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전통주 스토리
박록담의 복원전통주 스토리텔링/57번째
힘이 넘치는 술빚기 ‘연일주(連日酒)’
우리 술 빚는 법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 가운데 이양주법으로서 가장 빠른 기간에 덧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일주(連日酒)’를 들 수 있다. ‘연일주’는 자전적 풀이 그대로 “밑술 빚은 다음날 연이어 덧술을 한다.”는 뜻에서 유래한 주품명이다.
이러한 ‘연일주(連日酒)’는 <貞一堂雜識>과 <酒饌>, <쥬식방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세 문헌에 수록된 ‘연일주’는 주원료의 배합비율은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동일한 방법으로 빚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개 ‘연일주(連日酒)’를 비롯한 중양주(重釀酒)는 밑술과 덧술의 술 빚는 간격이 최소 2~3일 또는 3~7일이고, 최대 12일~36일 간격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 이유는 밑술을 빚는 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우량한 효모를 최대한으로 증식시켜 원활한 발효를 도모하자는데 있으며, 그 배경은 누룩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되 효모를 증식시키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누룩곰팡이냄새를 최소화 하고 술의 맛과 향취를 좋게 하여 기호도를 높이는 한편으로, 알코올도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데 있다. 술은 기호식품으로 무엇보다 향취가 좋아야 하고 맛과 색깔, 알코올도수 등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술은 와인이나 맥주와는 달리, 주로 멥쌀과 찹쌀 등 전분이 주성분인 곡물을 주원료로 하고, 지리적 환경과 계절풍의 기후조건으로 인하여 누룩곰팡이를 이용한 발효효소제로서 누룩을 사용하여 당화와 효모를 이용한 병행복발효법을 추구해왔으므로, 이 누룩의 사용에 따른 누룩냄새가 최대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누룩 속의 효모를 최대한 증식시키는 한편으로, 우량한 효모를 배양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그 기간이 짧을수록 밑술을 빚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도 ‘연일주(連日酒)’의 덧술을 빚는 기간은 하루 동안이라는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으며, ‘연일주(連日酒)’와 같이 밑술과 덧술의 간격이 하루 밖에 되지 않는 경우는 증류식 소주 주방문에서 목격되는데, <金承旨宅 廚方文>의 ‘소주괴난(고으는)법’과 <釀酒集>의 ‘소주(燒酒)’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또 소주 고는 법’ 등이 그것이다.
‘연일주(連日酒)’의 또 다른 특징이자 차별성은, 밑술은 쌀가루를 끓는 물로 익히는 반생반숙법(半生半熟法의) ‘죽(범벅)’과 끓인 죽(粥)을 만들어 사용한 반면, 덧술은 고두밥에 냉수를 섞어 사용한다는 사실에서 다른 주품들과의 차이점을 목격할 수 있다.
<酒饌>의 주방문 말미에 “겨울에는 탕수, 여름에는 냉수를 쓴다.”고 하여, ‘연일주(連日酒)’의 특징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개의 전통주 주방문에서 밑술에 끓는 물이나 탕수(끓여서 식힌 물)를 사용하는 경우, 덧술에서도 끓는 물이나 탕수(끓여서 식힌 물)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더러 냉수를 사용하여 고두밥을 차게 식혀서 사용하는 경우는 있는데, ‘연일주(連日酒)’와 같이 냉수와 고두밥을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쪄낸 고두밥에 냉수를 섞어서 차게 식혀서 사용하는 데에는, 그저 고두밥의 냉각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닌, 어떤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는데, 그 단초를 <貞一堂雜識>의 주방문 말미에서 찾을 수 있다.
<貞一堂雜識> 주방문 말미에 “이칠일 만에 내면 냉수 같고, 삼칠일 만에 두면 더 좋으리라.”고 하여, ‘냉수’ 같이 맑고 깨끗한 술 빛깔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밑술에 끓는 물이나 탕수(끓여서 식힌 물)를 사용하는 경우, 덧술에서도 끓는 물이나 탕수(끓여서 식힌 물)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는 덧술의 안전한 발효가 목적이다.
입국(粒麴)이나 개량누룩, 그리고 배양효모를 사용하는 양주법과 달리, 전통누룩을 사용하는 양주법에서는 특히 오염이나 잡균의 증식 등에 대비하는 등 신경을 써야 한다. 전통누룩은 배양균을 사용했을 때보다 당화와 발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의 생수는 잡균의 증식과 오염의 소지가 많은 까닭에 의도적으로도 끓는 물이나 탕수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일주(連日酒)’에서는 생수 사용에 따른 오염균의 침입과 증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옛 사람들의 뛰어난 양주기술과 선험적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답이 다름 아닌 ‘연일주(連日酒)’라는 주품명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환언하면, 범벅이나 죽으로 빚는 술의 경우, 발효가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가 발효를 시작한지 하루나 이틀 사이로서, 이 기간에 덧술을 하게 되면 다른 어떤 때보다 술의 발효가 활발하게 빨리 잘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효모증식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에는 냉수로부터 초래되는 잡균의 오염은 간단히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터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연일주(連日酒)’와 같은 술 빚는 요령을 다양하고 오랜 경험이 축적된 사람이라야 가능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연일주(連日酒)’의 경우 덧술의 발효가 일반적인 주품과는 다르게 발효가 빨라지는 만큼 품온의 상승도 빨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그에 따른 술독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품온의 과다상승으로 인한 산패를 초래하기 십상이거니와, 제 때에 냉각을 시켰다고 하더라도 후발효 중 산패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 연일주 <貞一堂雜識>
◇주 원료 ▴밑술:멥쌀 1말 5되, 누룩가루 1되, 밀가루 2되, 끓는 물 1말 8되
▴덧술:멥쌀 3말, 냉수 1말~1말 2되
◇밑술 ①멥쌀 1말 5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갔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넓은 그릇에 담아 둔다). ②솥에 물 1말 8되를 솟구치게 끓여 쌀가루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범벅을 만들고,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식은 범벅에 누룩가루 1되와 밀가루 2되를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은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시켜 술이 괴어오르기를 기다린다.
◇덧술 ①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뜨물 없이 헹궈서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소래기에 퍼 담고, 냉수 1말~1말 2되를 고두밥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헤쳐 두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물을 먹은 진 고두밥에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안치고, 냉수 2되로 술빚었던 그릇을 씻어내고, 술밑 위에 붓는다. ⑤술밑을 안친 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에는 찬 곳에 두고, 겨울은 온기 있는 곳에 두고 14일~21일간 발효시킨다.
▴여느 방문과는 다르게 밑술은 끓는 물을 사용하고, 덧술은 냉수로 빚는다.
<년일쥬> 서 말 비랴 면 미 말가옷 셰 작말야 물 말 여되 고붓지게 혀 물 흘 적 니 닉게 야 이 거든 누록로 되 진말 이승 너허 처 너허 두엇다가 멀거케 괴거든 미 삼두 셰여 죄 서 갓다가 이튿날 닉게 슈 말의 말 두되 잡아 밥의 골나 섯거 식거든 밋슐의 버므려 너코 믈 남겨 그 부싀여 부어 봄은 한 두고 겨알은 온긔 잇 두어 이칠 만의 면 슈 고 삼칠만 두면 더 됴흐니라.
◈ 連日酒 <酒饌>
◇주 원료 ▴밑술:멥쌀 3되, 가루누룩 7홉, 밀가루 2되, 끓여 식힌 물 5병
▴덧술:멥쌀 2말, (겨울엔 끓여 미지근한 탕수) 2말 4되
◇밑술 ①멥쌀 3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작말한 다음,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② 솥에 물 5병을 팔팔 끓여서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휘저어서 죽(범벅)을 쑨 다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죽(범벅)에 가루누룩 7홉과 밀가루 2되를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 덧술 ①밑술이 끓어오르면 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서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 담고, 물(겨울엔 끓여 미지근한 탕수) 2말 4되를 고두밥에 골고루 붓고, 고루 저어 섞어 놓는다. ③고두밥이 물을 다 먹었으면, 뚜껑을 덮어서 저절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4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빚을 때 겨울에는 탕수, 여름에는 냉수를 쓴다.
<連日酒> 白米三升百洗經宿作末水五甁猛煎同調揮攪待冷末曲七合眞末二升調釀醱醅後白米二斗百洗熟烝水二斗四升灑調披開待冷合釀本酒二七日後垂之而用調入之水冬則湯水夏則冷水調飯置於寒冷.
◈ 연일쥬법 <쥬식방문>
◇ 주 원료▴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 1되, 밀가루 1되, 물 1말
▴덧술:멥쌀 2말, 냉수 (1말)
◇ 밑술 ①멥쌀 1말을 정히 씻어(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넓은 그릇에 담아 둔다). ②솥에 물 1말을 끓이다가 쌀가루를 풀어 넣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가면서 끓여 풀떼(범벅)가은 된죽을 쑤고,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식은 죽에 누룩가루 1되와 밀가루 1되를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은 서늘한 곳에 두고, (1~2일간) 발효시켜 술이 익어 멀겋게 식기를 기다린다.
◇덧술 ① 멥쌀 2말을 정히 씻어(백세 하여 뜨물 없이 헹궈서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소래기에 퍼 담고, 고두밥에 냉수 (8되)를 붓고, 주걱으로 고루 헤쳐 두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진 고두밥에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안치고, 냉수 (2되)로 술 빚었던 그릇을 씻어내고, 술밑에 붓는다. ⑤술밑을 안친 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에는 찬 곳에 두고, 겨울은 온기 있는 곳에 두고 14일~21일간 발효시킨다.
▴덧술에 사용되는 냉수의 양이 나와 있지 않다. <貞一堂雜識>에는 쌀 3말당 1말~1말 2되, <酒饌>의 ‘연일주(連日酒)’에는 2말 4되가 사용된다.
<연일쥬법> 미 한말을 졍히씨셔 작말야 물 한말의 죄죄푸러 풀쑤어 우고 누룩가로 한되 진가로 한되 버무려 두어다가 멀거케 삭거든 미 두말을 졍히씨셔 술밥을 더운 곳 슈의 푸러 우고 밋슐과 치여 비져노코 그럿 부시여 늣코 봄이면 한두고 겨울이면 온쳐의두어 이칠일만의 먹고 삼칠일이 되면 더 조흐니라.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