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술김에…‘10건 중 4건 취중범죄’

살인사건 10건 가운데 4건이 취중에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제공 다사랑중앙병원.

술 마시고…술김에…‘10건 중 4건 취중범죄’

 

음주 시 범죄 발생 위험 평상시보다 9배가량 증가

취중범죄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 필요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지난 5일 술에 취해 아버지의 동거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죽인 이 모(32) 씨가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가정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결국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의 경우처럼 살인 사건 10건 가운데 4건이 취중에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검거된 살인범죄자 995명 가운데 범행 당시 정신 상태가 ‘주취’ 상태였던 이들은 390명으로, 전체의 39.2%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중독치료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사진)은 “음주를 할 경우 비음주 상태일 때보다 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약 9배가량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범행 동기나 정도를 떠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살인이나 폭력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평소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얼마 전 누리꾼들의 분노를 일으켰던 양산 아파트 밧줄 사건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던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과 같은 강력범죄 사건들의 공통점 역시 모두 가해자가 음주 상태였다.

알코올 사용은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범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24시간 이내 음주를 했을 때 폭력 행동의 위험성이 무려 13.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성태 원장은 “대부분 취중범죄는 순간을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알코올이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라며 “술로 인해 뇌의 억제 기능이 무뎌지면 평소 이성에 의해 제어되고 억눌렸던 분노나 미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표출되면서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알코올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의하면 문제 음주 수준이 높을수록 강력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증가하고, 재범자가 초범자보다 문제 음주자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허 원장은 “취중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 처벌 외에도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취중범죄 가해자의 문제 음주 여부를 진단, 선별하고 전문적인 알코올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음주 문제가 개인 차원을 넘어서 살인이나 폭력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술에 대한 관대한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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