효모가 잘 살라는 의미)의 의미이고, 거북이는 장수(술을 마시는 이가 장수)를 의미하고 있다고 한다.

상주시 이안면에 자리 잡고 있는 상주옹기(尙州甕器)는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8대째 가업으로 옹기를 빗고 있는 옹기장이다. 이곳은 찰흙의 질이 좋아 빗어 놓은 토기의 모양과 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옹기의 제작방식과 과정, 생산품의 종류나 조형성 등은 전통적인 옹기제작의 기본을 충실히 전승하고 있어 문경주조의 홍 대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홍승희 대표가 보물처럼 아끼는 술독. 잉어문양과 거북이 앉아 있다.홍승희 대표는 이 항아리들을 보물이라고 했다. 발효식품을 만드는데 기본이 항아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홍 대표는 “간장이나 술이나 모두가 발효 식품인데 광명단(光明丹) 같은 약을 넣어서 항아리를 만들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 보관도 어렵다. 그런데 상주옹기는 이런 약품을 이용하지 않고 전통방법만을 고수하고 있어 제작의 어려움도 있지만 시간도 많이 걸려 그야말로 항아리 자체가 예술”이라고 했다.

숨 쉬는 항아리로 빚어 낸 술이 바로 ‘문희’와 ‘문희주’다.

‘문희주’는 찹쌀로 빚은 청주(주세법상 약주)다. ‘문희주’는 주병부터가 독특하다. 4각 형태를 띤 것이 꼭 조니워커 같기도 하지만 라벨을 한지를 이용하여 고풍스러움이 배어나온다. 3양주 법으로 빚은 술은 숨 쉬는 항아리에서 100여일 숙성시킨 후 거른 술이 ‘문희(聞喜)’고, 문희를 다시 8개월여 동안 자연 침전 과정을 거쳐서 맑은 술만 병입을 한 것이 ‘문희주’다.

‘문희주’는 주도(酒度)가 13%인데 색깔은 약간 푸른 끼를 띤 호박색이라고나 할까. 코끝에 와 닿는 향부터가 남다르다. 은은한 향이 목넘기기를 재촉한다.

오랜 숙성과정을 거쳐서 일까. 참 부드럽다. 오랜만에 좋은 술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어 술 벗이라도 부르고 싶어진다. 세상에는 이렇다 할 술들이 지천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도 ‘문희주’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웬일일까.

홍 대표가 “술 빚기를 시작했다면 우리도 세계 어디엘 내놔도 손색이 없는 우리의 술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전통주를 빚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빚은 ‘문희주’는 출고가가 상당히 고가다. 그래서 아직은 서울의 일부 백화점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유기농 햅쌀만 고집하는 이유는 맛 좋은 술 때문

본지 187호(2014.10.25자)호에서도 소개 한바 있지만 주품명 ‘문희’는 문희경서(聞喜慶瑞)에서 따온 말이다. 문경 시청 본관 앞에 ‘문희경서(聞喜慶瑞)’란 비석이 서 있는데 이는 경북 문경시의 옛 이름이 ‘문희’였기 때문이다.

원래 문경은 과거 급제한 소식을 안동, 예천, 영주 등 뼈대 있는 가문으로 전하는 제1 관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경사스러우며(慶) 상서로운(瑞) 소식을 듣는(聞) 곳이라 하여 앞 두 글자를 따서 이곳을 ‘문희’라 했는데 주품명이 문희다 보니 영화배우 문희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한단다.

홍 대표는 “과거에 급제 한다는 것이 얼마나 경사스럽고 기쁜 일이었겠어요. 문경의 어원처럼 ‘문희’ 많이 드시고 계속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희망하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 대표는 술항아리 못지않게 쌀에 대해서도 무척 신경을 쓴다. 유기농 햅쌀에 비해 해묵은 쌀은 가격 면에서 차이가 많다. 술도가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원자재 가격을 낮추는 것이 경제 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농 햅쌀만 고집하는 것은 묵은 쌀과 유기농 햅쌀로 빚은 술은 고객들이 먼저 안다. 쌀이 조금만 이상해도 “왜 술맛이 이러느냐”고 항의가 온단다.

“생각해 보세요, 묵은 쌀로 밥을 지어보세요, 맛이 납니까. 유기농 햅쌀로 밥을 지으면 맛이 좋지요. 술도 매 한가지입니다. 유기농 햅쌀을 고집하는 이유는 좋은 술을 얻기 위함이지요”

유기농 햅쌀로만 술을 빚는 고집을 보고서 허시명 교장(한국막걸리학교)도 “그렇게 고집부리다간 적자 나서 술도가 문 닫겠다”고 걱정을 했다고 술회(述懷) 하면서 “그래도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홍 대표는 “요즘 농촌경기가 어렵습니다. 풍년이 든 해는 쌀이 넘쳐납니다. 우리 같은 양조장들이 쌀 소비를 해줘야 지역 경제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문경주조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뿐만 아니라 오미자 농가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자체적으로 생산 하는 오미자로는 오미자막걸리 생산에 미치지 못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미자를 구매한다.

특히 문경주조가 위치한 문경시 동로면은 전국에서 오미자 생산지로 유명하다. 일교차가 심한 이곳은 지리적으로 오미자 생산에 적합하여 전국 오미자 생산의 절반정도가 문경에서 생산되고 있을 정도다.

문경주조는 이 같은 오미자를 이용한 오미자 막걸리를 개발하여 지역민은 물론 전국에 오미자막걸리 공급에 앞장서고 있다.

오미자막걸리가 공급되기 전만 해도 과실을 첨가한 술을 빚을 수 없었는데 홍승희 대표가 끈질기게 노력한 덕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 문경주조는 과실이 첨가된 막걸리 1호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문경주조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다

지난 해 7월19일 경북도는 문경주조와 명인안동소주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부터 해마다 전국 양조장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양조장’을 선정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양조장을 지역 명소와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환경개선, 품질관리, 체험프로그램 개선, 홍보 등을 종합 지원하는 사업으로 농촌지역 양조장을 대상으로 농업과 연계성, 시설 역사성, 지역 사회와 연계성, 술 품질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전통주 산업을 6차 산업화하여 국내 농산물 수요 확대 및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전통주의 저변을 확대하여 판로 확대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선정하여 전통주 생산에서 관광체험까지 연계된 복합공간으로 개발 지원한다.

전국에서 문경주조를 찾는 탐당객은 줄을 잇고 있다.문경주조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기 전에도 전통식 황토방 양조시설을 구비해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선정을 계기로 체험프로그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문경주조 인근에 몇 채의 펜션이 생겨 숙박문제가 해결되므로 서 숙박 체험프로그램도 가능해졌다.

사실 수도권에서 문경주조로 가는 여정은 녹녹치 않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손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술도가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음주운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문경주조에서 술 담그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집에서도 술을 담가 먹을 수 있다. 내가 빚은 술을 한 잔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설례는 일이 아닌가.

특히 문경주조가 터 잡고 있는 부근 산에서는 자연산 송이와 능이버섯이 많이 난다. 능이와 송이버섯으로 끊인 매운탕(소자, 3만원)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돌마리식당에서 반주로 ‘문희주’를 곁들여 보자.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가.(표지 사진과 탐방 사진 등은 막걸리학교가 제공 한 사진입니다)

<동로면 현지에서 김원하 기자>

문경주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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