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온 맑은바람 백화를’ 주제로 성황리 개최

김기상 화백이 ‘강바람 꽃바람 술 바람’이란 휘호를 퍼포먼스로 쓰고 있다.

한국전통주연구소 ‘17회 봄계절주 세미나’

 

‘나들이 온 맑은바람 백화를’ 주제로 성황리 개최

  

매화주강바람이 분다. 꽃바람도 분다. 그리고 술 바람도 분다.

신평 김기상 화백이 광목천에 일필휘지로 ‘강바람 꽃바람 술 바람’이란 휘호를 퍼포먼스로 끝내자 박수가 쏟아졌다.

충주 조정지댐 물가(리쿼리움술박물관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풍류문화원(風流文化源:풍류문화의 근원이 된다고 해서 근원源자를 쓴다)’에서 한국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가 주최한 ‘제17회 봄계절주 세미나’가 <나들이 온 맑은바람 백화를>이란 주제로 지난 4월 7일 오후 김기상 화백의 휘호 퍼포먼스로 막을 올렸다.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술 공부를 한 졸업생들과 계절주에 관심이 많은 양조장 대표들 그리고, 술에 관심이 많은 일반 참가자들 70여명이 참여한 이번 세미나는 중원당, 화양, 신선주, 조은술 세종, 천비향 등에서 직접 빚은 술 들을 협찬 하여 참석자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또 박양숙(세계음식전문가), 김연지(궁중음식연구가), 박영란(전주대학교 교수), 김재식(음식연구가), 김채옥(〃), 문숙란(〃), 백진이(〃), 송분순(〃) 씨 등이 술안주를 재능기부해서 푸짐한 주안상이 마련되기도 했다.

 

참가자들 淸明酒 빚는 중원당, 리쿼리움술박물관 견학

중원당 김명섭 대표로부터 청명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참가자들은 문화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중원당(대표 김명섭, 충북 무형문화재 2호)을 견학했다. 중원당에서는 김명섭 대표가 대를 이어 청명주(淸明酒)를 빚고 있는데 청명주는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 절기에 마시거나 빚는 술이란 데서 청명주로 불리는 술이다. 원래는 경북 김천지방이 명산지로 알려져 왔으나 현재는 충북 충주에서 가양주 형태로 빚어져 왔던 청명주가 유일하게 명성을 잇고 있다.
 

김기상 화백은 술 자배기 째 술을 마셨다. 방문객들을 맞은 김 대표는 장황한 설명 보다는 직접 담근 술독을 들고 나와 현장에서 술을 내려 한 잔씩 돌렸다. 그 맛에 그 향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김기상 화백은 석잔을 여거푸 마시고도 양에 차지 않았는지 막걸리를 담았던 자배기 째 들고 마시기도 했다.

중원당에서는 현재 17% 약주술 청명주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술은 김해김 씨 문중 문헌인향전록에 기록된 비법에 의해 빚어진 술로 재래종 통밀과 찹쌀로 저온에서 100여일 발효시켜 빚어내는 술로 색과 맛, 향이 뛰어나고 숙취가 전혀 없는 명주로 알려지고 있다.

전해 오는 일화에는 조선시대 과거 길에 청명주 한잔을 마시고 길을 떠나면 걸음이 가뿐하여 문경새재에 이르러서야 그 취기가 깨었다고 한다.

중원당 견학을 마친 참가자들은 세미나가 열리기 전 리쿼리움술박물관도 견학했다. 2005년 에 문을 연 리쿼리움은 세계 최초의 종합 술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양주, 와인 등을 전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와인 등은 직접 구매도 가능한 술박물관이다.

 

 <나들이 온 맑은바람 백화를> 주제로 계절주세미나가 열렸다.

풍류문화원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세미나를 시작했다.

시인이자 전통주 대가인 박록담 소장은 개회사도 시 낭독처럼 했다.

박 소장은 이번 세미나를 ‘푸르름 밟기’라고 했다.

“하늘의 理致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어 눈 녹고 꽃이 피니 음양을 이뤘구나! 저 멀리 산빛 풀빛도 하늘까지 닿았다. 봄비에 먼지 씻은 산 청아한 얼굴이고 나들이 온 맑은 바람 백화를 피워내니 푸르름 다하기 전에 百花酒나 빚어야지.”

그리고 이번 세미나를 저극 지원 해준 중원당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 한수를 낭독했다.

<충주 淸明酒>

하늘이 맑아지는 때/ 춘경을 시작하니/ 봄빛이 수를 놓은/ 뜨락마다 꽃밭인데/ 청명에/ 같은 하늘 아래/ 마주 앉아/ 잔을 든다.

주가의 누룩 디딛는 일/ 일 년의 계획이고/ 죽과 고두밥으로 빚는 술/ 주인의 길흉인데/ 錦灘의 江水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맛이라네.

석양의 남한강 바라/ 淸明酒를 기울일 때/ 우륵의 가야금 소리/ 정한의 울림이라/ 탄금대/ 양진명소에/ 그대의 번영을/ 빌었네.

 

윤진철 명창이 사랑가를 열창하고 있다.멋있다. 틀에 박힌 개회식이 아니다. 역시 술 관련 세미나는 이렇게 해야 멋과 맛이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시음에 들어가서 첫 번째 돌린 술은 매화주였다. 서러서로공방 최우택 씨가 빚은 술로 목을 축였다. 이런 세미나에나 참석해야 맛 볼 수 있는 귀한 술이다.

술이 있는데 어디 노래 한 자락이 빠질 수 있겠는가.

윤진철 명창(광주시립극극단 예술감독)이 춘향가 중 사랑가로 세미나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이번 계절주세미나에서는 특별히 건강문제를 생각해서 한형선 약사(자연트라피 전문약사, NTF 푸드파마 연구소장)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한 약사는 동양한의학에서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음식이 곧 약’이라는 말로 음식과 약의 근본이 같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병을 낫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하고, “우리의 음식이 약이 되어야 하고, 약이 음식이 되어야 한다.”면서 약과 음식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서 궁중음식연구가 김연지 씨의 ‘주안상차한형선 약사가 건강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림’의 시연이 있었다.

한국전통주연구소와 한국박물관협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명주대상에서 김연지 씨가 빚은 ‘여인주’로 대상을 수상할 만큼 궁중음식뿐만 아니라 전통주에도 뛰어난 재질을 가지고 있다. 여인주는 구멍 떡을 만들어 빚는 술로, 모든 과정이 수제로 진행된다. 여인주라는 이름은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기가 있는 술’이라는 뜻이며, 맛 자체도 아름다운 꽃밭에 고운 여인이 거니는 듯한 느낌과 꽃밭의 향기로움을 추구했다.

김연지 궁중요리연구가가 직접 차린 주안상을 설명하고 있다.만들어지는 과정은 술의 바탕이 되는 밑술에 구멍 떡을 잘 풀어서 식힌 후, 누룩과 혼화를 한 후 항아리에 넣는다. 이후에 고두밥을 쪄서 덧술을 한 후, 저온발효(20도 이하)를 하면 여인주가 탄생한다.

김연지 연구가는 궁중음식의 대표 음식이랄 수 있는 신선로(神仙爐)를 주제로 한 주안상(酒案床)차리기를 시연했다.

60-70년대만 해도 웬만한 요릿집에서는 요리상에 신선로를 내 놓는 집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집들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신선로는 귀한 요리로 대접받고 있다.

신선로는 원래 화통이 붙은 냄비 이름이고, 음식 이름은 ‘열구자탕(悅口子湯)’이었는데 지금은 신선로가 음식 이름으로 바뀌어 버렸다. ‘열구자탕(悅口子湯)’은 ‘입에 맞는 맛있는 탕’이라는 뜻이다.이규태는 “신선로야말로 가장 발달한 잡취(雜炊) 용기이며, 그 다양한 재료는 어떤 요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더불어 둘러앉아 오색십색(五色十色)의 갖가지 다른 음식을 화합시킨 것을 한 냄비에서 나누어 먹음으로써 각기 다른 생각이나 의견, 주장, 정치색을 화합시키고, 또 앞으로 있을 약속이나 계약을 다지는 음식이 신선로인 것”이라고 칭찬했다.70여명이 먹기엔 그 양이 적은 주안상은 김연지 씨가 빚어온 여인주를 시음하며 눈요기로 만족해야 했다.

이런 느낌을 알아서 인가. 김연지 씨는 즉석에서 닭찜 요리의 진수를 시연하기도 했다.

김연지 씨의 요리 시연이 끝나고 나서 박록담 소장은 한국전통주연구소 전문가반 58기의 수료생들에게 서예가 차규열 씨가 그림을 그리고, 박록담 소장이 시를 쓴 시화(詩畵) 한 점씩을 수여했다.
 

세미나 협찬주.전문가반 졸업생들이 직접 담근 탁주를 거르고 있다.

 

안주 재능기부자들이 만들어 온 술안주들.본격적인
시음회에 들어간 세미나에서는 안주 재능기부자들이 손수 만들어 온 안주와 청명주(중원당, 김영섭 무형문화재), 여인주(김연지), 풍정사계 춘(화양 이한상), 천비향(좋은술 이예령), 신선주(신선주 박준미 무형문화재), 이도(조은술세종 경기호), 지란지교(순천 임숙주) 등 협찬주를 마셨다.

또 전문가반 58기들이 담근 탁주도 직접 걸러서 잔을 돌렸다. 정성이 들어간 탁주라서 그런지 참으로 맛있는 술이다.

전통주를 음미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세미나야 말로 진정한 세미나가 아닌가.

이슬비에 옷젖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시음이라고 하지만 몇 순배 돌다보니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르고 윤진철 명창이 또 한번 창을 부른다. 이어서 그의 문하생들이 거문고도 뜯고, 노래도 부른다.

얼쑤! 김기상 화백은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모두가 흥에 취하고, 전통주에 취한다. 해질녘이 돼서야 계절주 세미나는 끝났다.

‘전문가반 58기’들은 문성자연휴양림으로 자리를 옮겨 박 소장으로부터 수료장도 받고, 그들이 빚어온 술에 대해 박 소장으로부터 강평(講評)을 받기도 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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