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술을 제일 사랑한 도연명

박정근 칼럼

세상에서 술을 제일 사랑한 도연명

박 정근(대진대 영문과 교수, 소설가, 시인)

 

도연명은 모든 시에서 그의 술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술에 대한 그의 사랑은 사치스러운 행태가 결코 아니다. 그는「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서(序)」에서 팽택령(彭澤令)에 나가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자 한다.

“당시 시국이 아직 안정되지 못해 마음속으로 멀리 나가 벼슬하는 것이 꺼려졌다. 하지만 팽택현은 집에서 불과 백 리 떨어져 있었다. 또한 봉급으로 받는 밭의 수확물로 족히 술을 담글 수 있기에 가겠다고 했다.”

벼슬을 나가기로 결정이 순전히 술을 마실만한 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는 도연명이 얼마나 술을 사랑했는가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그는 인생의 즐거움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것들은 술과 시였다. 그의 관점에서 술을 마셔서 얼큰해져야 시를 지을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다고 보았다. 도연명은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서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흥겹게 술을 마시고 시를 지어 자신의 뜻을 즐기니, 옛날 태평성대의 임금 무회씨(無懷氏)의 백성인가, 갈천씨(葛天氏)의 백성인가”

하지만 그토록 술을 사랑한다고 한들 가난한 형편에 어떻게 매일 술을 마실 수 있겠는가. 인간이 원하지만 궁핍으로 그 소망이 좌절되었을 때 가장 비감이 드는 것이다. 친구들은 도연명의 처지를 알고 그의 술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그들은 종종 술상을 정성스럽게 차려놓고 그를 초대했다. 그는 일단 술자리가 벌어지면 친구들과 어우러져서 흥겹게 마시며 즐겼다고 「도연명전」에서 소통이 밝힌 바 있다.

그의 전기에 의하면 도연명은 술을 마실 때마다 도취(陶醉:술에 거나하게 취함)하기를 좋아했다. 이런 습성이야 모든 애주가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리라. 술을 좋아하는 필자도 도연명의 생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대개 술의 문제는 술이 취한 후에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의해서 애주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게 된다. 부정적인 음주행태는 대개 술에 취하면 매듭을 짓지 못하고 쓰러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음주를 할 때 벌어진다. 게다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거나 주정을 부리면 술을 마시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된다.

도연명의 경우 음주에 의한 이런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취하면 깨끗하게 물러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도취한 후에 술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깔끔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결국 음주 후 술자리에 미련을 두지 않고 물러갈 줄 아는 절제력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바람직한 음주는 술을 사랑하더라도 절제할 줄 알고 과욕을 버리는 일이다. 그는 녹으로 받은 공전(公田)에 술을 빚을 수 있는 찰수수를 심게 했다. 흔히 물욕이 많은 자들은 공전을 이용해서 치부를 하고 배불리 먹는데 치중할 것이다. 하지만 도연명은 공전을 찰수수를 심어 자신이 취할 수 있으면 된다는 매우 소박한 생각을 했다. 심지어는 아내가 살림을 위해서 공전에 메벼를 심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밭에 술을 만들 수 있는 찰수수를 심고 오분의 일만 메벼를 심었던 것이다.

도연명의 술에 대한 서민적 자세는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서민이란 하루 일을 잘 마치고 나라에 큰 변고가 없이 평화로우면 그걸로 족하다. 일을 마친 농부는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지친 몸을 간단히 씻고 처마 밑에서 쉬고 싶을 것이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몸의 피곤함과 삶의 시름을 풀어줄 술 한 잔이리라. 얼큰해진 농부는 긴장과 노독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족할 것이다. 그는 <庚戌歲九月中於西田穫早稻>(경술년 9월 서쪽 밭에서 올벼를 수확하고)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四體誠乃疲, 온몸이 몹시 그토록 고달프지만

庶無異患干. 뜻밖의 재난만 없기 바랄 뿐이네

盥濯息簷下, 손발을 씻고 처마 밑에서 쉬고

斗酒散襟顔. 한 잔 술로 기분을 내어 얼굴을 펴네

이렇게 한 잔의 술에 얼큰해진 도연명은 음악을 즐기고자 했다. 사실 그는 음률을 잘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현금(無絃琴)을 켜면서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애주가인 시인이 악기를 켜면서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인가. 도연명이야말로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는 시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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