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과 푸른 물로 빚어낸 명품 막걸리 맛은 어떨까?

‘思美人酒’ 빚는 (주)청산녹수 金鎭萬 대표

 

푸른 산과 푸른 물로 빚어낸 명품 막걸리 맛은 어떨까?

청산녹수, 문화적 공간으로 접합해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靑山은 내 뜻이오 綠水는 임의 情이로다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 손가.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면서 가는가.

 

조선 최고의 명기(名技)이자 송도삼절(松都三絶) 중 하나인 황진이(黃眞伊)가 지은 ‘청산은 내 뜻이’란 시조의 초장부분이다. 푸른 물처럼 흘러가버리는 임이라 하더라도 자신은 푸른 산처럼 변치 않을 것이라며 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 시조다.

 

마을 한 가운데 방울샘 물맛에 반해 양조장 세워

폐교된 장성북초등학교 자리에 세운 청산녹수전남 장성 땅에 터 잡고 있는 ‘청산녹수’를 찾아 가면서 황진이를 떠 올린 것은 아마도 양조장 상호가 주는 이미지 때문이었으리라.

1971년 장성댐이 준공되어 마을이 수몰되기 전만 해도 이곳 백계리는 읍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큰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한 갓 촌락에 지나지 않는다. 초등학교로 명맥을 유지하던 장성북초등학교는 결국 1998년 폐교에 이른다.

10여년 방치되어 있던 이 학교를 불하 맡아 ‘청산녹수’란 상호로 양조장을 세운이가 金鎭萬(60) 교수다. 현재 (주) 청산녹수의 대표인 김 교수는 전남대학교 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이면서 전남대학교 전통양조과학기술연구소 소장도 겸하고 있는 인물이다.

– ‘청산녹수’란 양조장 이름이 멋스럽고 문학적이다. 누가 작명 했는가?

“제가 지은 것이다. 이 곳 장성은 산도 푸르지만 물맛 좋기로도 유명하다. 물과 관련된 기업들이 많은 것도 물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을 ‘청산녹수’로 지어 놓고 보니 황진이 시조에 나오는 청산녹수가 떠오른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다.

-김 대표의 억양이 이 곳 말씨와는 다르다. 고향은?

“인천이다. 연세대(식품공학과) ROTC 장교로 이곳 상무대에서 보급 장교로 2년 간 복무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이곳에 터 잡고 산지도 벌써 25년에 이른다. 사실 전공도 살리고 좋아하는 술도 담가 먹어야 갰다는 생각으로 장성 땅 여러곳을 찾던 중 이 폐교를 발견하고 구입했는데 건물을 새로 짓는 것 못지않게 수리비용이 더 든 것 같다.”고 푸념을 털어 놓는다.

김 대표가 이곳에서 양조장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이 마을에 방울샘이 있는데 정말로 물맛이 좋다고 했다. 술맛은 물맛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뻗침증’ 때문에 양조장 만든 김진만 교수

김 대표는 군 제대 후 미국에서 10여간 생활하면서 미생물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시간 나면 미국 각 지역의 와이너리를 두루 방문할 기회를 가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이너리에 와서 와인도 빚기도 하고, 포도 농장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하는 등 와이너리가 훌륭한 관광 상품화 될 수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았다고 했다.

이런 것이 계기가 되어 귀국해서 술관련 서적들을 탐독했고, 우리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도 미국의 와이너리처럼 술빚는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하는 염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술을 만드는 기본 자료인 누룩도 김 대표가 전공한 미생물공학 분야여서 자연스럽게 누룩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오늘 날 청산녹수를 세우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00년도에는 환경미생물, 생물농약, 농업미생물 등으로 유명한 1세대 바이오 기업에서 창립멤버로 참여하여 200억 투자를 이끌어 내는 등 미생물관련 사업에서는 유명세를 탄 학자이다. 전남이 바이오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전남생물산업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김진만 교수를 삼고초려로 소장으로 초빙할 만큼 미생물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낸 김 교수는 그래도 내가 진짜하고 싶은 양조장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대표의 부인이 김 대표에게 ‘뻗침병환자’라고 할 만큼 김 대표는 한번 마음먹은 일은 무조건 도전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자평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뻗침증이 조금씩은 있을 듯싶다.

그러다가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돼 교수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금의 양조장 터는 폐교로 10여 년간 방치 되어 있던 것을 2009년에 구입했다. 학교 부지를 구입하기 위해선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든가 주민복지시설이나 농업생산시설로 활용할 경우, 문화예술 또는 문화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사회복지 시설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등인데 김 대표의 이에 해당돼 학교부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운영자금은 지인 등 26명에게 투자를 받아 현재 자본금 10억 원이 되었지만 투자자들에게 아직 이익배분은 하지 못해 미안하단다.

 

처음 출시한 술이 ‘사미인주(思美人酒)’ 였다

5천여 평에 달한 폐교에는 건물 두동이 들어 있지만 건설된 지 오래돼 낡고 헐어 이를 전부 보수해야 했다. 김 대표는 직접 페인트칠도 하고 용접도 하는 한편 양조장 시설도 설치해야 했다. 일부는 구입도 하고 일부는 직접 설계해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누룩 성형 틀은 기름을 짜던 기계를 변형시켜 사용하고, 고두밥을 찌는 가마를 활용하여 스팀식 증류주를 개발한 것은 전부 김 대표의 아이디어다.

이를테면 현재 대부분 양조장들이 증류식 소주를 내리기 위해서는 직화식이나 중탕식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는데 반해 김 대표는 단돈 100만원으로 스팀식 증류장치를 만들어 소주를 내리고 있다.

2009년 벤처기업으로 지정받고, 자동화 제조설비를 구축한 후 2010년에 주류제조업 면허를 받아 첫 출시한 술이 사미인주(思美人酒)였다.

김 대표는 주명(酒名)을 ‘사미인주’라고 정한 것은 “‘사미인주’는 선조 때 문헌 지봉유설에서 아름다운 젊은 아낙들이 입으로 씹어 뱉은 생쌀로 담근 술에서 유래된 미인주(美人酒)의 유래와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에 임(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는 술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미인주는 장성 산 유기농 쌀을 100% 사용하여 제조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로, 장성 문화상품으로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2015년 12월에는 도지사 품질인증도 획득하고 전남도는 남도 전통술로 장성 ‘사미인주’를 선정하기도 했다.

‘사미인주’가 전남지역에서 인기를 끌지만 수도권에서는 맛보기 힘든 것은 살균처리를 하지 않은 생막걸리이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형상화한 호리병 모양의 주병은 술 이름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주병의 치마부분에는 김홍도의 미인도가 새겨져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차 때문에 현장에선 눈으로만 마셨던 사미인주를 저녁 밥상에 반주로 마셨다. 깔끔하면서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는 맛이 여인의 손길 같다. 역시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는 생각을 했다.

 

현대 과학이 접목된 전통누룩 띠워 술을 빚는다

사미인주를 비롯해서 생탁주, 꿀 막걸리 등은 김 대표가 직접 빚은 누룩만 사용한다. 누룩은 앉은뱅이 밀을 주 원료로 하여 여기에 녹두와 쌀, 보리 등을 넣어 빚는데 숙성과 건조 과정을 거쳐 양질의 누룩만 사용하는데다가 인근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을 사용하니 별도의 첨가제를 넣지 않아도 술맛이 좋은 것이다.

김 대표는 조선시대 문헌인<사시찬요초(四時纂要抄)>을 비롯해서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 등 문헌과 현대 과학의 미생물학을 접목시켜 독특한 누룩을 생산하고 있다.

장성의 좋은 물과 유기농 햅쌀, 그리고 과학적으로 생산된 누룩으로 술을 빚으니 술맛이 좋은 것은 당연 한 일이겠다.

김 대표는 전통주의 맛과 정체성을 담당하는 ‘누룩’에 초점을 둬 ‘스마트 누룩 발효 방’을 구축해 전국의 발효 및 전통주 연구 유관기관에 보급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생산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영국이나 프랑스, 중국, 일본 등은 나름대로 자기 나라 술이라고 내놓을 수 있는 술이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술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물론 고집스럽게 복원된 전통주만이 우리의 고유한 술이라고 하는 데는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의 전통주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테고 싶어 사미인주를 출시하고 있는데 계속 업그레이드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대량 생산으로 상업적인 측면서 많은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전통주를 빚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맞는 말이다.

그래서 사미인주는 장성 산 유기농 햅쌀만을 사용하고 항산화 기능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벌꿀’을 첨가해 저온숙성 시키고 있다. 합성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효모가 살아 있는 생탁주로서 이중숙성발효과정을 거쳐 천연 탄산 맛이 일품이며 숙취, 두통, 불쾌한 냄새가 없는 고품격 프리미엄 명품주다.

김 대표는 “사미인주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각국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최고의 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사미인주:生탁주·알코올 8%·750㎖·개방전후 냉장보관(0~10℃)

▴生탁주:탁주·알코올 6%·750㎖

▴꿀 막걸리:알코올 6%·750㎖·천연벌꿀 2% 함유

 

청산녹수 6월에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

김 대표는 학교 건물의 공간을 술 주조공장 이외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막걸리 제조 과정을 오픈하고 교육장소 및 막걸리문화를 느낄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지원하여 지난 6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자체의 추천을 받은 양조장을 대상으로 농업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역사성 등의 기준에 적합한 양조장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산녹수는 농촌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를 겪는 농촌학교를 양조장과 교육·실습 공간으로 바꿔 복합형 6차 산업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새로운 지역 문화관광자원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데 안성맞춤이 되었다.

김 대표는 학교 건물을 양조장으로 사용 하고 남은 다른 건물을 실습장으로 활용하고, 수도권 우리 술 교육기관과 연계해 1박2일의 체류형 교육 양조장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학교 부지 내에서 운영되는 도자기 공방인 ‘창 아트’와 협업해 ‘예술옹기를 활용한 전통발효주 제조’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공간이 넓은 관계로 술을 직접 담가본 후 자신만의 전통주를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셀러’, ‘키핑’ 기능을 추가한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청산녹수 초입의 ‘항 아트’는 전통주 빚는데 필수 전통옹기 빚어

전국에서 전통방식으로 옹기를 굽는 도예(陶藝)가 드문데 청산녹수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항 아트(대표 정희창, 45)’는 전통방식 그대로 옹기를 굽고 있어 전통주를 빚기 위해 옹기를 찾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정희창 작가는 전남대학교 공예전공 및 단국대학교 일반 대학원 도예학과 졸업했다. 어렸을 적엔 화가가 꿈이었다가 1997년 학과 수업 중에 오향종 선생님의 대형 옹기 제작하는 모습에 반해 옹기장이가 되어버린 옹기작가다. 그동안 광주에서 옹기를 빚었는데 임대료가 비싸서 이곳으로 이주해온 것. 그러다 보니 전통주와도 인연이 깊어 전국의 양조장에서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지체 높은 분이나 서민들 모두가 ‘청산녹수 막걸리’ 좋아요!

2010년 10월 23일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전남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의 고향인 장성에 들러 주민 환영회에 참석했을 때 마신 술이 ‘사미인주’라고 했다.

막걸리 애호가인 현 이낙연 총리도 국회의원 시절이나 도지사 때 청산녹수를 자주 찾아 막걸리를 마셨다고 한다.

청산녹수는 그 만큼 지체 높은 분들이나 서민들이 즐겨 찾는 술이다.

특히 청산녹수가 주문방식으로 빚고 있는 ‘꿀 막걸리’는 우리술연구센터의 막걸리 전용효모로 발효제조한 생탁주로 미생물 제어 기술(특허기술)로 빚고 있는데 독특한 맛이 새롭다.

또 ‘365생탁’은 전남대학교 양조과학기술연구소와 (주)청산녹수가 공동개발 특허기술로 빚어 만든 고급형 대중 생막걸리로, 건강과 미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양물질을 포함하는 현미를 사용해 발효시켜 만든 것이 특징이다.

겸손한 말인가. 김 대표는 “세월이 흐를수록 술 담그는 일이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고수로 가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