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으로 힐링 여행 떠나기
“모든 것을 비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힐링이다”
현대인들은 힐링(Healing)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힐링이란 말이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회복되는 치유(治癒)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가급적이면 번잡하지 않고 사색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힐링여행을 떠난다.
비단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표현은 달라도 이 같은 힐링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없었겠는가. 힐링과 비슷한 피접(避接)이 있었다. 꼭 병이 들어서 피접을 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그냥 집 떠나 안식처로 옮겨 안위를 찾던 사람들도 꽤 많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여행은 광의적인 해석으로 힐링이다.
타이완은 힐링여행지로 최적지다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고, 치안이 안정된 타이완은 힐링여행지로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타이완의 전체 면적은 우리나라의 3분지 1정도로 작지만 막상 타이완으로 여행을 떠나 보면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나라가 타이완이다.
타이완에는 최고봉인 해발 3,952m인 위산(玉山)을 비롯해서 2,481m인 아리산(阿里山) 등 2,000m가 넘는 산들이 2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산이 많아 전체 면적의 80%가 산악으로 이루어진 국토지만 평야도 만만치 않다. 끝 간 데 없이 너른 평야지대는 벼를 두번짓기가 가능하다. 이용측면으로 봐서 논농사의 면적을 배로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풍부하겠는가.
여행자입장에서 보면 타이완은 그 자체가 힐링지다. 낙엽 지는 것을 모르는 나무들은 사철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도대체 삭막함을 찾아 볼 수 없다. 컴퓨터 화면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눈(眼)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데 거기에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니 눈도 호사를 누릴 수 있어 시력이 한결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힐링 여행지로 타이완을 꼽고 있는데 타이완 사람들 역시 힐링을 찾아 도시에서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펜션처럼 우후죽순처럼 민박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체험도 하면서 농촌에서 묵을 수 있는 여가시설이 최근 생겨나고 있다. 도시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농촌만큼 좋은 곳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힐링이 따로 있나, 비우면 힐링이지….
타이완 관광청이 강추 해준 힐링지가 탁야소옥(卓也小屋, 쭈어예 샤오우)이다.
탁야소옥은 타이완 먀오리현(苗栗縣)의 싼이향(三義鄕이라는 해발 280m에 위치한 시골에 있는 민숙(民宿, 우리의 민박)이다.
탁야소옥는 약 15년 전 탁명방(卓銘榜) 사장과 그의 부인 정미숙(鄭美淑) 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민박을 시작했다고 한다.
탁야소옥(卓也小屋)란 이름은 탁(卓) 사장의 성에서 따온 것이라 별 의미는 없다고 하는데 최근 ‘탁 씨의 작은집’으로 타이완에서 힐링과 쪽염(藍染)으로 대표되는 유명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시동루(施東儒) 총지배인이 전하는 탁야소옥의 규모와 작은 역사를 들어보면 탁명방 사장은농대를 졸업한 다음 농업학교 교사를 하다가 사표를 내고, 그가 전공한 관상용 식물을 기르기도 하고, 쪽 염색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산 염료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고 했다.
그의 부인 정미숙 씨도 남편처럼 농대를 나와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국립타이완공예연구발전센터’에서 쪽염색을 배워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타이중(台中)에 살 때 집을 예쁘게 꾸미고 취미로 쪽염을 하는 것을 본 친지들이 차라리 이를 전문으로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런 권유도 있고, 전공도 살려보려고 탁 씨 부부는 전국을 헤매다가 지금 이 곳에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민박도 하고 쪽염도 시작했다.
시동루 지배인의 말에 의하면 탁 사장은 중국의 대표적인 전원도시인 도연명이 언급한 타오화춘(桃花村)처럼 부엉이 한 마리의 정착을 위해 이곳의 땅을 매입했다. 탁 사장은 이곳에 나무도 심고 돌을 깎아 집도 짓고 물을 끌어 와 작은 연못도 만들었다. 집을 한 채 두 채 짓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아직은 미혼이라고 밝힌 시동루 지배인은 나이답지 않게 한 마디 던진다. “우리가 생존하고 있는지, 생활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생존 조건으로 시골은 조금 안 좋을 수 있으나 우리는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만족스럽게 즐기면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생활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려면 모든 것을 비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힐링이다.”
시동루 지배인은 조용하고 소박하게, 하늘과 땅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생활에서 얻은 지혜인 듯싶다.
시골 민박이라고 얕잡아 보지 마세요!
참으로 오랜만에 “꼬~끼오~” 하는 닭 울음에 잠을 깼다.
도대체 단잠을 깨운 닭이 어디 있나 하고 민박촌을 살펴보니 10여 마리의 닭들이 제 세상인 듯 활개치고 놀고 있다. 토실하다. 아침밥을 먹으며 지배인에게 물어보니 식용이 아니고 관상용이란다.
현재 탁야소옥의 면적은 총 지배인도 잘 모를 만큼 넓다. 여기에 각각 독채로 된 숙박 시설이 2인실 7채, 4인실 8채 등 15채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민박이라고 얕잡아 봤단 간 큰코다친다. 2인실 1박 숙박비가 평일이 3,900NT$(신 타이완 달러) 주말은 6,000 NT$이고 4인실이 평일 4,900NT$ 주말은 7,000NT$로 시내 호텔보다 결코 싸지 않다. 그런데도 예약은 필수.
또 이곳에 꽃축제가 열리는 4~5월에는 숙박비가 배로 뛰어도 방을 잡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탁야소옥으로 가는 길은 험한 길은 아니지만 일반 관광객이 갈만한 곳은 아니라는 선입견을 갖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길가에는 그저 논과 밭이 즐비하여 우리 농촌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마음속으로 정말로 시골의 민박집으로 가는구나 생각하면서 한국 시골의 민박집을 연상하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숲속에 나타난 건물들이 보였다. 울창한 아열대 나무 아래에 있는 집들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목조건물로 자연의 일부였다. 처마 밑에 매달린 홍등, 붉은 바탕에 검은 글씨, 그리고 쪽염으로 물들인 깃발들이 마치 만국기가 걸려 있는 인상이다.
객실 안은 겉에서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어느 객실에선 누워서 연못이 보이기도 했고, 어느 객실에서는 커튼을 젖히자 대나무 숲에 닿아 있었다. 숲속에 방이 있다는 느낌이다. 욕실에서 대나무를 바라보는 이런 것이야 말로 힐링이 아니겠는가. 실내는 호텔수준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옥에도 티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이곳 민박도 그런 티가 있다. 저녁에는 뜨거운 물이 나왔는데 이른 새벽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같은 정보를 알리고 있다지만 유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6시가 되면 뜨거운 물이 나온다.
또 하나 200볼트 전기용품을 사용하려면 100볼트 잭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대만의 상당수 도시의 호텔들이 그랬듯이 객실안 TV를 켤 때 우리나라 것보다는 느리게 작동한다. 약간의 끈기가 필요하다. 이 또한 힐링이라고 여기면 간단하다.
탁야소옥은 탁 사장이 집적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한 채식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이 나있고,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나만의 무늬로 쪽물 드린 손수건은 아름다운 추억
팸투어 일행들이 처음 맞닥뜨린 곳은 쪽염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었다.
평상시 쪽염으로 물들인 옷은 피부에 좋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차인데 직접 쪽염을 체험할 수 있다니 어린아이처럼 즐거워진다.
쪽 즉, 남초(藍草)는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우리나라 쪽보담은 타이완에서 재배한 남초가 염료 양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전통 쪽염색은 몇몇 염장인의 전유물로 되어 있다. 일부가 화학 환원제를 이용해 간편 쪽염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쪽염은 천연염색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청색을 얻는 데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 홍보영상을 통해 쪽물을 얻는 과정을 보니 수확에서 산화, 환원, 숙성, 발효, 쪽물까지 대략 9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천을 쪽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쪽물을 빼고 다시 담그기를 세 번, 건조하여 말리기까지 6단계를 거치면 자기가 원하는 제품이 나온다. 전통 천연염색은 자연을 얼마나 잘 아느냐의 문제인데 쪽염은 그 자연의 흐름을 너무 잘 알게 하는 염색이다. 전문가들은 쪽염은 물과 염료가 서로 사랑하는 염액으로 만들어 다시 천과 염액이 사랑하는 사이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쪽은 염료이외에 식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여 탁야소옥에서는 떡이나 과자류 등에 쪽을 넣은 식품도 내놓고 있다.
큼직한 손수건천에 쪽물을 들이는 체험료는 300 NT$, 40여분이 소요되고 완성된 제품은 가져갈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든 쪽 손수건은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다.
작은 샵에서는 전문가들이 만든 옷가지들을 팔고 있었는데 생각보담 싸지는 않다.
타이완에는 도시인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만한 곳이 탁야소옥외에도 여러 곳에 많다. 비용은 들더라도 힐링여행을 떠나는 것이 현대인들이 건강하게 사는 지혜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 탁야소옥(卓也小屋) 정보
▴탁야소옥 가는 교통편:산이기차역(三義火車站)에서 평일(월~목)에는 무료 셔틀버스 운행.(예약 필수) 주말(금~일)에는 콜택시 이용가능.
▴주소: No.1-9, Bengshanxia, Sanyi Township, Miaoli County 367, Taiwan
▴홈페이지: www.joye.com.tw
▴Tel:+886-37-879198 Fax:+886-37-87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