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잔에 詩 읽어주기
휴休
이영식
대포항
방파제 위에 늘어선 즉석 회 센터
붐비던 시간 한풀 꺾이자
허리에 묵직하게 둘렀던 전대,
고무장갑 벗은 과수댁 담배 한 개비 꺼내 문다
생선 함지박 비린내 밀쳐놓고
회 치던 손가락 사이로
휴―
깊이 빨아들였다 내뿜는 구름 계단
갯바위에 파랑 친다
관광객 등살에 잔뜩 웅크렸던 조가비들
슬며시 문 열고 손을 내민다
축축하고 짭조름한 삶, 서로 안부 확인한 뒤
팔을 거두는데
씨부럴 것들
요로콤 개좆같이 생겨 워쩌자는 겨
개불 허리 톡톡 쳐서 일으켜 세우는
과수댁의 굴 껍질 같은
休 —시집 『휴』(천년의 시작)에서
* 속초 과수댁 담배 한 대 꼬나물고 휴― 내뱉는 뿌연 연기 속에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 바닷가 그림이 잡히시나요. 굴 껍질 같은 손으로 개불 허리 톡톡 쳐서 일으켜 세우며 성적 욕망의 바닥에 내뱉는 욕지거리에서 무얼 느끼셨나요. 대포항 즉석 회 센터에 소형 캠코더를 들이대고 과수댁의 치마폭에서 잠시 쉬어가는 한나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