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제에 매달렸던 사람이 “술신문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교통과 술’은 정반대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그래서 난 “아니다. 교통도 소통하는 것이요, 모르는 사람과도 몇 순배 술잔이 돌고 나면 얼마나 소통이 잘 되느냐, 그래서 교통과 술은 소통한다는데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삶과술〉을 복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일반적인 교통사고 요인행위는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필자 역시 음주운전 경력이 다분히 있었다. 소주 한두 병 마시고 겁도 없이 운전하다가 경찰에 걸려서 음주측정기를 불어대기도 했다. 그런데도 수치가 0.03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아 훈방조치 당하기를 몇 번. 그래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숫제 차를 두고 출퇴근은 물론 업무를 보러 다니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음주운전 걱정에서 해방’이라고나 할까.
〈삶과술〉 복간호가 발행되고 나서 이를 본 많은 분들이 칭찬도, 격려도 해주셨다. 또 앞으로의 편집방향과 개선점에 대해 지적해주신 분들도 많았다.
우리는 적은 식구들이지만 매일 적나라하게 들려오는 독자들의 참소리를 듣고 개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나라의 법질서를 살펴보려면 그 나라의 교통질서를 보면 안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다. 그런데 ‘사회가 명랑해지고 각종 범죄에서 벗어나는 길은 음주문화가 바로 서야 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삶과술〉을 발행하는 목적 가운데 ‘음주문화 바로 세우기’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삶과술〉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고 개선점을 찾는데 집중할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최소한 향음주례(鄕飮酒禮)는 배우고 자라도록 하는 것. 그래서 술을 올바르게 배워 과음하지 말고, 술 취해 행패부리지 말고, 사고 치지 않게 하려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또 주류업계는 국가가 어려울 때 엄청난 주세를 납부하여 오늘날 경제 대국으로 가는 초석을 닦는데 일조해 왔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주류업계를 대변하는 신문이 전무한 상태에서 〈삶과술〉은 이런 주류업계의 실정을 대변하는 ‘대변자’로 또는 ‘향도’로서 역할을 자처할 것이다.
“술로 쓴 글은 술 냄새가 난다”고 어느 시인은 지적했지만 술이 없는 문학은 삭막하지 않은가. 탁배기 잔이라도 기울이며 개똥참외 같은 인생을 논하는 것도 진실된 문학의 산실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음주율은 78.5%이며, 고도 위험 음주자는 900만 명에 달해 고도위험음주 등 알코올 남용 및 의존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건복지가족부가 밝혔다. 실제 강력범죄의 10%, 교통사고의 13%, 가정폭력의 23%가 음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20조990억 원으로 GDP 대비 2.9%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술을 모르고 마셨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 술을 알고 마시자. 그것이 술을 이기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