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만찬에는 어떤 술이 오를까

김원하의 취중진담

남북 정상 만찬에는 어떤 술이 오를까

중국의 국주 마오타이주(茅台酒)는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죽(竹)의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毛澤東)이 건배주로 내 놓은 술이었다.

마오타이주는 美·中 정상간 건배주로 전 세계에 알려지자 유명세를 타고 승승장구하다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대한 접대문화 근절 대상으로 마오타이주가 지목되면서 판매가 급격히 약화된 술이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만찬에 한 병에 2억 원을 넘는 최고급 마오타이(茅台)주가 등장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에 관심은 만찬주에 쏠렸다.

이번에 만찬주로 사용했던 마오타이주는 중국술 수집가들 사이에서 최고로 쳐주는 아이쭈이(矮嘴·작은 주둥이) 장핑(醬甁)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중국 온라인에서 540㎖ 한 병에 128만 위안(한화 2억1천715만원)을 호가하고 있다는 술이다. 장핑 마오타이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생산됐던 희귀주로 황갈색의 독특한 병 디자인으로 같은 기간에 만들어진 다른 마오타이주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했을 때는 어떤 술이 만찬주로 올라왔는지 모르지만 한 병에 2억 원이 넘는 마오타이주는 아니었을 듯싶다.

지난 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만찬주는 화양의 풍정사계의 ‘春’이였다. 화양양조장은 풍정사계가 만찬주로 사용하기 며칠 전에서야 연락을 받아 미리 계획생산도 못해서 대량 판매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전통주는 하루아침에 빚는 술이 아니라 수개월간 발효와 숙성기간을 거쳐야만 제대로 된 술맛을 낼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술 취향도 제각각이었던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기도 고향에 있던 골프장으로 골프를 치러갔다가 마셨던 배다리 막걸 리가 마음에 들었던지 재임기간 늘 배다리 막걸리를 마셨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막걸리는 ‘박통막걸리’가 되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당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했을 때 배다리도 함께 가져올 것을 부탁할 정도로 유명했던 막걸리다.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동동주와 청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청주와 과실주를 즐겨 마셨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문배주로 건배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단양으로 시찰 나갔다가 대강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를 마시고 나서 청와대 만찬주로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건배주는 이종기 교수가 개발한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자주 사용 했다고 하니 성격이나 입맛에 따라 건배주도 다양하게 변하는 것 같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과 4시간 12분에 걸친 접견과 만찬 회동을 이어갔다. 김정은은 당시 만찬에 평양 소주를 내놨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정상간 만찬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술이 빠지지 않는다. 술은 그 만큼 인간의 관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단 정상 간이 아니더라도 국제적인 행사나 대기 업간 경제적인 회의 같은 데서도 만찬주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술의 순기능이 인정되고 있어서는 아닐까.

남북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분명 만찬은 있을 테고 만찬주도 등장할 것이다.

주류업계에서는 과연 어떤 술이 만찬주로 사용될지 궁금해 하고 있다. 남북정상이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칠 때 수입주가 아닌 우리 술이기를 바란다.

왜냐 하면 또 하나 새로운 명품주가 탄생 되는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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