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주들과 겨누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반열에 오른 오미로제

오미나라 양조장 정문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名酒를 만드는 오미나라 李鍾玘 대표

열정과 장인정신으로 양조인생 37년… OmyRose 개발 성공

세계 명주들과 겨누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반열에 오른 오미로제

(삶과술=김원하 기자)“세계 최고 명주에 대한 그 열정이 오미자 와인 ‘OmyRose’를 탄생시켰습니다.”

OmyNara 홈페이지 첫 장면에 나오는 문구다.

대부분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홈페이지라면 의당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데 반해 ‘오미나라(대표 李鍾玘, 64)’ 홈페이지는 제품에 앞서 이종기 대표를 클로즈업하고 있다.

왜일까?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오미자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5가지 맛이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 오미자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 자리 잡고 있는 ‘오미나라’를 방문해서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궁금증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첫 인상은 영락없는 시골농부다. 와인을 취급한다면 어딘지 모르게 세련되고 깔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 대표는 이웃집 아저씨 같고, 막걸리를 사발로 들이킬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 사람이 37년간 오직 세계 최고의 명주(名酒)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열정을 바쳐서 개발한 술이 오미로제(OmyRose)다.

말이 그렇지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길을 평생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각고의 노력으로 이 대표가 개발해 낸 오미로제는 이제 세계 명주들과 겨누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반열에 오를 만큼 명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명주를 만들어 낸 이 대표가 첫 장면에 등장 한 것은 당연했던 것 같다.

오바마 전 美, 대통령 방한 시 만찬주로 로제 사용.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2017년 7월 내한 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찬을 했을 때 만찬주로 오미로제로 축배를 든 것은 유명하다.

오미로제
오미로제를 증류하여 만든 달
사과를 원료로 한 문경바람

좋은 술을 만들겠다는 장인 정신으로 빚어낸 오미로제는 맛이나 향, 느낌, 스토리 면에서 어느 와인과도 비교해서 뒤지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소주·맥주가 국내 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날개를 달기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술은 소통입니다’

<이종기 교수의 술이야기> 같은 주류관련 많은 책들을 펴내고 한 평생 술과 씨름해온 이 대표

에게 물었다.

-우문(愚問)입니다. 술은 무엇입니까?

“술은 소통입니다. 자기 자신의 내면과 소통이 첫째고요, 둘째로 외부와의 소통입니다.”

-그렇다면 불통이란 소릴 듣는 정치가들이 술을 마시면 소통이 잘 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요. 취중진담이란 말도 있지 않아요. 맨 정신으론 하기 힘든 말도 얼근하게 한잔 하면 속내를 드러낼 수 있으니까 소통이 잘 되겠죠.”

-소통을 위해서 주량이 대단하시겠네요.

“젊었을 때는 참 많이 마셨습니다. 술 회사(OB맥주)에 다닌 덕도 있었지만 선비집안에서 자란 덕에 보고배운 것이 음주 아니겠어요, 요즘은 내가 만든 와인 외에는 마시지 않습니다.”

‘오미로제’는 향도 좋지만 상큼한 맛과 색깔이 일품

오미자(五味子)는 단맛·신맛·쓴맛·짠맛·매운맛의 5가지 맛이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중에서도 신맛이 강한 과실이다.

이종기 대표가 오미자를 보고 와인을 떠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의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는 서울농대에서 농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1980년 두산 씨그램에 입사 하여 패스포트, 썸싱스페셜, 블랙스톤을 개발한 국내 마스터 블렌더 1세대다. 96년에는 윈저와 골든 블루 등을 개발하며 국내 위스키 시장을 선도해온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앉은 사람)_과 리쿼리움의 김종애 관장

1990년 본격적으로 양조학을 배우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유학 갔을 때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가져온 술로 시음회를 열었을 때 인삼주를 가져간 이 대표는 주임교수가 시음을 한 후 죠크를 했다.

“자니 이 술은 허브향도 있지만, 조미료 맛이 지배적인 것 같군!”

이런 혹평을 듣고 나서 이 대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는 한국 명주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1993년부터 2006년 디아지오코리아의 부사장직을 그만둘 때까지 포도, 배, 사과 같은 과일로 시작해 쌀, 보리, 고구마, 감자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농작물을 연구하며 우리 술에 대한 연구를 틈틈이 해왔다. “그 중에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재료가 바로 오미자였어요.”

2006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문경에서 오미자 와인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미로제가 숙성되고 있다
오크통에서 오미로제가 숙성되고 있다

5년간의 피나는 연구와 노력 끝에 2010년 말 오미자 와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갖게 되었고, 2011년에 3년 숙성한 로제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를 탄생시켰다. 오미로제는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시키는 프랑스 샹파뉴 방식으로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오미자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오크통 숙성으로 해결점을 찾은 것은 행운이라고 이 대표는 술회한다.

일반 와인에 비해 오미로제는 향도 좋지만 상큼한 맛과 색깔이 일품이다.

‘오미나라’에서는 오미로제를 증류하여 52% 500㎖인 고운달 오크와 백자를 각각 360만원에 출시하고 있는데 이 술은 세계 명주와 겨누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양조학의 대가인 이종기 대표가 후학들을 위해 양조학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 통해 후학들 양성

경상북도 문경은 백두대간의 중심부로서 산간 고랭지가 많다. 또한, 배수가 잘되는 계곡의 산간 밭에서 자란 오미자는 색깔과 향기와 맛이 진하여 그 품질이 뛰어나다.

‘OmyRosé’는 자매농장인 청화원과 같은 해발 300m 이상의 산골, 천혜의 조건을 갖춘 농가에서 재배된 유기농/무농약 원료만을 고집한다.

그래야만 좋을 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아직도 우리나라는 양조학 측면에서 보면 낙후된 면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술을 빚는 재료가 좋아야 좋은 술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적당히 빚는 술을 가지고는 세계화에 뛰어들면 승부를 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K팝을 비롯한 BTS(방탄소년단) 같은 가수들이 전 세계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어 질 좋은 술이 있다면 편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이런 때 정부도 농민들에게 질 좋은 농업정책을 펴고 이를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다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식량이나 가공식품 원재료를 값싼 수입품에 의존토록 한다는 것은 나쁜 정책이고, 특히 술을 빚는 데 있어 지나치게 수입 농산물에 의존토록 하는 것은 장차 농민들에게 희망을 빼앗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미나라에서는 와인을 제대로 마실 수 있는 ▴와인에티켓 프로그램▴전통적인 스파클링와인 제조공법▴증류주 제조에 대한 특강과 더불어 발효실, 증류기와 숙성고를 견학하고 브랜디를 비교 Tasting 할 수 있는 증류주 제조 기본교육 프로그램▴친환경 오미자를 원료로 정통발효공법과 오크통 숙성방식으로 와인을 제조하는 오미나라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오미나라 농원, 시설, 제조과정의 설명과 함께 오미로제 와인과 브랜디를 Tasting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일반 관광객도 손쉽게 와인에 대한 이해와 에티켓을 접할 수 있다.

또 오미로제 프리미어 와인 또는 문경바람을 병입, 코킹 및 캡실링후, 기념문구가 담긴 라벨을 부착하여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나만의 기념주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젊은 연인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오미로제를 증류 하는 증류기

문경사과로 만든 증류주 ‘문경바람’도 인기 몰이

기자가 오미나라를 찾은 날, 문경에서는 사과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리쿼리움 김종애 관장의 권유로 축제장을 찾은 기자는 사과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것을 처음 알았다. 전 세계적으로 8천여 종이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색깔이야 비슷비슷해 보이건만 맛배기로 먹어본 맛은 제각각이었다.

이종기 대표는 문경의 대표적인 사과를 가지고 맛있는 술을 개발하겠다는 일념에 마침내 사과를 이용한 숙성 증류주인 ‘문경바람’을 개발해냈다.

현재 알코올 도수 25%와 40%의 술을 유러피안 오크통에서 300일 숙성하여 출하하고 있다. 이 술은 쉽게 말해서 사과 브랜디라고 말할 수 있다. 문경바람Oak 뿐 아니라 문경바람 백자라는 제품도 있는데 이건 백자에서 숙성을 시킨 제품이다.

‘고운달’이든 ‘문경바람’이든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술들은 아니다. 소주나 맥주처럼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미나라에서는 좀 더 대접받기를 위해서 차별화 정책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호텔이나 고급 한정식 집 같은데 납품을 하다 보니 소위 대폿집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술이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주문이 가능하여 벗들과 품위 있게 한 잔 하면 그 멋 또한 풍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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