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정책의 품격을 높이자

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 23

술 정책의 품격을 높이자

시대정신에 맞춘 정책방향 설정과 정책 과정의

투명성을 갖춘 정책전환이 생명이다

조성기(경제학박사 아우르연구소, 대표)

 

새해, 술 산업도 정책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술은 그저 잘 마시면 그만인가? 아니다. 정책의 목표설정과 정책과정이 완전히 변해야 한다.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행복한 소비자들이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과거 정부 주류정책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왜 목표를 거론할까? 작년부터 종량세와 지방세 전환문제 등 정책전환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십 수 년 전 면허권 지역 외 판매규제완화 정책 이후 도매업도 과열경쟁이 심각해지지 않았던가. 주류산업의 규제 정책은 산업정책의 뿌리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그 과정은 어떠했는가?’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종가세를 종량세로 체제를 바꾸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기재부는 작년 주요 정책 이슈로 주세체제 문제를 제기했다. 주세정책은 전환 시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산업의 문제는 구조, 과정상의 경쟁, 성과, 건강, 환경 등 다양하다. 그런데 그 문제들의 중심에 주세문제가 있다. 주세체제의 변화는 주종 간 형평성문제와 상대가격의 격차 발생, 소관부처 문제와 관련 지역 간 격차 문제 등 다양한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선언은 ‘조세 중립적 종량세제로의 개편’이었다. 국민들에게 주세로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제시된 방향이 국민들과 공감대를 이룬 것인가?’ 국민도 과정상에 개입되지 않았을 때, 국민이 자세히 그 의견을 들은 흔적이 없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과정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묻자. “정부의 ‘조세 중립적 세제 개편’이란 대전제는 누구와 어떤 과정을 걸쳐 협의하고 설정된 것일까요?” “그 정책 전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궁금하고 이해 안가는 점이 산재해 있다.

주세정책의 변화는 산업관계자 뿐 아니라 국민들이 주목하는 과제다. 술이 국민생활에 영향을 크게 주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내국세 중 주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5%대로 낮아졌다고 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은 인식상의 오류다. 단순히 숫자가 크고 작은 것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주세정책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관찰해보자. 정부의 주류 정책관을 점검해 보기 위해서다. 조선조말 탁지부 시대로부터 되돌아가 보자. 역사 속에서 주세는 어떤 모습을 갖추고 변해 왔을까? 정책의 방향성은 어디에 두어지고 있었을까?

1909년 융희3년 2월 8일. 법률 제 3호로 주세법이 간접세 중 가장 먼저 공포되었다. 주류제조장들은 정부의 면허를 받았고, 양성주·증류주·혼성주 별로 차등을 주어 제조석수에 따라 세액이 정해졌다. 최초의 주세는 부피 기준 종량세였던 것이다.

1916년 일제 총독부가 들어와 개정 할 때 증류주 중 높은 도수의 술에 더 많은 세액을 부과했다. 종량세를 구체화 한 것이다. 탁주, 약주, 맥주 기타양조주 순으로도 세액이 많았다. 부피와 알코올의 무게 이외의 기준도 생겨 다양한 기준이 섞였다.

1910년대 말이 되면 내국세 대비 주세 비중이 7%까지 높아진다. 그러던 주세 비중은 일본 제국주의가 전쟁에 돌입하면서 내국세 대비 30%까지 치솟았다. 1940년대에는 역시 종량세였고, 탁주 맥주 소주 청주 순으로 세액이 많았다. 부피와 도수에 품질까지 뒤엉킨 세액구조로 바뀐 것이다. 소위 종량세와 종가세가 혼합이 되고 있다. 이를 어찌 해석할까? 정책 목표를 ‘통치자금의 규모’ 자체에 두는 정책목표를 가졌던 것이다.

1948년 독립 후 정부 수립과 함께 산업부흥과 경제안정이 정책목표로 제시되었다. 정부 수립 초기에는 더욱이 주세가 청량 음료세와 통합 되어 운영되었다. 당시 주세가 음료세였던 것이다. 술이 음료라는 인식은 정책당국의 술의 정체성 인식에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그 당시 주세법은 세수나 양곡절약을 목표로 한 주세였다. ‘술 자체’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책의 변화도 세율을 높여 정부운영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를 위해 세수 실적, 밀주 증감, 도산 양조장의 수를 세율조정할 때 참고 했다. 식량자원의 상태는 부수적 관심사였다.

1960년대에는 기존의 종량세와 종가세 혼합체재를 종량세로 통합한다. 다시 1967년에 종가세제로 제도를 바꾸면서 고급주류에 대한 세율을 높인다. 여전히 정책목표가 세수 자체에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운 증거들이 보인다.

법률 제 968호를 보면 고급주에 대한 중과 위주로 세율을 조정한다. 탁주 약주 주정 등에 대해 종량세를 유지하지만 1971년에는 탁주와 약주 까지도 종가세를 적용한다. 1974년의 법률 2693호에 고급 주류의 ‘소비억제’를 위해 세율을 높인다는 구절이 있다. 법의 문구와 달리 ‘소비억제’ 보다 ‘수요가 늘어나는 주류에 대한 세율인상이 목표가 아니었을까?’라는 해석을 하게 된다.

1976년의 법률 2929호에서는 외화절약을 목표로 세법을 바꾸고 수출용 원료주류의 주세액을 환급하여 이중과세를 막는다. 1990년도의 법률 4284호에 와서 국산주류의 고급화와 다양화, 주류의 발전을 위한 조치 등 품질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목표가 설정된다.

소주 등 제조 원료로 쌀 사용을 허용하고, 1993년도에 주류제품의 다양화를 위해 세율을 합리화한다는 개념이 생겼다. 농민과 생산자 단체가 주류산업에 참여하여 소위 전통주 생산을 늘리도록 법을 바꾼 것이 그때다. 그 이후 1995년에 위스키와 브랜드 세율을 인하하고, 맥주 세율도 인하한다.

이때 맥주 세율의 인하이유를 주종 간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설명이 부가된다. 그 이후에는 맥주세율을 계속 낮추었다. 세율인하의 목표가 해당 주류의 육성이었다면 위스키, 브랜드, 맥주 등의 육성정책인 셈이다. 그러니 주세정책은 당시에 내건 국내주류의 품질 개선 및 다양화와 크게 괴리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소주와 위스키 등 도수가 크게 차이 나는 증류주의 세율이 같아져 또 다른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되었던 것이다.

정책의 역사를 이같이 복기한 결과는 무엇일까? 주세정책의 목표가 일정치 않았고 세율변화가 ‘상황 논리’에 근거한 것이었다. 우리 정책사가 그랬다. 게다가 정책목표와 주세정책 상 일관성도 없었다. 주종 간 형평성도 도수와 품질에 다른 일관성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맥주가 고급주로 인식될 때 세율을 높였다가 수입맥주가 증가하자 저도주로 취급하며 세율을 낮췄다. 한 때 ‘인식된 품질’이 기준 이였고, 상황이 바뀌면 ‘도수’가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고도주인 증류주와 저도주인 맥주의 세율이 같고, 도수 차이가 큰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이 같게 책정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술이 음료로 변하고, 그 음료가 다시 술이 되다니 말이다. 술에 관한 정책 기준도 술의 정체도 엉키고 뒤 바뀌는 반세기였던 것이다.

탁주의 품질도 정부가 원료사용을 규제 정책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세율제도도 종량세와 종가세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전통 주류의 정책도 일정 기준 없이 오락가락 했었던 과거사였다.

이제 정부가 그간의 종가세제를 종량세제로 바뀌겠다고 한다. 정부가 산업과 소비자들에게 그 소식을 ‘통보’하는 분위기라고 해석하면 과할까? 과연 이때 산업과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일방적 정책결정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아직 그렇게 할 것인지, 신뢰할 만한 증거들을 찾기 어렵다. 좋지 않았던 경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자들이나 유관기관의 연구자들이 물밑에서 연구하고 공청회를 갑작스레 연 후 황급히 제도를 바꾼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국민적 저항의 분위기가 나타나면 철회했지만 큰 소리가 나지 않을 땐 밀어 붙여졌었다.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다양했었다. 그 때 그 때 달랐다. ‘대외형평성’이 이유가 되기도 했고 ‘지켜지지 않는 소비억제’가 이유로 제시되기도 했었다. ‘품질개선’, ‘다양성 확보’ 등의 이유도 ‘이유를 위한 이유’였지만 제시되었었다.

과거지사만이 아니었다. 작년에도 정부의 정책전환 추진이 몇 차례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국회 공청회가 개최되면 시민들은 그렇게 변할 것으로 인지하게 된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무리한 정책전환이 없었다. 하지만 급작스런 제도 변화의 불씨는 항상 남아있다. 아니라고 할 상황은 여전히 오지 않고 있다.

기재부의 발표를 보자. “현행 종가세 체제는 고급 주류를 개발하는 데 불리하다. 2020년부터는 소주, 맥주 등 주류 전체를 종량세로 가자”는 것이다. 물론 ‘고급주류 소비억제’를 논하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전에는 기재부가 맥주에 대해서만 종량세 개편을 알린 적도 있다. 과연 무엇이 변할 것이고 그 방향, 이유, 목표는 무엇일가?

어쨌든 주류 전체에 대한 전면적 세제개편이 결정된 것이다. 확정은 아니더라도 그런 국면 하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수제 맥주나 고급 주류 개발이 어렵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수입맥주의 세금이 출고가 기준의 과세체계를 갖춘 국산 맥주 보다 세금을 덜 내 조세 형평에 어긋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소주 가격은 안 올린 채 종량세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예컨대 소주는 도수, 맥주는 부피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100년 전으로 회귀를 하겠다는 것일까? 게다가 종량세로 개편되어도 “세수 중립적으로” 설계하겠다고 했다.

“어떤 산업에도 소비자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 주류 품질도 높이겠다.”는 조세 중립적 묘책이 있다는 것이다. 자원배분과 소비자 부담과 무관한 주세정책의 변화를 하겠다는 정책은 과연 가능할까? 그런 발표 속에서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최종 발표가 기다려진다. 궁금하다.

주류산업의 정책 방향 전환은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세율이 변한다면 소비자 가격의 변화는 통상 3배가 넘는다. 게다가 전후방 연관효과 뿐 아니라 국민 정서 상 영향력도 크다. 서민들의 경우는 정서를 넘어 살림살이에 실질적 영향을 준다. 삶과 노동, 인간관계, 여가의 방식 등에 말이다.

주류정책의 전환은 정부관계자들만의 사안이어서는 안 된다. 산업 관련자들은 물론 국민들과 함께 토의하고 공감대를 가져가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9년에는 연구하고, 2020년부터는 실행하겠다’고 했다. 공감대 구축에 시간을 얼마나 가지겠다는 것일까? 연구결과 즉시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좋아할 정책이 분명히 나온다고 자신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산업 상황을 보자. 정부 수립이후 정부 주류정책의 결과 중 하나가 주류산업의 구조다. 3대 주류인 소주, 맥주, 탁주 공히 3개사 산업집중도(CR3)가 70%가 넘어서고 있다. 그 현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지금 높은 주조기술을 갖추고 있다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0.2%라는 숫자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단기 업적주의로 기술개발에 돈을 쓰지 않는 이유가 전문경영인들의 윤리적 문제일 뿐일까?

그 같은 상황 하에서도 소주와 맥주의 고객만족도가 75점 안팎의 수준으로 측정되고 있다. 소주 수출도 계속 늘고 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한강의 기적 이후 놀라운 기적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그 기적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기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가운데 소비자 의견은 ‘5년 후, 10년 후 현재 시장이 상당부분 소멸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한 일은 실제로 발생할 것인가?

도매업은 다행히도 아직은 중소기업이 주력이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기술적 발전을 꿈조차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극화가 끝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이윤추구 성향뿐이 아니다. 정책과 제도적 부실이 이유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소매업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소매가 가능한 제도가 소매단계를 음주문제의 무방비 상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높은 음주문제를 가진다. 2010년 전후하여 개선되는 징후가 나타나서 다행이다. 하지만 알코올 사용장애 평생유병율이 13.4%(2016년)나 된다. 순알코올 소비량도 9리터 내외로 높은 수준이다. 많이 마시면 알코올 문제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연 문제의 소재는 어디일까? 새 주세체계를 논할 때 정책전환의 필요성, 정당성과 유효성 등 기본과제를 분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책전환의 목표를 고품질 주류개발과 해외 주류와의 과세 형평성 제고에 두고 있다는 발표뿐이 아니던가. 주류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개선해 가면서 정책전환을 하겠다는 뜻이 표현되지 않고 있다. 대증처방만 한다면, 그 같은 변화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주세체계가 변하지만 국민들에게도 산업에도 추가부담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바꿉시다.” 라는 방식의 변화가 과연 품격 있는 21세기 정부의 태도일까? 산업의 왜곡된 구조나 제조 유통 시장과정 상의 문제들, 소비의 문제들은 정부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번에 정책을 바꿀 때 정부는 적어도 그 문제들에 대해 근본을 검토하며 개선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아침에 많은 변화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30만개가 넘는 양조장들이 마을 마다 입맛에 맞는 다양한 술을 만들어 즐기던 100여 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종량세체제의 재도입을 검토할 때 국민의 건강에 대한 정책목표 쯤은 제시 되는 것이 좋겠다. 적어도 그런 과정이 함께 논의되면 좋겠다. 실용적 대책만이 최선일 수는 없다. 현대 정부들은 과거와 달리 건강 등 사회적 규제를 주세 정책의 기본과제로 삼는다. 그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그러자면 조세중립적 주세체제 개편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우려가 되더라도 사회의 근본과제를 다루고 결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예를 들어 ‘세제 개편을 통해 음주관련 사망률, 음주운전, 청소년 음주율, 폭음율, 음주 폭행과 사고 등을 줄이겠다’면 반대할 이들도 줄고, 개편의 명분도 분명해지지 않을 것인가?

주류 정책은 농업정책이나 민생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서구에서도 맥주나 와인 주세율을 0세율로 시행하는 경우가 그 경우이다. 앞으로 농작물을 전부 도시의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한다면 무시할 수도 있는 일이다. 불행히도 아직 그와 관련한 정책문건은 제시된 적이 없다. 식량자원의 보전이 주류정책의 목표 중 하나하면, 그에 동의한다면 국산원료로 사용한 주류제조 보호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주세정책을 변화할 때는 그 같은 국책 관련 사안들에 대해 전략적 고민을 하는 흔적을 보여야 할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조세 중립적 세제 개편을 논하거나 “이제 선진국이 되었으니 고품질 주류를 생산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산업경쟁력을 높이자”는 정책목표만을 표명하한다면, 과연 대국민 설득력이 있을까?

지역개발 문제나 전통의 보호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또한 중요한 정책목표 중 하나다. 원료, 제조, 유통, 소비가 연결되는 지역발전 방향은 술 산업을 통할 때 이룰 수 있는 과제다. 각 지역의 전통을 유지하며 ‘살맛나는 지역 만들기’의 촉진제가 술이 아니겠는가. 주세를 바꾸거나 국세를 지역세로 바꾸는 정책도 그와 같은 맥락 속에서 추진되어야 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세화 문제도 그저 추진할 일이 나라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들을 가진 일이다. 문제는 그 같은 전략적 관점이 빠진 주세제도, 주류정책의 변화에는 이의를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산업의 경쟁력에 초점을 두는 정책은 “누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개발에 혼을 불사르고 있을까?”에 대해 심층 검토를 해야 할 일이다. 정책의 유효성을 높이자면 뜻을 가지고 뛰는 자를 도와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 보다는 점유율 제고를 추구하는 산업, 기업, 시장은 어떻게 정상화할까?” “창조력의 개발을 통해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으로 술 산업을 어떻게 탈바꿈 시킬까?” “돈 중심의 무한 경쟁상황, 타사의 이익 탈취행동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가장 기초가 되는 정책적 고려사항은 끝이 없는 일이다. 그 모든 것을 이제 등한시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 시대 정부의 역할 문제인 것이다.

머지않아 5만 불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시대에 적합한 주류정책을 펼치는 국가를 예상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도 과거시대와는 달라진 정책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들이 대거 1인 가구시스템으로 가담하고 있다. 아주 달라지고 있다.

국민소득 1만 불이 넘어가는 시점의 국가는 건강문제에 크게 눈뜨게 된다. 세계적 조류가 그렇다. 3만 불이 넘어가는 시점에는 환경문제를 마음에 둔다. 글로벌 경쟁시스템이 변하면서 농업, 건강, 환경, 전통문화에 대한 위기관리가 정부의 큰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격차사회가 커져 가면서 영세 부문의 생존확보는 중대한 정책 고려 사안이다.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정부개입의 방향이 설정되기를 바란다. 술 정책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정부의 적확(的確)한 역할을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 전환관리를 거론하는 것이다. 술은 일반재화와 다르다. 정부와 사회의 개입이 필수다. 힘을 합쳐 좋은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구축되어 있는 일이다.

정부가 정책적 필요에 의해 세제 개편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정부의 시대적 역할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조세 중립적 개편에 무조건 추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국민들과의 소통과정을 충분히 가지고 추진해야 할 일이다.

품격 있는 주세제도의 정책적 개편이 생명이다. 당장에 제기된 문제 해결 위주로 접근할 경우 큰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노자(老子)에서 말하는 선계(善計), 큰 계산을 해보아야 할 일이다. 주류 정책의 근본을 잘 살펴보며 길을 찾자. 고장 난 부분에 대해 대증처방에 그치지 말고 큰 방향을 잘 잡아야 할 일이다.

조 성기(趙 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아우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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