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5)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 오늘은 달을 벗 삼아 한번 취해보세

잔을 들어 밝은 달을 청하고 그림자를 대하니 세 사람이로구나

 

將進酒(술을 권하며)

중국 고등학교 교과서 수록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힘차게 바다로 흘러 다시는 돌아오지 못함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고관대작들 거울에 비친 백발을 슬퍼하네! 아침에 검은 머리 저녁에 눈발이 된 것을 한탄하듯이 인생에 뜻을 얻었으면 반드시 기쁨을 다하고 함부로 금 술잔을 들고 공허하게 달과 대작하지 말지어다.

하늘이 내게 재능을 준 것은 필히 쓸 데가 있으니 천금을 다 써버려도 다시 돌아오느니라.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잠시나마 즐겨보게 한번 마시면 삼백 잔은 응당 마셔야지 잠 선생 단구 선생 술을 드시게나. 잔을 멈추지 말게나. 그대에게 노래 한 곡 보내드리오니 나를 위해 귀 기울여 경청해주기를 바라오. 아름다운 음악과 진귀한 음식 다 귀하지 않으오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오랫동안 취해 다시 깨지 않기를 예부터 성현은 모두 (죽어) 적막하게 되지만 오로지 술 먹은 자만이 그 이름을 남기는구려. 진왕은 옛날 평락에서 연회할 때 한 말에 만 냥짜리 술을 마음껏 즐겼느니라. 주인이여 어찌하여 돈이 없다고 하는가. 얼른 술을 사오시게나 그대와 대작하게 오색찬란한 말, 천금의 여우 털 아이를 불러 맛좋은 술과 바꾸어 오게 하시게나. 그대와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녹일까 하노라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君不見! 高堂明鏡悲白發 朝如靑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才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岑夫子 丹丘生 將進酒 杯莫停

與君歌一曲 請君爲我傾耳聽

鐘鼓饌玉不足貴 但願長醉不復醒

古來聖賢皆寂寞 唯有飮者留其名

陳王昔時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主人何爲言少錢 徑須沽取對君酌

五花馬 千金裘 呼兒將出換美酒

與爾同銷萬古愁

 

◇ 배경:오균과 하지장의 도움을 받아 현종의 부름을 받고 한림원에서 궁중생활을 했으나 만취로 인한 주정과 기행으로 관료사회의 반감을 사 결국 궁을 떠나야 했던 744년 무렵에 창작됐다. 시기와 아첨으로 찌든 궁중생활을 청산하고 인생은 짧으니 벗들과 더불어 좋은 술 마음껏 즐기자는 거침없는 호방한 성격이 묻어있다.

◇ 어휘

天上來(천상래): 하늘에서 내려옴. 황하 강이 곤륜산 높은 곳에서 발원(發源)함.

奔流(분류): 내달릴 분. 내달릴 듯이 빠르게 흐름.

高堂(고당): 1. 높은 집. 부귀한 사람들. 2. 부모와 연배가 같은 사람.

靑絲(청사): 푸른 실. 검은 머리.

金樽(금준): 술통 준. 금 술잔. 황금 술 단지.

空對月(공대월): 빈 잔으로 달을 대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뜻.

我才(아재): 내 재주. ‘나’라는 존재를 부각시킴.

還復來(환복래): 돌아갔다가 다시 온다. ‘돈이란 쓰고 나면 다시 생긴다’는 뜻.

烹羊宰牛(팽양재우): 양을 삶고 소를 잡는다.

會須(회수): 마땅히 수. 마땅히 ~해야 한다.

岑父子(잠부자): 봉우리 잠, 성(姓) 잠. 당나라 시인 잠삼의 존칭.

丹丘生(단구생): 원단구(元丹丘) 선생.

鐘鼓饌玉(종고찬옥): 반찬 찬. 아름다운 음악과 진귀한 음식.

聖賢(성현): 성인과 현인(성인 다음가는 인물).

陳王(진왕): 진사왕(陳思王). 위나라 조조의 둘째 아들 조식.

平樂(평락): 평락관(平樂觀). 진사왕이 술 마시던 누각. 조식의 시에 ‘歸來飮平樂 美酒斗十千(돌아와 평락관에서 술 마시니 맛있는 술 한 말에 일만 금이로구나)’이라는 구절이 있음.

恣歡謔(자환학): 방자할 자, 웃길 학. 제멋대로 희롱하며 즐김.

徑須(경수): 길 경, 마땅히 수. 마땅히 곧, 빨리.

沽(고): 살 고.

五花馬(오화마): 오색 색깔을 띤 값진 말.

千金裘(천금구): 갖옷 구. 천금같이 비싼 가죽옷.

銷(소): 녹일 소.

萬古愁(만고추): 만고의 근심.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인생무상의 슬픔.

 

◇ 해설

이백의 호탕한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불멸의 명시다. 술을 인생의 기폭제로 승화시켜 잠시나마 술과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잊고자 했다.

당 현종의 총애를 받고 한림원에서 봉직하였으나 뜻하지 않은 질투와 시기를 받고 낙향하면서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 까닭에 자신의 뜻을 펴보지도 못한 한을 술로 삭였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하늘가에서 내려온 황하 강이 힘차게 뻗어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였다는 것을 자연의 이치로 가감 없이 표현했다. 아무리 고관대작이라 할지라도 거울에 비친 자기의 늙은 모습을 백발로 표현함으로써 인생무상을 노래했다.

아침에는 푸른(검은) 머리가 저녁이면 흰 머리로 변한다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생의 덧없음을 나타냈다. 인생이 뜻을 이루면 기쁨을 누려야지 빈 잔으로 함부로 달과 대작하지 말지어다. 하늘이 나를 이 땅에 내려 보냄은 다 쓸모가 있다는 면에서는 적선 인으로서의 이백 자신의 역할을 부각했다. 즉 사람은 다 적재적소에 쓰임이 있으니 너무 재물에 구애받지 말 것을 경고했다. 돈을 쓰더라도 기분 좋게 쓰면 다시 생긴다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가사상을 담고 있다.

양도 삶고 소도 잡았으니 한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하지 않겠는가? 잠삼, 원구단 벗들이여. 내가 주는 잔을 거절하지 마시게나. 그리고 내 그대들을 위하여 노래 한 곡조 할 테니 잘 들어주시구려. 아름다운 음악과 진귀한 음식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소. 내가 원하는 건 단지 오랫동안 취해 깨지 않기를 바랄 뿐이오. 예로부터 성현들도 죽으면 한줌의 재로 변하는데 명성이 무슨 필요가 있소? 오직 술 먹는 사람만이 이름을 남긴다오. 진왕 조식도 평락관에 잔치판 벌여 만 냥짜리 말술을 무진장 즐겼다오. 주인장 왜 자꾸 돈이 없다 하오. 내 당장에 술 사와 그대와 술판을 벌리리라. 오색찬란한 명마도 천금짜리 갖옷도 아이 불러다 좋은 술과 바꾸게 하리다. 그래서 그대와 더불어 이 밤이 새도록 만고의 근심을 녹이리라.

이 시에서 이백은 하나의 인생관을 당당하게 제시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황하물이 바다로 흘러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웅장한 자연 법칙과 ‘부귀한 사람도 늙으면 죽는다’는 일반적 사실을 들어 한마디로 ‘사람은 즐거운 때를 맞이하면 반드시 놓치지 말고 즐겨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시를 통해서 이백은 술주정뱅이가 아니라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로서, 인생의 낙을 즐기는 매개체로서의 술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권주가로 창작된 「장진주」는 영원불멸의 가치를 지니며 위대한 시인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우리도 이도 저도 뜻대로 안 될 때 마음에 맞는 벗들과 더불어 한번 대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순간이나마 확 날려버리게.

그리고 자신의 재능에 대한 긍지를 간직하게 해주고 현재의 가난함에 대한 불안감을 씻겨주는 고마운 벗으로서 말이다.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 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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