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39) 溫故知新
소주 내리기의 정석…노주이두방(露酒二斗方)
‘노주이두방(露酒二斗方)’이란, 술을 빚는 데 사용되는 쌀의 양이 이두(二斗)가 사용된 데서 유래한 주품명이다. 자칫 “소주가 2말 난다(얻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 주방문으로 술을 빚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술의 양은 기껏해야 7되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든 ‘노주이두방’이란 주품은, 조선시대 농경종합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1716년간 <산림경제(山林經濟)>의 기록을 시작으로, 이를 증보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그리고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와 <해동농서(海東農書)>, <농정회요(農政會要)>에서 그 주방문을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문헌이 모두 한문본의 농업전문서적이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반가의 여성이 아니면 일반 주부나 일반인이 ‘노주이두방’이란 주품의 주방문을 해석, 민간에서 이를 가양주로 하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노주이두방’이란 주품이 <산림경제>를 비롯한 몇몇 한문 기록의 문헌에만 등장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노주이두방’이란 주품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산림경제>의 주방문을 보면, “멥쌀과 찹쌀 각각 1되씩을 물에 담가 가루로 만들고, 고운 누룩 9되에 끓는 물 8말을 치면 섞어 빚을 만하다. 사흘이 지나거든 찹쌀 2말을 쪄서 식은 뒤에 술밑에 첨가하면 7일 만에 소주를 고아 내릴 수 있다. 위의 물은 11~12차례 바꾸면 맛이 순하고, 8~9차례 바꿔주면 맛이 극히 독하다. 땔감은 참나무 및 보릿짚, 볏짚 등을 써서 쌌다 끄느름(꺼질 듯 약하게)했다 하는 일 없이 일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노주이두방’의 주방문을 분석하여 보면, 밑술은 범벅을 만들어 빚는데, 쌀 2되 분량에 대하여 물 8말과 누룩 9되가 사용되고, 덧술은 찹쌀 2말을 고두밥을 쪄서 합해 넣는다. 그리고 소주를 내릴 때 불의 세기를 조절하기 쉽도록 보릿짚이나 볏짚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61년이나 지난 후에 <산림경제>를 증보한 1767년간 <증보산림경제>를 보면, 술을 빚는 과정은 동일하면서도 술 빚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8되로 급격히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로부터 57년 후의 1823년간 기록인 <임원십육지>에는 다시 <증보산림경제>의 주방문을 그대로 수록하고 있다. 그러다가 1799년간 <해동농서>와 1830년간 <농정회요>의 기록에는 <증보산림경제>의 주방문이 그대로 옮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임원십육지>는 <산림경제>의 기록을 토대로 하고, <해동농서>와 <농정회요>는 <증보산림경제>의 가록을 인용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노주이두방’은 두 가지 방문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며, ‘노주이두방’이란 주품명은 최초의 기록인 <산림경제>의 주방문에 따른 주원료의 양, 곧 덧술의 쌀 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노주이두방’을 빚는 데 따른 유의사항이나 그 특징은 특별하다고 할 것이 없으나, 덧술의 발효기간을 7일 이내로 끝내도록 하는 것인데, 다시 말해서 끓어오르던 술밑이 잦아들면 바로 증류를 해야 ‘노주(露酒)’의 수율이 높아진다는 사실만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방문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물은 11~12차례 바꾸면 맛이 순하고, 8~9차례 바꿔주면 맛이 극히 독하다.”고 하였듯이 냉각수 교환을 자주 해주어서 증류 시 백탁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또 “땔감은 참나무 및 보릿짚, 볏짚 등을 써서 쌌다 끄느름(꺼질 듯 약하게)했다 하는 일 없이 일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서처럼 불의 세기를 일정하게 잘 조절하여 노주에서 탄 냄새(누룽지 냄새, 이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산림경제>와 <해동농서>에 수록된 ‘노주이두방’의 주방문대로 술을 빚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노주’의 양은 원주의 30% 정도인 7되 정도로, 알코올 도수는 대략 30%를 조금 넘는다. <산림경제>와 <해동농서>의 ‘노주이두방’에 대한 주질에 대해서는 논하기 주저된다. 썩 좋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증보산림경제>와 <임원십육지>, <농정회요>에 수록된 ‘노주이두방’의 주질이 훨씬 뛰어난데, ‘노주’의 양은 원주의 35% 정도인 7되 정도이나 알코올 도수는 대략 38%를 조금 넘었으며, 특히 단맛과 함께 부드러운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상의 문헌들에 수록된 ‘노주이두방’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술의 저장성을 높이고 취흥을 한껏 살릴 수 있는 ‘소주’의 증류방법에 대한 정석을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수많은 문헌들 가운데 유독 ‘소주’ 제조법에 대하여 상세한 기록이 등장하지 않는 까닭은, ‘소주’가 주종을 구분하는 기준이지, 주품으로서의 특정한 주방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에 이견이 없으면서도 소주 증류법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엿볼 수 있는 주방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 노주이두방 <농정회요(農政會要)> <산림경제(山林經濟)>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술 재료▴밑술:찹쌀 1말, 멥쌀 1말, 누룩가루 9되, 끓인 물 8되▴덧술:찹쌀 1말
▴밑술:①찹쌀 1말, 멥쌀 1말을 섞어 (백세 하여) 물에 담가 윤이 나게 불렸다가 (다시 씻어 물기를 뺀 뒤) 작말한다. ②(솥에 물 8되를 넣고 끓여 쌀가루에 합하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범벅을 쑨 뒤, 말갛게 익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식은 죽에) 누룩가루 9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윤이 나게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소주 내리기:①솥에 불을 지피고 (물 2사발을 붓고 끓이다가, 술 2사발을 붓고 끓인다. 술 4사발을 솥에 붓고 저어준 뒤, 끓으면 다시 술 8사발을 붓는 방법으로 술을 다 안친 후, 소줏고리를 얹고, 소줏고리 위에 냉각수 그릇을 얹고, 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 그릇의 틈새를 소줏번을 붙여 막는다. 소줏고리 귀때 밑에 수기를 받쳐놓고, 참나무나 보릿짚으로 불을 때되, 불을 알맞게 조절하여 소주를 받는다.) ②냉각수 그릇에 물을 채우고, 물이 따뜻하면 즉시 퍼내고 다시 찬물을 갈아주길 12차례 하면 그 맛이 평순하고, 8~9차례 하면 맛이 아주 독하다. *주방문 말미에 “소주를 뽑을 때 참나무나 보릿짚으로 불을 때되 불의 세기를 일정하게 한다.”고 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는 밑술의 쌀이 각 1되씩으로 본 방문과 차이가 있다.
<露酒二斗方> 粳米粘米各一升沈潤作末細麯九升湯水八斗加之亦可交釀作本過三日 粘米二斗浸潤蒸飯待冷 與本合釀.七日後燒出而易上水十二次則其味平順八九次則味極烈燒時用眞木或麥稈藁等火勿使緩急.
◈ 노주이두방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술 재료 ▴밑술:찹쌀 1되, 멥쌀 1되, 누룩가루 9되, 끓는 물 8되▴덧술:찹쌀 2말
▴밑술:①찹쌀 1되와 멥쌀 1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작말한다. ②솥에 물 8되를 넣고 끓여 쌀가루에 합하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범벅을 쑨다. 쌀가루가 말갛게 익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식은 죽(범벅)에 누룩가루 9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소주 내리기:①솥에 불을 지피고, 물 2사발을 붓고 끓이다가, 술 2사발을 붓고 끓인다. ②술 4사발을 솥에 붓고 저어준 뒤, 끓으면 다시 술 8사발을 붓는 방법으로 술을 다 안친 후, 소줏고리를 얹고, 소줏고리 위에 냉각수 그릇을 얹는다. ③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 그릇의 틈새를 소줏번을 붙여 막는다. ④냉각수 그릇에 찬물을 채우고, 소줏고리 귀때 밑에 수기를 받쳐놓는다. ⑤참나무나 보릿짚 등으로 불을 알맞게 조절하여 소주를 받는다. ⑥냉각수 그릇의 물이 따뜻하면 즉시 퍼내고 다시 찬물을 갈아주길 11~12차례 바꾸면 맛이 순하고, 8~9차례 바꿔주면 맛이 극히 독하다.
<露酒二斗方> 粳米粘米各一升沈潤作末細麴九升湯水八升和釀過三日. 糯米二斗浸潤烝飯待冷與本合釀七日後燒之易上水十二次則其味平順八九次則味極. <四時纂要補>.
◈ 노주이두방 <해동농서(海東農書)>
◇술 재료▴밑술:찹쌀 1되, 멥쌀 1되, 누룩가루 9되, 끓인 물 8되▴덧술:찹쌀 2말
▴밑술:①찹쌀 1되, 멥쌀 1되를 섞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물기 뺀 뒤) 작말한다.②솥에 물 8되를 넣고 끓여 쌀가루에 합하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범벅을 쑨 뒤 (말갛게 익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식은 죽에) 누룩가루 9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4.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소주 내리기:①솥에 불을 지피고, 물 2사발을 붓고 끓이다가, 술 2사발을 붓고 끓인다. ②술 3사발을 솥에 붓고 저어준 뒤, 끓으면 다시 술을 붓는 방법으로 술을 다 안친 후, 소줏고리를 얹고, 소줏고리 위에 냉각수 그릇을 얹고, 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 그릇의 틈새를 소줏번을 붙여 막는다. ③냉각수 그릇에 찬물을 채우고, 소줏고리 귀때 밑에 수기를 받쳐놓고, 참나무나 보릿짚으로 불을 알맞게 조절하여 소주를 받되, 첫술 1컵 정도는 버린다. ④냉각수 그릇의 물이 따뜻하면 즉시 퍼내고 다시 찬물을 갈아주길 12차례 하면 그 맛이 평순하고, 8~9차례 하면 맛이 아주 독하다.
<露酒二斗方> 粳米粘米各一升沈水作末細麯九升湯水八斗加之亦可交釀過三日粘米二斗蒸飯待冷與本合釀七日後燒出而易上水十二次則其味平順八九次則味極烈取火用眞木及麥稈藁等火勿使緩急. <纂要補>.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