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酒에도 價性比가 있는가

김원하의 취중진담

 

飮酒에도 價性比가 있는가

 

요즘 경제용어로 가성비(價性比)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는 가격 대비 성능비의 준말로 돈(Paisa)과 보상(Vasool)의 합성어다. 인도에서는 가치가 충분하다면 돈을 더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소비활동에 대한 긍정적 용어로 사용되는 말로 ‘파이샤 바슬’이라고 한다. 이 말은 물론 힌두 어다.

음주문제를 가성비에 접목시켜보면 이렇다. 거래처 상대방에게 술 한 잔 사고 거래만 성사 시킬 수 있다면 술값이 아깝지 않은 것. 바로 이런 것이 가성비다. 그래서 접대문화가 발전 해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사회에서는 처음만난 사람과도 친숙해 지기위해 술을 권한다. 서먹했던 분위기가 몇 순배(巡杯) 돌고나면 오랫동안 사귀 선·후배라도 되는 양 형님 동생으로 호칭부터 변한다. 술의 순기능이다.

왕권시절 왕이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사람에게 내리는 ‘어사주(御賜酒)’를 비롯해서 특별히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리는 하사주(下賜酒) 등은 가성비가 아주 높았을 것이다. 어사주나 하사주를 받는 다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문의 영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때론 왕이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어 사기를 북돋아 주기도 하고 소통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때 용기 있는 신하는 술기운을 빌어 왕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기도 했을 것이다.

술로 인해 왕과 신하가 형식이 아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값진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는 술을 좋아했던 대통령도 꽤 많았다. 그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궁정동에서 술을 마시다가 부하가 쏜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했으니 술꾼으로는 여한이 없을 법도하다. 당시 잘 알려지지 않던 시바스리갈이 이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져 일약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물론 박 대통령은 막걸리를 즐겨 마시기도 했다.

그 밖에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술은 단양 대강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였다. 노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5년 5월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 마을을 방문했을 때 노 대통령은 ‘대강막걸리’ 중 ‘오곡막걸리’를 연거푸 6잔이나 마셨다고 한다. 이후 퇴임 때까지 ‘대강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노 대통령이 퇴임하고 봉하마을에서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대강막걸리 조재구 사장은 봉하마을로 막걸리 2천병을 보냈다. 노 대통령은 행사 때 이 막걸리를 사용하고 답례로 인삼을 보냈다. 이 인삼으로 조재구 사장은 인삼주를 담아 지금껏 보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 중학교 시절 배곺음을 이겨내기 위해 이웃 양조장에서 술찌거미를 얻어먹었다고 했다. 이런 여유로 술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서 현대건설에 입사시 당시 정주영 회장이 강릉해수욕장에서 신입사원들과 모래판에서 벌린 막걸리 시합에서 정 회장을 이길 정도로 술이 센 대통령이었다.

주당들은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박 전 대통령이 술이라도 좀 했으면 저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은 초기부터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불통’이란 딱지가 박 대통령에 붙여졌는데 술은 이 같은 불통을 소통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술의 순 기능 중 하나가 대인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여·야 대표나 비딱한 의원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그들의 속내를 들어 주었다면 최순실 이야기도, 문고리 3인방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끔씩 자기를 반대하는 정치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협조를 당부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몇 순배의 술잔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 이만한 가성비도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왜 배우지 못했을까.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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