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인간의 삶, 욕심과 술의 애환

『빈 술병』인간의 삶, 욕심과 술의 애환

육정균(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 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매년 4월 이만 때쯤이면 벚꽃 만개하고, 사람들의 미소와 환성, 환호가 절정에 이르는 벚꽃송이보다 절정으로 치닫는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로 나섰다. 허나 올 해부터 새로 이사 온 용인시 집근처 골프장 주차장과 클럽하우스 사잇길에 늘어선 아름드리 벚나무에서 피워 올린 왕벚꽃의 위용에 여의도 윤중로까지 가기를 일찍이 포기했다. 마치 하늘에 매달린 함박눈이 만들어낸 수만 송이 목련이 눈처럼 내리고, 중간 중간 노란 개나리꽃이 봄축제를 열며 장관을 펼친다.

이처럼 사람의 삶에서도 봄은 청년이요. 장년인 듯하다. 삶에서도 어느 것도 무섭지 않던 봄 같은 청년시절이 가장 풍요롭고 아름답다. 청년기를 넘기고, 인생의 고단한 장년기를 넘어서서 기웃기웃 욕심을 버리고, 속세의 삶을 버리고, 깊은 가야산에서 고라니와 노루와 벗을 삼는 선배를 찾아서 인간들이 버리지 못하는 땅에 대한 물욕이 신선 같은 선비를 술에 젖게 하고, 빈 술병을 쌓는 모습이 안타까워 지은 『빈 술병』이란 시를 소개한다.

친구여!

나 죽으면 내 무덤 걱정하지 말아

나 속세가 싫어,

나, 속세의 모든 것이 싫어

이 깊은 산중으로 숨어들어 그저 숨 쉬고

풀잎에 누워 지나가는 바람과 비

산 너머 가기 전에 쉬어 가는 구름 바라보며

죽음 같은 사랑과 그리움에 젖어

산딸기와 머루다래, 산나물과 바꾼

소주 한잔에 취해 살거늘….

이제 내 터전인 첩첩산중 땅 몇 마지기가 욕심 나

이놈 저놈 찾아와 아양을 떠니

내 원 참 세상은 좆이요 보지요 씹이구나.

그래도 친구여!

내겐 빈 술병은 너무나 많아

빈 병 무덤처럼 쌓인 지 어언 30년

나 그저 쉬어가는 바람과 비에게

빈 병과 내 주검을 남겨 놓고

곧 청명한 찬이슬 되어

창자까지 비우고 흐르는 시냇물에 조금 보태리니

그대 내 무덤 걱정일랑 말고,

남은 땅 저 숲 속 노루에게 와 놀라 전하시게

나 그래도 인생이란 빈 술병은 남기고 가니….

지금은 더욱 욕심을 버리고, 청빈한 노선비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꿈꾼다. 그래서 오래전에 욕심을 버리고, 흔적을 지우며 고고한 학처럼 멋있고 품위 있는 시니어로 늙어가길 갈망했다. 가야산 깊은 산속에서 도인처럼 사는 선배의 집과 한자락 텃밭이 풍수를 조금 배운 내가 보기에도 명당 중의 명당이다. 우연히 들른 나그네부터 일부러 찾은 부동산업자까지 산 속 절경에 멋진 풍광의 땅이 욕심나지 않겠는가? 부동산 전문가이며 시인인 나만은 선배의 하소연을 듣고 땅 이야기는 아예 접었고, 시한수를 지었다가 시집 『아름다운 귀향』에 수록했다.

앞으로도 술에 대한 멋도 모르고, 삶에서도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시골촌부처럼 모심은 봄 들판 논길에서 삽자루 하나 든 채 뒷짐 지고 걸어가는 모습이 더 어울릴 사람이지만, 갖가지 모습의 아름다운 삶과 그런 삶에 감초 같은 멋을 내는 술의 미학에 대해 간간히 마음을 코너 『빈 술병』이란 이름으로 전하고자한다. 독자들과의 훈훈한 소통과 아름다운 동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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