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
(중국 李白 詩 해설집) (1)
차동영 교수위원(한국관광공사) 저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
저자의 사색 : ‘이백 시 33수 소개의 변(辯)’
이번에 당시, 그 중에서 시선 이백의 시 33편을 책으로 묶어 소개하고자 붓을 들었다. 이 책은 애초부터 학문적인 접근이 목적은 아니었다. 대중이 당시를 쉽게 접근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부터 비롯됐는데 시작이 순탄치는 않았다. 대중을 위함이 과연 어디까지일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매우 어렵고 갈수록 궁핍해지는 상황에 처해있는 듯하다. 국내외 경기는 극도의 침체기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고 더구나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이 이미 탄핵이 되었는데 내적인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으로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외적인 문제는 미국과 중국 양국 간에 샌드위치로 끼어있어 좀처럼 풀기가 힘든 지경이다. 현실적으로 국방은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의 상호 의존성이 깊은 관계로 양자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특히 중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중 간 외교문제는 정부의 몫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양 국민 간의 상호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되는 문화 및 인적 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존중하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필자는 그런 관점을 이 저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중화 문화가 자랑으로 여기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의 요리로, 중국요리는 서양의 프랑스 요리와 더불어 세계 요리계의 양대 산맥을 이룰 정도다. 또 하나는 중국의 시를 꼽을 수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꼽고 있는 것은 동양문학사의 중심인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시경(詩經)』 이래 이어져 내려온 당시다. 당시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다.
거기에서도 가장 찬란한 꽃을 피운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를 소개함으로써 시가의 진수를 알리고자 했다. 그와 더불어 떠오르는, 아니 실질적으로 지구촌에서 그 영향력이 점차 거대화될 중국 문화 및 중국에 대해 정보를 구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중장년층의 당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이 저서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에 들어갔다. 마침 중국 사천성에서 관광 관련 공직에서 근무하며 당시 300수를 배울 기회가 있어 3년간 독파한 것이 인연이 되어 용기를 낼 수가 있었다.
현재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기층민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산층이라 불리는 샐러리맨, 즉 월급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조차도 참 재미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암울하기만 한 걸까. 2017년 신년이 되어서도 과연 이런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특히나 시국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오늘날과 같은 갈등과 반목의 시대에 환경이 갈수록 오염되는 만큼 인간도 자꾸만 비인간화로 황폐해가는 현실에서 인간성 회복을 바라는 마음은 더더욱 요원하기만 한 걸까. 필자의 바람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하루를 살더라도 잠시나마 여유와 멋을 향유할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달빛과 더불어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는 상상은 틀림없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현실 속에서 가려진 상상이 실제로 나타나게 된다고, 그러니 계속해서 혹은 끊임없이 꿈을 꾸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백처럼 풍부한 상상력과 낙천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여유 있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단 하루를 살더라도 따뜻한 심성을 갖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현대 문명의 이기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어떻게 본 저서의 당시를 쉽게 이해하고 즐기고 받아들이도록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번역은 창작이라는 말이 있다. 옳은 말이다. 세계적인 명곡 <베토벤 9번 교향곡>은 베토벤이 작곡을 했지만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곡은 완전히 달라진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이 연주하는 것과 대학교 피아노학과 2학년 학생이 연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번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시는 이백이 1,500년 전에 썼지만 현대에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독자 여러분께서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옛날 시의 번역이란 워낙 주관적 자아의 견지에서 이뤄지고 또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인상의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프롤로그:당시의 꽃 이백의 시 세계 오디세이
동양문화예술사의 모태는 한문이다. 한문은 중국인이 창조해 낸 고유문화다. 동양문화예술은 한문이 낳은 인류문화예술의 아름다운 꽃이다. 그 중심에 시경(詩境)이 있다. 중국문화예술사 중 시경을 가장 찬란하게 꽃피운 나라는 당나라다. 당나라는 시의 나라라고 일컬을 정도로 세기적인 시인들이 출현했다. 시선·적선·주선·시협 등으로 불리는 이백, 시성·시사로 불리는 두보, 시불·인선으로 회자되는 왕유, 그리고 시귀로까지 불리는 이하를 당시의 사걸이라 부른다. 이외에도 시호 유우석, 시승 교연, 맹교 등 시로 시작되는 별칭을 가진 시인 외에도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당나라와 친교를 맺은 신라에선 소위 3최로 유명한 최치원, 최승우, 최연위 등이 그들이다. 최승우와 최연위는 당나라 빈공과에 합격했으며 최치원 역시 빈공과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시의 나라 당에서도 인정받은 인재가 됐다. 하지만 정작 고국인 신라에 와서는 귀족이 아니라는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여 인물에 비해 큰 활동을 하지 못했다. 당나라의 사걸로 일컫는 이백, 두보, 왕유, 이하 역시 실력에 비해 사회 활동은 낮은 계층에서 하는 등 이방인으로 삶을 마치는 불운한 역경에서 절창(絕唱)의 시들을 창작했다. 그들의 시는 중국문화예술사의 황금시대를 열어 불우했던 삶의 에너지가 시로 탄생해 역사에 영원히 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했다. 전공 덕으로 중국에서 10여 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 한문의 나라에서 사회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를 접하게 됐으며 그 중에서도 이백의 시에 빠지게 됐다. 이백은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이름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 도끼로 찍어내어 /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 천년만년 살고지고
중국은 유교의 본 고장이기도 하다. 성리학이 탄생해 고려를 거쳐 조선에 와서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 소위 조선 성리학이 그것이다. 이처럼 대륙에서 발원한 문화와 예술은 삼천리 금수강산의 조선에 들어오면서 심화되어 새로운 경지로 발전하고 진화했다. 성리학과 문자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실제 사용 한자는 3,500~4,000자로 추정되고 있으나 1986년 한어대자전(漢語大字典) 집계엔 무려 91,019자로 나타났다. 5,000년 역사에서 끝없이 발전 및 진화한 것이다.
중국엔 남성 시인이 참으로 많다. 국토가 광대하고 인구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여서 뛰어난 인재들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됐다. 남성시인 뿐만이 아니라 여류 시인도 상당수 등장했다. 매비와 설도, 이청조를 꼽을 수 있다. 이에 조선에선 황진이와 허난설현 그리고 이옥봉을 데뷔시키려 한다. 매비, 설도, 이청도도 당시 여타 여인들이 넘볼 수 없는 위치에서 활동을 했다. 조선의 황진이, 허난설현, 이옥봉도 그러했다. 허난설현과 이옥봉의 시는 중국에서 먼저 출판이 되어 역수입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의 나라답게 천재 여류들을 본국보다 먼저 알아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가 당시 중에서도 이백의 시에 매료된 것은 그의 호방하면서도 거침이 없는 필치 때문이다. 한국에선 도올 김용옥을 견줄 수 있지 않을까? 도올의 무불통지(無不通知) 의 학문 세계와 막힘없는 자기표현이 이백의 기질과 흡사하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뜨겁고 차가운 세파에 달구어진 가시나무 새의 노래처럼 어눌하지만 부드러운 용기로 붓을 들었다.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니지만 한 번은 불러봐야 가슴 속 깊이 웅크리고 있었던 아리랑이 우렁차게 불릴 것이다.
<다음호 계속>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