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도 나오는 선령비(仙靈脾)주 개발에 도전장

심봤다농원 이춘우 대표

‘심봤다 농원’ 李春雨 대표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선령비(仙靈脾)주 개발에 도전장

 

이춘우 대표와 부인 윤미화 씨가 그동안 담가본 전통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말이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했던 일보다는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오히려 후회한다”

젊은이들은 얼른 이해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연륜이 쌓이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나이든 어르신들이 젊은이들도 소화하기 힘든 일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일이 많아진 세상이 되어 간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풋 노인 소리를 들을 정도의 육종가가 새로운 전통주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어 또 하나의 전통주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 소재 ‘심봤다 농원’ 대표 李春雨(74) 씨와 그의 부인 윤미화(64) 씨 이야기다.

‘심봤다 농원’ 이춘우 대표는 현재 강원지역 50여명의 육종가 모임인 ‘강원지역민간육종가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회원 가운데는 감자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감자 명인, 당귀품질 개선에 열심인 당귀 명인과 4명의 박사 학위 수여자가 있는 만큼 여타 시·도보다 활발한 육종에 힘쓰고 있어 국립종자원과 산림청으로부터 높은 평판을 듣고 있는 단체다.

농원에 핀 야생화를 둘러보는 이춘우 대표

이춘우 대표는 현재 이 단체를 이끌면서 230여 가지 야생화를 기르면서 우수품종을 선별 하여 육종하는 육종가(育種家)다.

대도시 화단에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는 상당수가 이 대표가 길러낸 꽃일 수도 있다.

이런 육종가가 전통주에 필이 꽃인 것은 그가 오래 전부터 품어 왔던 강릉 최 씨인 어머니의 술맛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어머니께서는 외할머니로부터 여러 약용주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아 아버님에게 시집을 오셨고 고향 선산에 자생하는 삼지구엽초를 이용한 선령비주도 제조하여 아버님과 친인척들에게 나누어 주곤 하시였는데 그때 뒷방에서 몰래 술을 퍼 다가 마셨던 어릴 적의 그 술맛이 지금도 느껴진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과일이나 약초를 이용하여 담가본 약주술들.

10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는 술항아리와 증유할 때 쓰시던 대형 가마솥과 솥뚜껑 등의 유품을 보면 그때 그 술맛이 더욱 그리워져 어머님의 제조기법을 재현하여 끊어진 맥을 이어 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원주시 소초면 수암리에 계시는 둘째 누님을 찾아가 기억을 되살려 여러 번 재현 하여 보고 체코 프라하 자테츠에 있는 호프연구소, 헝가리 브다페스트소재 황실 약초주 박물관, 동시 5,000명의 손님을 수용한다는 독일의 술집에서 흑맥주의 맛을 음미한다면서 마시고 또 마시여서 두주불사의 주당임을 자신하던 이 대표가 독일의 맥주에 취하여 자존심을 상하였던 일과 지난 해 6월 중국 단동 백두산 연해주를 여행사면서 예뿐 술병을 수집하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폭음을 하는 등 12개국의 주류산업 현장을 방문 견학 하면서 주류 산업의 흐름을 파악했다고 했다.

이런 견문을 쌓으면서 직접 술을 담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술 전문가(?)들에게 양조 기술 배우기를 3년여. 양조장도 짓기 전 ‘평창주류천하’라는 상호 등록부터 했다는 평창 전통주 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이 대표에게 술 이야기를 들어본다.

선령비(仙靈脾)주를 본격생산하면 사용할 상호는 ‘평창주류천하’ 사진은 삼지구엽초를 침출주로 담근지 3년 된 술.

삼지구엽초를 주원료로 한 선령비(仙靈脾)주 개발

황금 돼지띠해인 기해년초 평창까지 가는 길은 한가했다. 서울은 서설(瑞雪)이 자취도 없이 녹아버렸건만 평창 땅에는 아직도 그 때 내린 눈이 산자락에 남아 있다. 역시 동계올림픽을 치를만한 고장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인터체인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대표의 자택은 개인 주택치고는 꽤 큰 3층 건물이다.

-집이 상당히 크네요.

“원래는 민박집으로 짓고 한 때는 여기서 민박도 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머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늙어가면서 편하게 살자며 민박은 집어치우고 두 내외와 막내아들하고만 삽니다.”

찾아간 목적이 전통주 개발이야기 여서 술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하시고 있는 일이 야생화 육종사업이신데 어쩌다가 전통주를 담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신건가요.

“제가 취급하는 야생화 가운데 삼지구엽초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삼지구엽초는 건강에 좋은 약초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본격적인 전통 주를 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3년 전 소주에 담가놓은 삼지구엽주를 보여준다. 보통 삼지구엽초를 넣어서 만든 술을 선령비(仙靈脾)주라고 한다. 선령비주는 동의보감에도 실려 있을 만큼 강한 미약(媚藥)으로서 중국에서 방중비사(房中祕事)의 묘약으로 전해지고 있다.현재 이춘우 대표가 준비하고 있는 술은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를 주원료로 한 전통주다. 강원 지역에는 자연산 삼지구엽초가 흔하게 자생하고 있고, 이 대표 농원에서도 재배하고 있는 식물이다.

삼지구엽초는 한약 명으로 ‘음양곽(淫羊藿)’이라 하며 전초(全草)를 이용하는데 달고 매운 맛을 내며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보신장양(補腎壯陽:신장을 보하고 양기를 강하게 한다)의 효능이 뛰어나다. 특히 남녀의 성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고, 풍습(風濕)으로 인한 근육통증에 응용하는 약재로도 활용하는 식물이다.

삼지구엽초를 일반적으로 음양곽 으로 부르는데 음양곽으로 불리는 유래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중국에서 유래된 음양곽은 양의 음탕함을 뜻하는데 중국의 한 양치기 목동이 어느 날 수상한 숫양을 보게 된다. 그 숫양이 하룻밤에 여러 마리의 암양을 취하는 것을 보고 다음날 유심히 그 숫양을 지켜보니 삼지구엽초를 뜯어 먹고 있어서 삼지구엽초를 음양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삼지구엽초의 지상부를 건조한 것을 음양곽이라 하여 한방에서 강장 및 강정제로 빈번히 처방하는 중요 약재의 하나이며, 특히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도 그 소비가 증가 추세에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삼지구엽초의 유효성분인 이카린의 함량은 5월에 채집한 자연산에서 0.17%인 것에 비해 9월 중순에 채집한 자연산에서는 0.85%로 약 5배 높은 함량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이런 삼지구엽초를 가지고 술을 만들면 자연히 강장효과를 볼 수 있는 기능성 술이 될

것으로 믿고 이 대표는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술 먹으면 모두가 변강세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처음 시작했던 장뇌삼, 토사에 망쳐버려

“심봤다”라는 말은 감탄사로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하였을 때 세 번 외치는 소리다. ‘심봤다 농원’ 이름만 보고는 장뇌삼 같은 것을 취급하는 농장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야생화를 길러 내는 농원이다.

-농원 이름이 재미있네요, 장뇌삼도 재배하시나요.

“현재 장뇌삼은 취급하지 않지만 장뇌삼에 대한 꿈은 항상 안고 삽니다. 머지않아 장뇌삼도 취급할 계획입니다.”

이춘우 대표는 그의 저서 <심봤다 농원>에서 농원 이름을 ‘심봤다’라고 지은 것은 ‘희망이며 행운이 함께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는 그가 농원을 시작한 목적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의 전직은 경찰관. 71년 강원경찰에서 순경으로 시작하여 90년 경위로 퇴직했다. 주로 경찰에서 수사업무를 담당했었다고 한다. 경찰학교 졸업생들이 승승장구(乘勝長驅) 하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진급은 어렵다고 보고 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경찰에 몸담아 있을 때 삼척시 노곡면 여삼리는 버스도 하루 한번 들어가는 오지였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장 보러 오갈 때 택시를 타고 다녔다. 이상타 여겨 눈 여겨 보니 장뇌삼을 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이춘우 씨도 퇴직하면서 장뇌삼을 하기로 마음먹고 지금 터 잡고 있는 인근 야산을 매입하여 장뇌삼을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 어느 정도 수확을 할 무렵 큰 비가 내리면서 인근 공사장 토사가 농장을 덮쳐버렸다. 몇 년 동안 공들였던 장뇌삼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첫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어렸을 적부터 관심을 가졌던 야생화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뇌삼의 꿈을 버릴 수 없어 인근에 8천여 평을 매입하여 다시 장뇌삼 재배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벌이나 나비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망을 씌워 놓은 야생화. 이 때 수정은 파리가 한다.

육종농가에선 귀한 대접 받는 파리

이 대표가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라고 했다.

횡성군 안흥면 지구리가 고향인 이 대표는 서울의 대동상고를 다니면서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갈 때는 꽃가게에서 예쁜 꽃들을 사가지고 고향에 내려가 심곤 했다. 6남매의 막내인 이 대표의 부친이 방앗간을 했기에 서울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지만 68년 부친이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바람에 대학보다 군대를 가야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육종가가 된 것은 아마 타고 난 성격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군대 시절에도 산야에 피고 지는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길을 가다가도 꽃집 같은데서 예쁜 꽃들을 발견하면 발길을 멈추고 꽃구경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고 한다.

현재 ‘심봤다 농원’ 규모는 시설면적 노지포장 27,000㎡, 비닐하우스 9920㎡(26개동)으로 주요 작물재배는 꽃잔디, 잔디패랭이, 상록패랭이, 제비꽃 같은 지피식물(地皮植物:자라면 토양을 덮어 풍해나 수해를 방지하여 주는 식물)을 비롯해서 참나리, 작약, 수선화 같은 구근식물. 꽃창포, 부들, 부레 옥잠 같은 수변식물. 바위솔, 돌나물 식물 등 230여 가지를 재배한다.

이 같은 야생화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225개 품목이 등록되어 있어 전국에 팔려나간다.

-그 많은 야생화를 길러 내는데 가장 힘드신 일은 어떤 것인가요.

“심고 거름 주고 물주는 일이야 자동화 시스템으로 하니까 크게 어려움이 없는데요, 벌과 나비가 하는 화분 교배 임무를 파리를 길러서 육종에 응용하는 재미있는 일도 있습니다.”

-파리라뇨,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그 파리(Fly)말인가요?

“예 맞습니다. 육종농가에선 파리가 귀한 대접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왜요?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그 종류에 따라 자유방임 상태의 화분 교배시 다음 세대에 수십 가지로 잡종화 되어 상품가치를 상실 할 수도 있습니다.

이의 방지를 위하여 개화 화분 교배시기에 벌, 나비 등의 곤충들이 접근 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망사 그물을 씌우고 그 속에 사육한 파리를 넣어주어서 벌과 나비의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먹이는 설탕물을 담은 작은 병에 심지를 박아 땅에 심어주면 맛있게 먹으면서 화분 교배를 잘하여 준다고 한다.

임무가 끝나면 망사를 걷어내고 날려 보내주면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하면서 박수 쳐 줍니다.

‘심봤다 농원’을 이춘우 대표와 같이 운영하고 있는 윤미화 씨는 퇴직 후 농장을 운영하면서 강릉대학교에서 환경조경학과 석사 과정을 공부했다. 지금 농원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윤미화 씨는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식물들을 돌아보며 찾아간 기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 나갔다. 그 많은 식물들의 성장부터 습성까지….

이 가운데는 전통주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놓을 ‘선령비주’의 주원료가 될 삼지구엽초도 자라고 있겠지….

어느 따뜻한 봄날, 도회지 화단에서 예쁘게 치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그 꽃들이 기다려진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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