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자비 비빔밥

권녕하 칼럼

 

권 녕 하(시인, 문화평론가, <한강문학> 발행인)

 

 

마구자비 비빔밥

 

 

강원도 홍천 버스터미널 대중음식점에서, 메뉴판에 ‘마구자비 비빔밥’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마구잡이’를 소리 나는 대로 ‘마구자비’로 써놓고 ‘비빔밥’과 이어놓았기에 한층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를 재미있게 써서, 손님의 시선을 끌게 되고,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써 놓은 것이라면, ‘일단 성공했다!’고 봐줘야한다.

 

비빔밥은 여름철에 먹으면 더 제 맛이 나는 음식이다. 애기 세숫대야만한 대접 또는 큰 바가지에 보리 섞은 밥 등을 담고 김치, 채소, 나물, 버섯, 고기 등 식재료를 골고루 얹어 담아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댄다. 그 위에 참기름 또는 들기름을 살짝 얹어 넣고 아울러 볶은 깨까지 조금 뿌리면 고급스런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그 모든 재료를 잘 섞어서, 한 수저 듬뿍 떠먹었을 때 그 맛이라니! 잘 비벼진 식재료가 입 안에서 씹히면서 뿜어내는 그 맛이란! 비빔밥은 ‘마구자비’가 아니라, 바로 맛의 향연이며 맛의 오케스트라인 것이다.

 

찜통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변압기는 터져대고 전기요금 폭탄에 에어컨 틀기도 무서운 올 여름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날 잡아가라’며 정부에 대들고, 그런대도 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결국 맞춰진다면! 바로 소비자 물가상승이 뒤따를 것 아니겠는가. TV 광고에서 초등학생들이 모델로 출연해, 성인의 말투로 “경제가 잘 풀려야 할 텐데” 류(流)의 대사를 읊는데∼ 그만 소름이 확 올라온다. 그렇잖아도 (술집에서)술값이 슬금슬금 올라서 짜증도 나고, 그래서 담배 값 올랐을 때, 딱 끊어버린 사람처럼 술을 확 끊어버릴 수도 없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8월 어느 날, 해는 떨어졌어도 더위는 가시지 않고 아스팔트가 끈적대던 날, 막걸리 파란 뚜껑은 3천원, 하얀 뚜껑은 4천원을 받는 술집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슬그머니 열이 오르고 있었다. 단, 그 집에는 (전국적으로)막걸리 종류란 종류는 다 갖추어 놓고 있었다. 아울러 술값도 지역별로 참 다양도 했다. 그래서 한 번 다시 생각해봤다.

충북 보은의 술값과 속리산 법주사 입구 내속리의 술값은 같아야 당연하겠지만, 문장대 위에서는 술값이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문장대에서 술 판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운반비에 인건비를 더하고 세금도 내야하고 카드 수수료도 감당하고 하려면, 그 비용을 감당하려고 술값을 좀 더 받는다 해도 별로 할 말은 없다. 그런대도 열은 분명! 받고 만다. 내 주머니가 자꾸 가벼워지니까.

서울 근교 등산로 근처에서, 말통에 술을 지고 올라와 잔술로 파는 막걸리를 마셔본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은 그 술을 잔술로 (조금 비싸게 주고)마셨지만, 비싸다고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말은 술집에서 받는 술값이 비싸다고 경우 없이, 어거지로, 마구자비로, 악플 달 듯, 마치 시비라도 걸 듯,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블랙컨슈머’는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천 서구 연희동에 있는 활어 횟집의 경우다. 그 집은 회 값만, 적절한 값으로 받는다. 술은 손님들이 각자 슈퍼마켓에서 사들고 와서 당당하게 마신다. 그래서 그 집에서 술 한 잔 걸치는 날은 온 몸의 스트레스가 줄행랑을 친다. 열도 썩 잘 삭혀진다. 술을 직접, 싸게 사들고 갔기에 술이 좀 과하다 싶으면 잘도 남기고 일어선다. 나간 뒤에 상도 잘 닦으라고. 그래서 그 집 좌석은 늘 깔끔하고, 빈 테이블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누가! ‘마구자비’인지, 누굴 ‘마구잡이’ 하려 하는 것인지, 한 번 또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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