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그리다’ 술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합정동에 작은 술카페 술그리다.

그 곳에 가면 맛있는 술·밥이 있다 ①

 

마포구 합정동 술카페 ‘술그리다’

(합정동 445-9//☎02-335-0047)

 

‘술그리다’ 술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술그리다’

“술은 마시는 것이지, 술을 그려?”

뜻을 알기 전에는 그랬다. 보통 사람들은 ‘술그리다’란 상호를 보고는 “아하! 술이 그리워서 그런 이름을 붙였겠지 뭐!” 오죽 술이 그리웠으면 상호에 그런 이름을 붙였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술그리다’의 김지윤(51세) 대표는 말했다.

사전적으로 ‘그리다’는 그림이나 글, 또는 음악 등으로 나타내는 동사이면서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처럼 간절히 생각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듯 마음속에 술을 그리고 싶어서 카페를 차렸다.김지윤 대표는 ‘술그리다’의 본뜻은 하얀 백지위에 그림을 그리듯 술 또한 마음속에 새롭게 접하는 술의 참뜻을 새기며 술에 관한 담론(談論)을 펼쳐보자는 의미로 상호를 ‘술그리다’로 정했다고 했다.

이런 속 깊은 뜻을 품은 ‘술 그리다’가 마포구 합정동 양화대교 옆 강변길에 작은 둥지를 튼 것은 2015년 12월1일. 이른바 술을 마실 수 있는 상권이 형성된 곳도 아닌 외진 곳이다. 김 대표가 술그리다를 오픈하자 김 대표를 아끼는 친구들은 혀를 찼다. 이런 곳에서 술장사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제 ‘술그리다’는 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술의 성지(聖地)가 되어가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숱하게 봐왔던 그렇고 그런 술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그리다’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아주 작은 카페다. 작은 테이블이 3개. 날씨 따듯할 때는 입구의 테라스에서도 술을 마실 수 있다. 이런 작은 카페지만 자그마치 189 종류의 술을 마실 수도 있고 구매도 가능하다. 명인들이 정성들여 빚은 전통주나 막걸리는 물론이고, 시중에서 볼 수 없는 수입맥주도 맛 볼 수 있다. 그러나 마트 같은데서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주나 맥주는 취급 하지 않는다. 이런 술을 찾는 사람들이 간혹 들러서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술 판매여부를 물어 오면 근처 술집을 가르쳐준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술 맛좀 보세요! 김지윤 대표는 원하면 어떤 술이든 맛부터 보고 마실 수 있다고 했다.‘술그리다’만의 독특한 영업방법이 있다.

처음 이곳을 찾는 진객(珍客)들에게 김 대표는 술에 대한 일화(逸話:에피소드)를 말해준다. 그리고 시음을 한다. 함께 온 일행이 한 잔씩 마셔보고 이 술로 하자고 하면 그 때 비로소 술을 제공한다. 서양에서 와인을 시킬 때 와인 소믈레가 와인 맛을 보고 선택하게 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이런 시음을 실시하는 것은 소문으로만 알고 있던 술들을 주문했다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진퇴양난이 될 수 있어서다. 이런 시음은 이곳을 찾는 애주가들에게는 엄지척.

술안주는 20여 가지 정도 준비할 수 있지만 안주 위주의 술집이 아니어서 외부에서 안주를 싸가지고 와도 되고, 이웃 식당에서 안주를 배달시켜도 된다. 단 안주 하나에 5천원의 서비스 차지만 내면 오케이.

그러다 보니 이웃 식당들도 ‘술그리다’를 좋아한다. 이런 것이 진정 공생이 아니겠는가.

김 대표가 굳이 시음까지 하며 술을 팔고 있는 것은 “손님들이 맛을 보고 이정도면 이 가격을 주고라도 마실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술을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술안주 싸가지고 가도 되는 술 카페

김지윤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계원예고 연극영화과(3기)/서울예전 영화과(86학번)를 나왔다. 처음엔 광고기획사에서 광고카피라이터로 일을 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명인들의 삶을 다큐로 남기고 싶어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전통주 명인을 만나 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때는 패션에 필이 꽂혀 그런 쪽에서도 일을 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술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전통주 유통업체인 진승통상에서 전통주를 팔러 다니면서다.

그 때의 일에 대해서 김 대표는 “술집이고 밥집이고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집들은 이미 어떤 술이고 팔고 있어서 새로운 술을 가지고 뚫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김 대표는 그 때부터 새로운 전략으로 술에 대한 에피소드를 찾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문이 열렸다고 했다.

전통주 유통업(⑴진승통상/주도명가, ⑵고성/도원결의, 2곳의 네임을 직접 만들었다. 카피라이터 출신이라서)에서 한 5년 일 하다 보니 진정 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갈망이 강해졌다. 좋은 술을 만나면 술 마다 지니고 있는 독특한 향과 맛에 취하고, 땀 흘려가며 술 빚는 명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즉, 주담(酒談)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그래서 생각 해 낸 것이 술 마시며 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를 만들어야 겠다는 것.

여기(술그리다)를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자 ‘술그리다’는 바다를 건너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가끔은 외국(주로, 일본, 독일, 호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스페인, 싱가포르 등등)에서 손님(혹은 교포)이 찾아와 우리의 전통주를 마시기도 한다.

김 대표는 “우리 술은 우리 문화의 얼굴”이라면서 “우리 술을 가소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술그리다에선 정중히 거절한다”고 했다.

김 대표에게 물었다. “자신 있게 추천 해줄 수 있는 술이 있느냐”고 하자 주저 없이 미담양조장의 연엽주와 송화주를 내 놓는다. 왜 일까?

“조미담 대표가 빚는 술 연엽주와 송화주에서는 오미(五味:酸·苦·甘·辛·鹹)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웬만한 와인과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술 카페를 하는 김 대표가 술에 대해 호불호를 확실히 말을 하자 김 대표에 대한 안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김 대표는 말한다. “우리의 전통주가 더욱 발전하려면 비슷한 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나만의 독특한 술을 빚어야 한다”고 했다. 경험에서 나온 진실이라고 한다.

사람 냄새 물씬 나고 술 지식을 공유하는 광장. 한 달에 한번 갖는 주담회에 참석해 보면 술이란 참으로 소통의 매개체로선 더할 나위 없이 귀한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발동이 걸리면 술 빚는 양조장을 직접 찾아 나선다. 좋은 술이 그리워서다.

‘술그리다’를 나서며 문득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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