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席에서 금기시 하는 정치 이야기들이 滿發

 

김원하의 취중진담

酒席에서 금기시 하는 정치 이야기들이 滿發

이태백은 ‘달빛 아래 홀로 술 마시며’(月下獨酌, 중국 중학교 교과서 수록)에서 꽃 사이로 술 한 병 있어/ 홀로 마시네 친한 벗 없으니/ 잔을 들어 밝은 달을 청하고/ 그림자를 대하니 세 사람이로구나/ 달은 원래 술을 마시지 못하고/ 그림자는 내 몸을 따라다니는 구나/ 잠시 달과 그림자와 더불어/ 즐거움을 봄이 다할 때까지 누려보자….라고 노래했다.

그런데 이태백 못지않은 애주가가 강화 땅에 있는 모양이다.

며칠 전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해 연말 인천시 강화군 건평항에 조성된 천상병시인기념공원에 천상병(1930~1993) 시인의 동상이 있는데 천상병 동상의 빈 잔에 막걸리가 항상 채워져 있다.

천상병 동상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시인이 과거 건평나루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쓴 시가 ‘귀천(歸天)’이기 때문인데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박상희(63)씨는 이 같은 내용을 좀 더 살리기 위해 막걸리 잔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제작했다는 것. 그런데 누군가 매일 천상병의 빈 잔에 막걸리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 는….

주변에 이렇다 할 슈퍼마켓도 없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 일부러 찾아와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비록 동상이기하지만 천상병 시인과 술 한 잔 나누고 싶은 애주가인 모야이다.

이렇듯 우리의 술 인심은 동상과 술잔을 나눌 만큼 후하다. 수인사(修人事)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우리 언제 술 한 잔 합시다”며 술 이야기부터 꺼낸다. 물론 인사치례로 건넨 말이지만 어딘가 금세 친해지는 느낌이 든다. 술이 갖고 있는 친화력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언제쯤 연락이 올까를 기다린다고 하니 빈말이라도 외국인들한테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해가 시작 된지도 꽤 되어간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난해는 참으로 다사다난 한 한해였던 것 같다. 촟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전 정권에서 정권을 잡았던 실세들 가운데는 적폐청산의 대상이 돼 포승줄에 묶여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권력무상(權力無常) 을 새삼 느낀다. 마치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을 때 ‘정풍(整風)운동’을 보는 것 같다.

때문에 주석(酒席)에서는 금해야 할 정치 이야기들이 꽃을 피우기 십상이다. 누가 어떻고 저쩌구 하며 모두가 정치평론가처럼 평을 하기도 한다. 어디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를 혼자만이 알고 있는 특급 비밀인양 떠벌리는 군상들이 술꾼들이다. 주당들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술 깨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을….

해 바뀌면 담배도 끊고 술도 줄여야겠다는 결심들을 한다. 삼일도 지키지 못한다하여 작심삼일이란 말이 나오고 있지만 결심을 안 하는 것 보담은 낫다고 하니 그런 결심을 다짐하기 위해 술 한 잔 해야 겠다.

그동안 안 쓰던 가계부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짠돌이로 유명한 ‘김생민’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청자들의 영수증 사연을 수집하고 그들의 영수증을 분석하고, 소비 형태를 나름대로 분석 해 주는 프로인데 처음에는 그저 웃겨서 봤는데, 나중에는 자신도 잘못된 소비습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쓸데없이 돈을 쓰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가계부를 사서 쓰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주부들은 술자리 잦은 남편을 위한 내조법으로 ‘주계부(酒計簿)’를 만들어 술자리 횟수, 취한 정도, 술버릇 등을 적어 놓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당들은 자신이 세운 음주 한계량을 지키기 위해서 주계부(酒計簿) 쓰는 이도 있다고 한다. 술 마신 양과 술값으로 지불한 비용을 빠짐없이 기록하다 보면 음주량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먹자고 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적당히 마시자는 절주운동을 펴자는 사람들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술에 대해서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면 술은 영원한 친구로 남지 않을까.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술과 싸워서 이기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친해져라. 이런 사람들은 음주 이후 충동조절 능력을 상실한 듯 매우 사소한 자극에도 살기를 발산하거나 몹쓸 짓을 하기 일쑤다.

전 세계적으로 술과 관련된 역사 가운데 1972년 2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제의한 건배를 닉슨이 입에 갖다 대는 시늉만 하고 마시지 않았다면 죽의 장막은 걷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알코올 도수 40도가 넘는 술이 든 잔을 비우느라 닉슨의 얼굴은 잠시 일그러졌으나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중국 건국 이후 27년간 서방에 적대적인 죽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술은 한 나라를 망치기도 구하기도 한다. 그게 술의 양면이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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