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철 칼럼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임재철 칼럼리스트
최근 어떤 자리에서 다소 엉뚱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이 어떤 것이냐’는 것이었다. 유명한 많은 이름들이 떠올랐지만 딱히 뭐라고 대답하지 않고 망설이자, 질문을 던진 사람이 직접 대답했다. 비록 가격은 얼마 안 되지만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고 있는 와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답은 지난 2009년 초 미국 허드슨 강에 불시착할 때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한 사업가가 후회한 내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죽을지도 모르는 불길한 예감이 들던 순간, 그 사업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것은 며칠 전 소중한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는데, 자신이 수집한 와인이 아까워서 차마 병을 따지 못한 채 그냥 보냈다는 후회였다고 한다. 와인 수집이 취미였던 그의 집에는 좋은 와인이 엄청 많았지만, 소중한 친구를 위해 술 한 병을 따서 함께 마시지 못했던 자신의 옹졸함이 갑자기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전해 듣고 약간의 취기에 젖어 집으로 돌아온 필자는 밤새 ‘사회인’과 ‘후회’라는 두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돌아보면 초라하고 별건 아니지만, 평생 직장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미국의 그 사업가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그런 순간에 내게 밀려올 후회는 어떤 것일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평생 일만 하고 살아온 내 모습이 보였다. 해왔던 일의 특성상 주말은 물론 남들이 모두 쉬는 명절조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이 일에만 매달렸던 과거가 필자를 바라보며 묻고 있었다. 너는 과연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
그런저런 상념의 밤이 깊어갈 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진정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 날을 상상해 보았다. 가령 국내라면 승용차도 버리고, 가족에게는 간단한 메모 한 장 남겨놓은 채 무작정 집을 나서 보겠다는 것이었고, 해외라면 해방감에 푹 젖을 수 있는 즉,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영혼까지도 춤추는 여행을 떠나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말하자면 그날 그 지인의 엉뚱한 질문 하나가 걸어가는 인생길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직장인들의 고단한 ‘직장 살이’는 언제나 ‘다사다망(多事多忙)!’하다.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게다가 돈도 없다.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는 대로 카드 빚 정산과 세금으로 빠져 나가니 시쳇말로 ‘월급로그아웃’이 되고 만다. 구직자는 그들대로 멘탈이 찢어지고 한마디로 이제 직장은 평생직장이 아니다. 그래서 모두가 ‘각자도생’을 꿈꾸는 것 같다.
어떻든 평범한 일상에 소중한 삶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다. 무술년 새해를 맞아 결심해본다. 이만하면 후회하지 않는 살만한 삶이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힘을 내어 계획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기원한다. 올해는 후회하지 않는 소중한 삶의 시간이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