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29)
더울 때 술항아리를 찬 물에 채워서 익히는 청서주(淸暑酒)
‘청서주(淸暑酒)’는 자전풀이 그대로 ‘더울 때에 차게 하여 익히는 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때의 차게 하는 방법은 냉수를 사용하여 주원료로 사용되는 고두밥을 씻어 냉각시키는 한편으로, 술독이 더워지지 않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양주방법을 이양주법(異釀酒法)이라고 하는데, ‘청서주’외에 누운 소나무의 몸통을 구유처럼 파서 술독 대용으로 빚는 ‘와송주(臥松酒)’와 큰 대나무를 양쪽이 막히게 마디를 잘라서 청주나 소주 속에 박아 놓는 ‘죽통주(竹筒酒)’, 소나무 밑의 땅을 파서 술독을 묻은 후 소나무 뿌리를 잘라 술독에 드리워 놓아 발효·숙성시키는 ‘송하주(松下酒)’ 등이 ‘이양주’에 속한다.
먼저 ‘청서주’는<甘藷種植法>을 비롯하여 <攷事新書>, <故事撮要>, <群學會騰>, <山林經濟>, <林園十六志>,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酒饌>, <治生要覽>, <韓國民俗大觀>, <海東農書>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문헌 가운데 근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과 <韓國民俗大觀>을 제외하면, 나머지 문헌은 모두가 한문기록이라는 사실과 함께 주방문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청서주’ 주방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청서주’를 수록하고 있는 11가지 문헌 가운데 물의 양이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동일한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직접적으로 술을 빚어 본 경험이 없는 사대부(남성들)에 의해 작성된 기록이라는 사실이며, 또한 이들 문헌이 조선 중기와 후기에 걸쳐 작성된 기록들인데도 동시대의 수많은 한글기록인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청서주’를 기록하고 있는 문헌 가운데 시대적으로 가장 앞선 기록인 <故事撮要>의 주방문을 보면, “찹쌀 1말을 곱게 찧어 아침에 흐르는 물에 담가둔다. 따로 누룩가루 2되를 물 (반 병)에 담가둔다. 저녁에 밥을 쪄서 서늘해 질 때까지 우물물에 씻는다. 물기를 없애고 물에 담가두었던 누룩가루를 체에 밭쳐 찌꺼기를 없애고 고르게 섞는다. 다음날 저녁에 냉수를 큰 그릇에 담아 (그 안에) 술 빚는 항아리(를) 가운데에 놓고(앉히고), 날마다 물을 바꾼다. 다시 36일이나 37일이 지나면 항아리 위에 맑게 된 것을 병에 넣고, 항상 술병에 술을 넣고는 물에 채운다. 이 처방은 여름에만 쓸 수 있다.”고 하여 매우 구체적인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의 여러 문헌에서는 누룩을 불려두는 물의 양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群學會騰>에서는 물 2병, <林園十六志>와 <甘藷種植法>에서는 물 2병 반, <酒饌>에서는 생수 (2병) 등이다.
‘청서주’는 여름철에 빚는 계절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단양주(單釀酒)이자 여름철 술인 ‘부의주’와 유사한 방법으로 빚는 술이라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청서주의 주방문이 부의주와 유사하다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주원료의 배합비율이 매우 유사하고, 특히 수곡(水麯)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일테면 ‘부의주’가 여름철 술이기는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는 주변의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해 술이 지나치게 끓는 등 산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술의 지나친 발효를 억제하기 위해 고두밥을 냉수로 씻어 냉각시키는 한편으로, 술독을 찬물 속에 담가놓는 방법을 동원하게 된 것이다.
여름철 양주가 어렵다는 것은 무엇보다 죽이나 떡, 고두밥 등 술 빚을 원료의 냉각이 어렵다는 데 있다. 원료의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술을 빚게 되면, 주변의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발효가 빨라지는 동시에 술덧의 온도 상승이 빨라지기 때문에 어느 단계에서 냉각시켜야 할지 품온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문헌에서 목격되는 바와 같이 ‘부의주 ’보다는 물의 양이 적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여름철에는 술 빚는 물의 양을 줄이는 방법 또한 품온의 상승이 빨라지는 현상과 과발효로 인한 산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청서주’를 빚을 때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청서주(淸暑酒)’에 사용되는 고두밥을 씻고 냉각시키는 물은 깨끗하고 순수한 샘물이나 지하수라야 실패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돗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는, ‘청명향’이나 ‘하시절품주’ 등 여름철 주품 편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한편, ‘청서주’ 주방문을 응용하면 겨울철의 영하 온도에서도 안전한 발효를 도모할 수 있다. 한 겨울철에 주의를 소홀하여 죽이나 떡, 고두밥 등 술 빚을 원료가 지나치게 차가우면 오히려 발효가 더뎌지거나 감패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청서주’ 와는 반대로 큰 그릇의 한가운데에 술밑을 안친 독을 앉혀서 그 주위에 따뜻한 물을 채워 놓으면 술독이 따뜻하게 되어 발효가 원활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때도 물이 식지 않도록 따뜻한 물의 온도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 청서주(淸暑酒) <故事撮要>, <甘藷種植法>, <攷事新書>, <群學會騰>, <林園十六志>, <海東農書>
술 재료 : 찹쌀 1말, 누룩가루 2되, 물 (2병)
술 빚는 법
<청서주(淸暑酒)> 찹쌀 1말을 곱게 찧어 아침에 흐르는 물에 담가둔다. 따로 누룩가루 2되를 물 (반 병)에 담가둔다. 저녁에 밥을 쪄서 서늘해 질 때까지 우물물에 씻는다. 물기를 없애고 물에 담가두었던 누룩가루를 체에 밭쳐 찌꺼기를 없애고 고르게 섞는다. 다음날 저녁에 냉수를 큰 그릇에 담아 (그 안에) 술 빚는 항아리(를) 가운데에 놓고(앉히고), 날마다 물을 바꾼다. 다시 36일이나 37일이 지나면 항아리 위에 맑게 된 것을 병에 넣고, 항상 술병에 술을 넣고는 물에 채운다. 이 처방은 여름에만 쓸 수 있다.
◈ 청서주(淸暑酒) <山林經濟>
술 재료 : 찹쌀 1말, 누룩가루 2되, 물 반병(1되 5홉)
술 빚는 법 : ① (아침에) 찹쌀 1말을 정히 씻어(백세 하여) 흐르는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려 놓는다. ② 누룩가루 2되를 물 반병에 담가 하룻밤 불려 물 누룩(水麯)을 만들어 놓고, 저녁에 체에 밭쳐 찌꺼기를 제거하여 누룩 물을 만든다. ③ 저녁에 불려 둔 쌀을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④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수돗가로 가져가서, 몇 번이고 물을 시루의 고두밥에 부어서 얼음같이 차게 식힌다. ⑤ 다음날 고두밥에 물기가 없어졌으면, 누룩 물에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⑦ 다음날 저녁에 큰 자배기에 찬물을 가득 넣고 술독을 자배기에 넣어 놓는데, 매일 찬물을 2~3회 바꾸어 주면서 6~7일간 발효시킨다.
<청서주(淸署酒)> <故事撮要>를 인용하였다(精鑿粘米一斗 朝浸活水 別以麴末二升 分浸二甁水. 同日夕蒸熟 和水半甁 待其盡漬 擧甑就井 注洗蒸飯 以冷爲度 去水氣後 以浸麴水. 用篩除滓拌均 翌日夕 盛冷水於大器 以釀瓮安其中 日易水再三 六七日上槽. 常以盛酒甁 浸水用之. 此方只宜暑月. <攷事>).
◈ 淸暑酒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술 재료 : 찹쌀 1말, 누룩가루 2되, 물 2병, 쌀 담갔던 물 반병
술 빚는 법 : ① 찹쌀 1말을 정히 씻어(백세 하여) 생물에 하룻밤 불려 놓는다. ② 아침에 누룩가루 2되를 물 2병에 담가 물 누룩을 만들어 불렸다가, 저녁 때 체에 밭쳐 찌꺼기를 제거하여 누룩 물을 만든다. ③ 다음 날 씻어 건진 쌀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고, 쌀 담갔던 물 반병을 팔팔 끓인다. ④고두밥이 익었으면, 끓고 있는 물을 퍼서 즉시 시루의 고두밥에 골고루 나눠 뿌려준다. ⑤ 한 시간 전에 여러 그릇에 미리 물을 많이 받아 놓는다. ⑥ 고두밥이 물을 다 먹었으면 시루째 떼어 수돗가로 가져가서, 몇 번이고 시루의 고두밥에 부어서 얼음같이 차게 식힌다. ⑦ 다음날 고두밥에 물기가 없어졌으면, 누룩 물에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⑧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⑨ 다음날 저녁에 큰 자배기에 찬물을 가득 넣고 술독을 자배기에 넣어 놓는데, 매일 찬물을 2~3회 바꾸어 주면서 6~7일간 발효시킨다.
<청서주 淸暑酒> 찹쌀을 정이 찌여 한말을 생물에 당그고 따로 누룩가루 두되를 두병 물에 당가 놓고 그 저녁에 당근 물을 서 물 반병을 붓고 물을 다 쌀이 먹거든 시루를 떼여 놓고 샘물을 들어부어 몇 번이든지 차기워지게 하고 물기가 다 없거든 누룩 당근 물을 체에 밧처 찌꺼기는 버리고 그 물에 찐 밥을 섞근지 그 이튿날 저녁에 큰 그릇에 냉수를 붓고 술비진 그릇을 그 가운데 놓고 매일 찬물을 두세 번식 바꾸어 육칠일 만에 주조에 올리되, 술 담은 병을 물에 채여 먹나니 이것은 여름 달에 맞당하니라.
淸暑酒 <酒饌> 精鑿粘米一斗朝活水又以曲末二升分浸二甁水而同日夕以米烝飯以井花水注洗以凉爲度去水氣後乃好曲末浸水用篩去滓和均翌日夕盛冷水於大器以釀缸安其中日易水再三巡六七日熟淸上酒槽常以盛酒甁浸水用之此方只宜夏用.
박 록 담(朴 碌 潭)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