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 컵 별자리 신화<中>
마침내 까마귀는 샘 근처에서 물뱀 한 마리를 잡아 물 컵과 함께 신에게 가지고 돌아왔다. 까마귀가 늦은 이유를 물뱀에게 돌리려고 하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아폴로 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들 셋, 즉 까마귀, 물뱀, 물 컵을 모두 하늘로 집어 던져 버렸다. 그래서 물뱀(Hydra)은 하늘에서 물 컵(Crater)을 보호하게 되었고, 불쌍한 까마귀는 죄의 대가로 물 컵을 옆에 놓고도 갈증을 풀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새들과 달리 까마귀만이 그의 어린 새끼에게 물을 날라다 줄 수 없는 이유라고 한다.
이 외에도 이 까마귀는 대홍수 때 노아가 날려 보낸 갈까마귀(Jackdaw)로 쉴 곳을 찾지 못해 물뱀 위에 내려 앉아 있다고 한다. 사십일을 지나서 노아가 그 방주에 지은 창을 열고 까마귀를 내어 놓으매 까마귀가 물이 땅에서 마르기까지 날아 왕래하였더라”(창세기 8장 6~7절). 노아가 비가 멈춘 후에 물이 모두 빠졌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까마귀를 내 보내었는데에도 불구하고 까마귀는 홍수로 인하여 죽은 물고기와 같은 동물들의 시체를 먹는 일에 팔려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였던 것을 상징하여 홍수 이후에 가장 처음으로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서 벗어난 사건(Hamartia)에 되어 죄악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윤색된 이야기라고 하겠다.
차치하고 까마귀별자리 동쪽으로 ‘컵의 별자리’가 있다. 이를 ‘술잔 자리’라고도 한다. 모양은 정말 그럴듯한 별자리인데 워낙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 찾아내기가 어려운 별자리이다. 두 개의 별무리 중 좌측에 있는 사다리꼴은 3등성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양만으로는 전혀 어떤 별자리인지 알아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옛 사람들은 이것을 까마귀의 별무리로 보았다.
별들이 놓인 형태에서 그렇게 보았다기 보다는 그 아래에 있는 바다뱀자리의 신화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사다리꼴의 아래에 보이는 α별 알 키바(Al chiba)가 까마귀의 부리에 해당하고 그 왼쪽의 β별이 까마귀의 다리에 해당한다. 까마귀자리의 우측에 있는 별들은 그 모습에서 보는 것과 같이 트로피나 술잔을 연상시켜 준다. 컵자리는 천상의 술잔을 상당히 그럴듯하게 나타내고 있기는 하지만, 컵의 그릇부분에 해당하는 별들이 모두 어두운 5등성이어서 쉽게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바다뱀자리를 커다란 강으로 본다면 컵자리의 아래 부분에 해당하는 사다리꼴의 별들은 강을 따라 내려가는 작은 배의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 두 별자리 모두 처녀자리(Virgo)의 스피카(Spica) 서쪽에서 바다뱀자리(Hydra)의 등을 타고 뭉쳐이어 스피카를 기준으로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까마귀자리’가 더 쉽게 눈에 들어오므로 이것을 먼저 찾고 그 동쪽에서 컵자리를 찾는 것이 순서적으로 좋다. 북두칠성에서부터 아크투루스(Arcturus, αBoo)를 거쳐 스피카로 내려오는 봄철의 대곡선(the great spring curve)은 봄의 별자리를 찾는 데는 가장 좋은 길잡이이다. 이 대곡선을 스피카에서 남쪽으로 약 15도 정도 더 연장하면 까마귀자리가 나타난다.
까마귀자리와 무관하게 컵자리를 찾는 방법으로 사자자리(Leo)의 뒷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자의 둔부에 해당하는 제타(ζ)별과 엡실론(ε)별을 이어 그대로 남쪽으로 내려오면 바다뱀자리 바로 위에서 컵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까마귀자리의 네 개의 3등성 베타(β), 감마(γ), 델타(δ), 그리고 엡실론(ε)이 만드는 사다리꼴은 그 모양이 범선에 다는 돛과 비슷하여 ‘돛대별(the Spanker Sai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철의 어두운 남쪽하늘에서 외롭게 떠 있는 이 사변형의 바라볼 때면 긴 강을 따라 작은 돛단배 하나가 홀로 떠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돛의 윗부분은 γ별과 δ별을 이어 펼치면 처녀자리(Virgo)의 α별 스피카에 이르게 된다. 어떤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까?
‘컵자리’ 또는 ‘술잔자리’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있어 온 별자리지만 컵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참 구구하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us)의 술잔’이라고도 하고, 또는 ‘아폴로(Apollo) 신의 술잔’이라는 말도 있다. 콜키스(Collcis)의 왕녀 메데아(Medea)가 악마의 약초 즙을 따른 잔이라고도 하고, ‘노아(Noah)의 포도주잔’이라고도 한다. 이 외에도 컵의 주인으로 이야기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티로스(Saturos)는 ‘사티에르(Satyr)’라 하기도 하는데, 얼굴은 사람의 모습이지만 머리에는 작을 뿔이 났으며,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인반수이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으로서 디오니소스 숭배를 상징하는 지팡이나 술잔을 든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신 ‘베스(Bass)’가 원형이라는 설도 있으며,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Faunus)’와 동일시된다. 요정 ‘실레노스(Silenos)’ 그리고 디오니소스를 수행하는 여자들인 ‘마이나데스(Maenades)’와 함께 디오니소스의 주연에 참가하였다. 장난이 심하고 주색을 밝히는 무리들로서 영어에서 ‘호색한’을 뜻하는 ‘사티릭(Satyric)’은 ‘사티로스(Saturos)’에서 파생된 낱말이다. 이들의 저급하고 익살스러운 성격을 본떠서 ‘사티로스(Saturos)’극으로 발전되었다.
(사티로스와 님프)
다음 그림의 좌측 술잔은 기원전 520년경에 빚어진 술독이다. 헤라 때문에 올림포스 산에서 쫓겨 난 헤파이스토스가 당나귀를 타고 올림포스 산으로 돌아가고 있다. 암포라(Amphore) 앞뒤에 두 눈을 그려 넣어 얼굴처럼 표현했다. 반대쪽 면에는 헤파이스토스를 올림포스 산으로 인도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 술잔은 기원전 6세기경에 빚어진 술잔이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술잔을 건네고 있는 장면이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왼쪽 끝에 서 있다.
<다음호 계속>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남대 교수▴중앙대학교 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도서관협회장▴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